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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Dec 16. 2022

다누리가 다가선 달: 달 암석과 자원

달의 지질학 3부작 II

지구에서 38만 km 떨어져 있는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이다. 지구의 내핵과 외핵을 합친 정도의 크기인 3,400km의 지름을 갖는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자 인류가 가본 유일한 천체이다. 미국의 파이오니어 4호와 러시아의 루나 1호 이후 약 65차례 달 탐사가 수행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참여 국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제2의 달 탐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다누리호를 통해 세계 7번째 나라로 달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달은 예로부터 계수나무와 옥토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탐사가 진행됨에 따라 토끼는 물론 계수나무도 없고 바다와 육지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토끼로 보이는 검은 부분은 바다(maria)로 불리는 현무암(Basalt) 지역이고 밝게 보이는 부분은 한때 육지(terra)로 구분되던 고원(high land)으로 회장암(Anorthosite) 지역임이 밝혀졌다. 달의 고지와 바다의 면적비는 84대 16이다. 중국의 무인 달 착륙선 창어 3호가 2013년 12월 14일에 달에 착륙했고 '위투(玉兎·옥토끼)'라는 달 탐사 차로 달 표면을 탐사했다. 이제 달에는 옥토끼가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달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는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380.05kg, 러시아 루나가 326g의 월석을 가지고 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양의 차이가 나는 것은 미국은 6번의 유인 탐사선이 달을 다녀온 반면 러시아는 한 번의 무인 탐사선만 월석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구분하여 들고 온 것과 기계가 대충 파온 것의 지질학적 가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후 달의 지질에 대한 연구는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에는 중국의 창어 5호가 1.731kg의 월석을 가지고 귀환했다. 요즘 이 샘플로 논문이 나오고 있다.

아폴로 유인 우주선이 착륙한 위치, 출처 : NASA



달의 암석


아폴로 16호가 가져온 월석, 회장암으로 추정, 출처: NASA


채취해 온 월석은 모두 달의 앞면(nearside)에 위치한 곳의 시료인데 검은 바다는 철(Fe)이 풍부한 현무암질(basaltic)이고, 고원은 철이 부족한 회장암질(anorthositic)로 Ca이 풍부한 사장석이 주성분이다. 사장석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강암의 주요 구성광물이다. 투명한 석영 말고 흰색~분홍색으로 보이는 광물이 사장석이다. 지구상에서는 사장석이 풍화작용을 받아 점토 등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달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풍화 작용을 받지 않아 보존되어 있다. 사장석은 조성에 따라 NaAlSiO3O8 ~ CaAl2Si2O8이 혼합되어 있다.

아폴로 15호가 가져온 달의 현무암, 출처: NASA


현무암은 주로 사장석과 휘석, 감람석이 절반가량 섞여 있는데, 현무암이 분출암이므로 사장석은 입자가 작아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고 검은 휘석, 감람석 만이 두드러지게 보여 전체적으로 검은 빛깔로 보인다. 휘석은 화학적으로 (Fe, Mg, Ca)SiO3로 표시되는데 Ca는 50% 미만이다. 감람석은 (Mg, Fe)2SiO4인데 마그마 온도가 높은 초창기에 정출된 광물이다. 현무암은 주로 달의 앞면에만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우리가 보는 옥토끼와 계수나무 부분이 현무암 지역이다. 지구에서도 분출된 현무암은 주변의 낮은 지형을 찾아 메운다.


고지의 회장암을 구성하는 광물의 비중은 사장석이 90%, 휘석이 10% 정도이고, 바다를 구성하는 현무암의 구성 광물비는 사장석 40%, 휘석 40%, 감람석 10%, 티탄철석이 10% 정도이다. 바다는 또한 Mg 계열의 암석인 Troctolite(감람석 + 사장석), Norite(자소휘석 반려암), KREEP(K, Rare Earth Elements, Phosphorus) 현무암을 포함하고 있다.


바다의 현무암은 지구의 현무암보다 철이 풍부하고 점성이 낮으며, 자성이 없는 상자성 광물인 티탄철석(ilmenite, ferro-titanic oxide)을 포함하고 있다. 아폴로의 최초 관찰 표본에서 고농도 티탄 함량이 관찰되기도 하였지만, 이후의 후속 연구에서 저농도 티탄 함량의 현무암도 보고되었다.



표토(regolith)


달의 표토, 출처: NASA


지구의 표토(regolith)는 풍화 암석의 부슬부슬한 토양을 의미하는 풍화 모채층에서 온 말로써 토양층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달의 표토(regolith)는 암석층이 수십억 년 동안 미소 운석 충돌(micro meteorite impacts)로 잘게 빻아져서, 매우 고운 알갱이가 된 표토층을 의미한다. 표토층의 두께는 바다에서는 4~5 m, 고원에서는 10~15 m 정도로 추정된다. 표토는 돌, 기반암으로부터 온 광물 조각, 충돌로 생긴 유리입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달 탐사 초기에는 실재 착륙해 보기 전에 얼마나 단단한지에 대한 과학적 확신이 없어 착륙선이 땅속으로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고원의 표토는 알루미늄(Al)과 실리카(SiO2)가 많은 반면, 바다의 표토는 Fe와 Mg가 풍부한 고철질(mafic) 성분이며, 상대적으로 실리카가 부족하다. 표토에는 태양풍 입자(He, Ne, C, N)도 포함하고 있어, 이들의 동위원소 분석으로 태양의 과거 활동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태양풍 입자 중에서 가장 많은 양성자(수소 원자핵, H)가 표면 암석의 산소와 결합하여 물분자(H2O)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달은 대기권이 없기 때문에 방사선과 미소 운석이 수시로 떨어지는 곳이다. 따라서 인간이 안전하게 거주하려면 건축물을 짓거나 동굴에 들어가야 한다. 동굴이 우리가 필요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표토를 이용하여 건축용 블록을 달 표면에서 만드는 방법이다. 철 성분이 있는 바다 부근의 표토를 태양전기를 이용하여 소결 시키면 건축용 블록을 만들 수 있다.


달의 자원


헬륨-3 (3He)

헬륨-3은 오염 없는 핵융합 원료로 기대되는 자원이다. 지구상에는 거의 없지만 달에는 2.47메가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지구는 약 4000톤 추정). 태양풍에 섞여 달에 도달하는 헬륨-3는 표면층의 티탄철석(ilmenite, FeTiO3)에 충적되는데 특히 고요의 바다에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3는 티탄철석을 섭씨 600~700도 정도로 가열하면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핵융합에 대한 기술적인 완성이 이루어지지는 않아 당장 자원화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2022년 12월 5일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에서 비로소 투입에너지 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 실정이다.


달의 헬륨-3 분포(ppb/m2), (a) 앞면 (b) 뒷면, 출처: Fa & Jin, 2007


티탄

헬륨-3을 함유한 광물을 티탄철석이라고 했는데 이는 철, 티탄, 산소로 이루어진 광물이다. 달 표토에는 티탄철석이 15% 정도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원소를 얻기에 가장 좋은 광물이다. 특히 티탄철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것은 규소, 알루미늄, 칼슘 또는 마그네슘을 분리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져 보다 매력적이다.


달 표토에는 금속 철이 니켈과 합금 상태로 존재하는데 낮은 지대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한다. 아폴로 16호가 가져온 시료에 따르면 74~1.0 μm 입도에서 철-니켈 함량은 0.15wt%로 나타났다. 달 전체에서 이 정도 함량이 존재한다면 철과 니켈은 달 표토에 최소 70억 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 원소

4차 산업의 발전에 따라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환경피해가 없는 달에 희토류가 많다면 희소식이 될 것이다. 현재 희토류가 풍부한 달 표면은 폭풍의 바다와 임므리움 분지가 알려져 있다. 아폴로와 루나 프로그램에 의해 회수된 암석에는 희토류를 미량 포함한 함석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함량이 지구보다 낮은 편이다. 물론 앞으로 자세한 탐사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경제성 있는 개발은 어려워 보인다.


달에는 물이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어느 지역에 얼마나 존재하느냐 이다. 당초 달은 물이 없는 바싹 마른 세계로 알려졌다. 대기가 없고 중력이 작아 극심한 온도 변화를 보이는 환경에서 휘발성 물질이 모두 우주공간으로 유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의 극지방 영구 음영지역(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에 얼음이 있다는 주장이 재기되었고 1994년 클레멘트 주선의 관측 증거가 나왔다. 이어 2009년 인도 챤드라얀 1호의 남극 충돌 실험 시 분출물에서 물분자가 발견되었다.


찬드라얀 1호의 충돌 실험에서 나타난 물의 흔적, 출처: ISRO/NASA/JPL-Caltech/USGS/Brown Univ.


뿐만 아니라 아폴로 17호가 가져온 달 암석에서도 615~1410ppm의 물분자가 유체 포유물 형태로 존재함이 최근에 보고되고 있다. 또 극지방이 아닌 태양빛이 입사되는 지역에서 100 ~400ppm의 물의 존재가 적외선 관측 결과 보고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물이 발견되면서 혜성 충돌 이외에 태양풍이 입사하면서 광물질과 반응하여 물분자 또는 수산기(OH)를 생성하고 광물 내에 축적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론이 등장하고 있다.


물은 우주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이며 향후 우주농업, 발사체의 산화제 등으로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만일 충분한 물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비교적 얻기 쉬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얻어 이를 전기 분해한다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어 획기적인 우주개발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도 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달에서의 물 채취 장비를 개발 준비 중이다.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이제 인류의 달 탐사는 초기 단계이다. 인간이 다녀온 것은 12명이며 전문자는 한두 명이고 나머지는 비행 관련 인력이었다. 아무리 출발 전 지질학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부차적인 임무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까지 가져온 월석도 착륙지 주변에서 눈에 띄는 것을 가져왔을 뿐이다. 북미대륙 만한 지역에서 고작 6군데에서 착륙선 주변의 암석을 주워 왔을 뿐이다. 따라서 달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그 양이 충분하지 않다. 결국 지질 전문가가 직접 달에 가서 조사를 해야만 정확한 내용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전문가를 보내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그전에 해결해야 할 안전에 대한 조치들이 많이 필요하다. 당분간 원격탐사에 의지하여 특징적인 장소만을 선별적으로 탐사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우주에서는 탐사의 대상인 광물자원이 매력적이지만 탐사,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도 막대하다. 이번에 다누리호를 달로 보내는 데만 해도 2000억 원대 중반의 비용이 들었다. 원격탐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탐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최종적인 개발에 있어서는 이보다 훨씬 큰 자금이 소용될 것은 틀림없다. 달에는 자원채굴을 위한 저렴한 임금의 원주민도 없고 개발에 가용할 만한 재료도 없다. 처음에는 모두 지구에서 실어 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누구보다 먼저 자원의 존재,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행성지질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광물자원이 없다는 이유로 전문인력의 양성에 소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우주 개발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우주는 누구에게나 처음이며 열려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적으로 하는 것이 로켓을 만들고 인공위성의 기술적인 성취만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참고문헌


1.     고호관, 2019, 우주로 가는 문 달, 마인드빌딩

2.     곽재식, 2022,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동아시아

3.     김경자, 2017, 달 자원 탐사와 달 기지 연구 동향, 암석학회지, 제26권 제4호, p.373~384

4.     김용하, 최성희, 유용재, 김경자, 2021, 우주과학자에게 필요한 달의 지형과 지질, 우주기술과 응용, 제1권 제2호, p. 217~240

5.     사이키 가즈토, 2021, 달은 대단하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6.     에드거 윌리엄스, 2015, 달 낭만의 달, 광기의 달, 반니

7.     이수정, 유경근, 2019, 달의 광물자원 회수 기술개발 현황, 한국자원공학회지, 제56권 제6호, p.665~675

8.     이언 스튜어트, 2018, 우주를 계산하다, 흐름출판

9.     Fa, W., Jin, Y-Q. 2007, Quantitative estimation of helium-3 spatial distribution in the lunar regolith layer. Icarus 190, 15-23.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https://brunch.co.kr/@8133d3a5098c4e4/39

https://brunch.co.kr/@8133d3a5098c4e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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