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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Apr 16. 2023

에이트 빌로우(Eight Below, 2006)

남극에 왜 운석이? - 영화 지질학

“내 말 아직 모르겠나?

중요한 건 개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는 필요하다는 걸세”



이 영화는 1983년 일본에서 개봉한 <남극이야기>(南極物語 난쿄쿠 모노가타리)를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남극이야기>는 1956년 일본 남극관측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6년간 일본의 흥행기록을 갖고 있던 작품이다. 1980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 ~ 1997년 미야자키 하야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모노케 히메> 사이 기간에 최대 흥행기록이다. 동물과 인간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갑갑한 일본인의 가슴을 울렸던 것 같다.


남극이야기 포스터,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감독은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 1946~)이 맡았는데 현재 할리우드에서 대표적인 제작자로 손꼽힌다.  주로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인디아나 존스>시리즈, <백 투 더 퓨쳐> 시리즈 등 영화를 많이 제작했다. <콩고>(1995), <얼라이브>(1993>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게리 셰퍼드 역에는 폴 워커(Paul Walker)가 연기했는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주연으로 나왔고, 지질학자 데이비스 역에는 <코어>에서 조종사를 맡았던 브루스 그린우드(Bruce Greenwood)가 출연했다. 유일한 여배우로는 모친이 한국인인 문 블러드굿(Moon Bloodgood)이 케이티 역을 맡았다.


운석 찾는 개썰매



UCLA 지질학자 데이비스는 운석을 찾아 미 국립 과학재단의 남극연구기지로 비밀리에 왔지만 실재 목적지는 얼음이 얇아 설상차로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남극의 탐사대원 게리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운석사냥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운석을 찾아 기지로 복귀한다. 하지만 기상이 변해 어쩔 수 없이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게리의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8마리의 개들은 남겨지게 되어 영화 제목이 에이트 빌로우이다.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났지만 날씨가 악화되어 동계팀 마저 취소되고 봄까지는 아무도 기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생존이 불가능한 동토의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게리가 약속대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175일을 버틴다. 



그 사이 머리에서 개들이 떠나지 않던 게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개들을 데려오려고 하지만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간다. 남극탈출 5개월 뒤, 남극운석으로 미국립과학상을 받은 데이비스 박사는 남은 연구비로 게리와 동료들과 함께 개들을 구출하기 위한 팀을 꾸리고 남극으로 향한다. 디즈니 영화답게 훈훈한 느낌이 드는 가족영화다.




운석이란?


별똥별이라고도 부르는 운석(隕石, meteorite)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들어온 암석 중에 대기 중에서 미처 소멸되지 못하고 지표면에 떨어져 남은 암석을 말한다. 지구에 들어오기 전에는 소행성이라고 부르고, 대기 중에 가열되어 빛을 내는 것을 유성이라고 한다. 즉 하나의 실체에 위치와 과정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는 천문학자가 연구하고 땅에 떨어지면 지질학자가 연구한다.


운석은 행성 형성의 찌꺼기, 소행성 충돌 잔여물이 대부분이어서 환원환경(산소가 없는 환경), 낮은 압력과 건조한 조건에서 생성된다. 대체로 소행성체가 밀도에 따라 분화된 경우에는 중심부인 금속성분의 운석과 외곽부인 규산염 암석질의 운석으로 구분된다.  대기를 뚫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표면이 녹기 때문에 외형이 도자기처럼 특유의 유리질 물질로 덮여 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떨어지는데 전체 육지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빈도는 적다. 1943년 11월 23일에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 떨어진 ‘두원운석’이 유명하고, 2014년 3월 10일에 진주시에 떨어진 ‘진주운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왜 운석을 남극에서 찾나?


운석이 떨어지면 지표면의 다른 돌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 암석이 없는 지역이 운석 발견에 유리하다. 즉 대평원, 사막이나 빙하가 있는 지역이 최적인데 따라서 전체 운석의 70% 이상이 남극에서 발견되었다. 얼음 위에 떨어진 운석은 빙하와 함께 이동하면서 한 곳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이 운석밭이다. 


우리나라 남극기지


남극 장보고 기지(출처: 국토해양부)


현재 남극에는 남극조약에 가입한 30여 개 국가가 기지를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킹 조지섬(King George Island)에 세종기지(남위 62.13.23.2, 서경 58.47.13.4)를 설치했고, 2014년에 테라노바 베이(TerraNova Bay)에 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37.26, 동경 164.13.44)를 설립하였다. 


극지연구소는 2014년 12월 3일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엘리펀트 모레인(moraine, 빙퇴석) 청빙지역에서 가로·세로 각 21㎝, 높이 18㎝, 무게 11㎏에 달하는 운석을 발견했다. 한국팀이 이때까지 찾아낸 남극운석 중 가장 큰 것으로 2014년 3월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과 같은 종류인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로 추정된다고 극지연구소가 밝혔다.


극지연구소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1천 점의 운석을 발견했다고 한다. 남극운석은 우주 공간을 떠돌던 암석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것으로 지구 탄생 초기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재료로 평가되고 있다. 


알래스칸 말라뮤트


알래스칸 말라뮤트 Source: Wikimedia Commons by Carina Wicke


영화에 등장하는 개는 알래스칸 말라뮤트(alaskan malamute) 종이다. 키는 55~70cm, 몸무게는 30~50kg 정도의 대형견이다. 장난을 좋아하고 큰 말썽을 안 부리는 점잖은 품종이다. 썰매를 끄는 개이니 만큼 지구력이 좋고 영리하며 활동성이 크다. 단점이라면 주인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애교와 관심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이 때문에 산책 시 때 인기만점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덩치가 크고 순하고 듬직한 인상이며 꼬리가 아래로 쳐져 있다. 한 번쯤 키워보고 싶은 개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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