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관련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환상 지형(지형상 원형구조가 보이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과거의 화산분화구, 운석충돌구 등이 이슈가 되면서 더욱 그랬고, 인공위성 사진의 이용이 대중화되어 더 쉽게 관심을 끌었다. 멕시코 칙슐립 운석충돌구가 공룡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결론 나면서 전 세계에 붐이 일었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것이 양구 펀치볼, 양주시, 합천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환상 지형은 차별 침식에 의한 것, 화산 분화구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케이스는 주변 지질조사만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성인이 찾아진다. 하지만 합천 ‘적중-초계분지’는 지금까지 그 성인이 명쾌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장조사 이야기가 솔솔 올라오던 이 분지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2020년 12월 14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센터장 김성원) 연구팀은 경남 합천 ‘적중-초계분지’를 조사한 결과 5만 년 전 발생했던 ‘한반도 최초의 운석 충돌 구’였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 http://bm.cugb.edu.cn/iagr/) 온라인판에 지난 8일 게재됐다(논문제목: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 발견, First finding of impact cratering in the Korean Peninsula).
그림 1. 논문 표지
일단 우리에게 익숙한 Naver 지도에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그림 2. 적중-초계분지의 위성사진(출처 Naver)
고령에서 내려오는 낙동강이 합천호에서 흘러내린 황강과 합류되는 지점 남서쪽에 미타산(662m)를 주산으로 하는 그릇 모습을 한 분지가 있다. 행정구역은 합천군 초계면, 적중면에 걸쳐 있다. 동서 직경은 8.7km에 달한다. 적중의 한자는 赤中으로 목표물을 맞히는 的中은 아니다.
그림 3. 경남 합천의 운석 충돌구 지역(서쪽 대암산 방면에서 찍은 뷰). 사진 지질자원연구원
그림 4. 적중-초계 분지 위치(A, B) 및 시추 지점(C, D)
운석충돌구라는 증거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5만 년 전 직경 4㎞에 달하는 운석이 떨어졌는데 변성 광물의 에너지로 추론한 결과 이 운석은 직경이 최소 200m에 달했으며, 충격 에너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8만 7500배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에너지 크기는 자연재해로 비교하면 19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M=8.4) 때의 발생 에너지 그리고 1980년 5월 18일 미국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 때 발생한 총에너지와 비슷하다. 당시 이 폭발로 북반구에는 추운 여름이 있었고 쌀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운석충돌구에 대한 연구에서 시추 코어 작업은 필수적이다. 엄청난 압력에 의해 충돌면 하부의 암석들이 변형될 수밖에 없고 이런 흔적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보통 충돌구의 외곽에 기존 층서가 교란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연구팀은 올 1월부터 분지 내에서 깊이 142m 시추 코어 조사(지도상에 Core CR05)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적중-초계분지가 운석 충돌에 의해 약 5만 년 전에 생성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임을 밝혀냈다(그림 4.).
시추조사 결과, 분지 중앙의 142m 퇴적층은 크게 3개의 퇴적층서 단위로 구분됐다 ▶코어 상부(0~6.2m)에 있는 토양 및 하천퇴적층 ▶6.2~72m의 세립질 실트 점토의 엽층리를 포함하고 있는 호수퇴적층 ▶72~142m에서 발견된 충격각력암층(그림. 5)이다.
운석이 충돌할 때는 강한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에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한다. 이때 발생한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 변성에 의한 흔적이 남는다. 이런 흔적에 대한 암석학ㆍ지구화학적 변형구조 추적으로 과거에 운석충돌이 있었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중-초계분지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지는 미시적 광물 변형증거와 거시적 암석변형을 확인했다(그림 7.).
142m 충격각력암층에서 발견된 사암의 석영광물입자에서는 충격파로 만들어진 평면변형구조가 미시적 증거로 확인됐다. 또 130m에서는 셰일 암석에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암석 구조(shatter cone)가 거시적 증거로 발견됐다(그림 8.).
새터콘은 충돌구 주변의 암석에서 보이는 원뿔모양의 구조물로 1905년 독일의 스타인하임 분지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표면에는 말의 꼬리(말총)같은 무늬가 나타난다. 충격파가 암석을 통과할 때 생기는데 원추형의 꼭지 부분 방향이 충돌의 충돌 방향으로 추정된다. 꼭지각은 보통 90~120도 사이인데, 90도에 가까워질수록 충격파의 강도가 더 강하다고 한다.
연구팀은 분지의 호수퇴적층 속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적중-초계분지’의 운석충돌이 약 5만 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림 5. 적중-초계분지에서 회수한 시추코어 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그림 6. 탄소동위원소 분석에 따른 운석구의 시대 추정
그림 7.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의 압력으로 만들어지는 석영 내 평면 변형 구조. 평행하게 길게 늘어선 흰색 선들을 볼 수 있다(빨간 화산표).
그림 8.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shatter cone 구조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운석충돌구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개다. 적중-초계분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그림 9.)에 이어 2번째이다.
그림 9. 슈엔 운석충돌구(Xiuyan Crater, located in Anshan City, Liaoning Province)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운석충돌구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돌구에 따른 주변의 흔적을 찾아야 할 것이고 다른 운석구도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 안 보이는 것도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1저자인 임재수 박사는 “5만 년 전 당시 운석 충돌로 합천을 중심으로 서울~부산까지 초토화됐을 것”이라며 당시는 빙하기라 원시인류들이 주로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던 때라 한반도 내에 원시인류가 멸종되는 일은 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운석충돌의 영향은 충돌 당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식생과 먹이사슬이 파괴되었을 것이고 구석기인들은 쉽지만은 환경에서 살았어야 할 것이다.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다른 지역에 대한 연구 그리고 고고학 같은 관련 분야의 학제간 연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