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질학
어느 날 갑자기 만난 잘생긴 소타를 따라 스즈메가 일본 각지를 여행하는 로드무비인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 많은 자연재해 중 지진을 소재로 다뤘다. 여행 경로인 구마코토(2016), 고베(1995), 도쿄(1923) 그리고 , 도호쿠(2011)는 막대한 지진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과거에 지진이 일어난 지역이지만 스즈메는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막 발생하려는 지진을 막으며 이와테현 미야코시로 추정되는 고향으로 간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지진 경보나 흔들림이 영화에 묘사되는데 이는 본진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로 보이고 스즈메와 소타는 큰 피해가 나는 지진을 결국 막는데 성공한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인 만큼 지진 대비와 경보 시스템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나라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TV에 지진속보가 뜨고 긴급지진속보가 핸드폰으로 보내진다. 신간센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에 즉시 통보되어 운행을 멈추고 지진이 지나갈 때까지 안전하게 정지하도록 한다.
영화에서도 3번의 지진 경보가 나온다. 첫 번째는 학교 교실에 친구들과 있을 때, 두 번째는 도쿄의 다리 위, 마지막은 고향을 찾아가는 도로 위 차 속에서 이다. 스즈메는 뒤로 갈수록 지진의 발생에 예지능력을 갖은 듯이 보인다.
이러한 지진경보는 지진의 발생을 먼저 알려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원리는 지진 발생 시 발생하는 P파와 S파의 속도 차이를 이용하여 P파를 감지한 후 피해를 더 줄 수 있는 S파가 도착하기 전에 경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지진파의 속도는 P파 6~7km/초, S파 3.0~3.5km/초 인 점을 감안하여 본격적인 진동이 오기 전에 미리 지진의 발생을 피해가능에 경고를 하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먼저도착한다고 해서 P파(Primary wave)라고 하며 공기에서 소리가 진동하는 것과 같이 파의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매질을 진동시킨다. 고체, 액체, 기체를 모두 통과한다. 반면 S파(Se-condary wave)는 두 번째로 도달하는 파인데, 매질의 진동은 파의 진행방향에 수직이다. 따라서 이동 속도가 늦다. 액체와 기체는 통과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지난 2017년 경주지진 이후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이 가동되었다. 첫 전국발송은 2017년 포항지진 때였다.
발송기준은 내륙 발생의 지진은 규모 4.0(해역 4.5) 이상은 전국, 규모 3.5~4.0(해역 4.0~4.5) 미만은 진앙 반경 50km, 규모 3.05~3.5 (해역 3.5~3.5) 미만은 진앙 반경 35km 해당 광역시, 도에 지진재난문자를 발송한다.
인터넷상에서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규모 4.1인 괴산지진이 화제다. 지진발생 후 5초 만에 지진파가 가장 가까운 충북 앙성관측소에서 감지되었고 발생 후 28초 후 지진속보가 전국의 모든 지역가입자들에게 보내졌다. 진원에서 대략 90km 정도 떨어진 경기도 성남 지역에는 지진속보 도착 후 약 2~3초 내외에서 S파가 도달하였다. 속보 도착 후에 지진의 흔들림이 느껴져 성공적인 재해문자 발송 케이스로 화제에 올랐다.
물론 P파와 S파의 속도가 해당 지진파가 지나가는 곳의 지질에 따라 다룰 수 있지만, 진원에서 충분히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그 시간차가 점차 벌어져서 대응과 대피를 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보통 5초 정도의 시간은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정도이면 건물밖 탈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진경보가 울리면 당황하지 말고
현재의 과학기술의 수준으로는 지진의 예측은 불가능하다. 많은 학자들은 앞으로도 예측은 불가능한 신의 영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즈메와 같이 예지 능력을 갖은 분들이 지진을 막아 줄리는 없고 일관성 없고 비이성적인 동물의 움직임으로 지진을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P파와 S파의 시간차이를 이용한 지진경보시스템은 현재까지의 대비책 중 가장 쓸모 있는 대응책이다. 향후에는 보다 빠른 경보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