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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Dec 18. 2022

다누리가 다가선 달: 달의 구조

달의 지질학 3부작 III

달이 지구의 자식인가 아닌 가에 대한 친자 확인 소송은 아직 분명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다. 우연히 지나가던 행성이 포획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물론 지구의 자전에 의해 지구 물질이 떨어져 나갔다는 분열설도 신뢰를 잃었다. 남의 아이도 아니고 내 아이도 아닌 상황이다. 남아 있는 한 가지 가설은 절충안인 충돌설이다. 일단 달 표본에 따르면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의 유사성으로 볼 때는 분명히 한 핏줄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맥시코대(UNM)의 에릭 카노 등의 연구에 따르면 달 표면에서 깊이 내려갈수록 산소 동위원소 값의 차이가 나고 이는 지구보다 태양에서 먼 곳에서 테이아(Theia)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고 네이처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달의 충돌 전 테이아가 어디에서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일치된 견해는 없다. 테이아의 본적의 문제는 덮어놓고 달의 탄생과 구조만을 알아보자.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


지금까지 주장에 따르면 테이아는 마그마의 바다가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구를 빗겨 맞으면서 자신의 그것처럼 지구의 맨틀과 지각 성분을 우주로 쏟아 내었다. 그래서 달에는 철과 니켈 같은 무거운 원소가 상대적으로 없는 것이다. 이 충돌로 휘발성 성분은 기화되고 달에는 바짝 마른 성분들만 남게 된다. 지구 궤도상에 흩어진 맨틀과 지각 물질은 로슈 한계(Roche limit) 내인 지표면 1만 1,000km 이내의 물질은 지구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 보다 높은 곳을 떠돌던 물질은 불과 2~3년 만에 현재의 크기의 달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성 초기 달의 표면이 아직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였을 때, 현무암질 용암이 일종의 열하 분출의 형태로 흘러나와 평원과 분지의 낮은 곳을 채웠다. 이 부분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어두운 부분으로 바다(Maria)라고 불렀고 달의 앞면에는 30%의 면적을 차지한다. 이러한 화산 활동은 달이 식으면서 멈췄으며 이후에는 유사한 지질 활동의 흔적은 없다.


달의 충격 크레이터(impact creator)의 수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략 30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 지구에서는 판의 활동으로 옛날의 충격 크레이터는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판의 활동이 없는 달에는 탄생 이후 생긴 크레이터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물론 뒤에 생긴 크레이터는 먼저 생긴 크레이터를 지운다. 달에서 가장 큰 충격 크레이터는 남극의 아이트켄 분지(South Pole Aitken Basin)이다.  43억 년 전 지름이 수백 m에 달하는 천체가 남극 부근에 빗맞고 지나가면서 큰 분지를 남겨 놓았다. 이 분지는 주로 달의 뒷면에 걸쳐 있어 1960년대 달 탐사선이 가서야 알려졌다. 너비는 2,500km, 깊이는 약 6km이다. 달뿐만 아니라 태양계에서 가장 큰 충돌 분지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아이트켄 분지의 충격에 의해 달의 앞면 현무암 지대가 생성됐다는 주장이 나왔다(Matt at al., 2022).

남극의 아이트켄 분지(South Pole Aitken Basin), 출처: NASA


달의 암석의 연령을 조사해 보면 유독 39억 년의 연령을 가진 암석이 많다. 39억 년 전에는 달 표면이 운석에 의해 대규모 집중포화를 당한 시절이다. 이 시기에 생긴 직경 20km 이상의 대형 크레이터가 1,700여 개에 달한다. 이 시기를 ‘후기 운석 대충돌기(late Heavy Bombardment)라고 부르며, 태양계 전역에서 일어났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는데 화성과 목성 사이의 운석대가 목성의 중력으로 흩뿌려졌다는 이론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인류가 가본 달의 표면이 6군데에 불과하니 이건 표본의 오류일 수도 있다.


달의 지각 분화


달의 지각에서 지구와 다른 특징적인 점은 회장암이 넓게 분포한다는 점이다. 장석으로만 이루어진 이 암석은 지구상에는 규산염 광물이 대부분의 지각에 노출되어 있어 아주 드물다. 지구와의 충돌 과정에서 대부분의 규산염 광물이 기화되어 날아가 달에는 회장암이 지각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달이 형성될 당시 표면은 마그마의 바다였다는 가설(magma ocean hypothesis)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그마에서부터 광물들이 분별 정출하여 달 표면을 형성했을 것이다.

①    초기 마그마의 결정화 시기에 고온에서 정출되는 감람석(Olivine)과 휘석(Pyroxene)이 먼저 정출되고 마그마보다 무겁기 때문에 마그마 바닥에 쌓인다.

②    마그마의 3/4가 정출된 시점부터 정출온도가 낮은 사장석(Plagioclase feldspar)이 정출 되어 1억 년 내에 50km의 지각을 형성한다.

③    광물에 들어가기보다는 액체상태로 머물기를 선호하는 원소(불호정 원소, imcompatible elements)들은 농축되어 KREEP(칼륨-희유원소-인)가 풍부한 용암을 지각과 맨틀 사이에 형성한다. 이는 나중에 분출하여 Procellarum KREEP지대인 바다(대표적인 곳이 폭풍의 바다, 비의 바다)를 형성한다.

달의 심부 구조와 지각 분화, 출처: 김용하 외(2021)


달의 지질시대


지구의 지질시대는 화석의 상대적인 출현으로 정의하는데 달에는 이런 기준을 쓸 수 없다. 대안으로 대형 충돌 사건을 기준으로 한다. 표면 위성사진의 판독을 통하여 충돌구의 빈도와 크기가 현저히 달라지는 시기로 구분하고 절대 나이는 확보된 시료의 동위원소 나이 측정을 반영하여 결정한다. 즉 충돌 크레이터의 중첩을 일일이 따져서 선후관계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게 정확할 수는 없고 믿을 만한 표면 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임시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인류가 확보한 월면의 자료는 달 표면에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달의 지질시대는 크게 5개의 시기로 나누는데 그나마 고원지대에는 초기 2 시대의 구분이 어려워 선-임브라움기라고 통칭한다. 달의 지질시대를 과거로부터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선-넥타리스 기(Pre-Nectarian, 45~39.2억 년전): 달의 탄생에서 감로주의 바다 분지를 만든 넥차리스 충돌 사건 전까지의 시기로 30개의 분지가 생성되었고 가장 오래된 것은 남극 아이트켄 분지다.

②    넥타리스 기(Nectarian, 39.2~38.5억 년전): 넥타리스 충돌과 임브리움 충돌 사이의 짧은 기간으로 12개의 가중 환 충돌 분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평온의 바다와 위난의 바다 분지가 대표적이다.

③    임브리움 기(Imbrian, 38.5~32억 년전): 전기 임브리움 충돌과 후기 오리엔탈 충돌로 나뉜다. 후기에 현재 보이는 바다의 2/3가 형성되면서 이전의 충돌구를 모두 지워 버렸다고 한다.

④    에라토스테네 기(Eratosthenian, 32.0~11억 년전): 시대 구분이 다소 임의적인데 충돌구의 광조(밝게 뻗어 나온 부분, rays)가 우주 풍화로 유실되는 시점까지를 말한다. 폭풍의 바다가 해당된다. 달의 지질시대 중 가장 긴 시간이라 향후 시료 연구로 보충되어야 할 기간이다.

⑤    코페르니쿠스 기(Copernican, 11.0억 년전~현재): 충돌구의 광조가 남아 있는 충돌구의 시기이다.

표준 달의 지질시대표, 출처: 김용하 외(2021)


달의 내부구조

 

지구의 내부구조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잘 알려졌지만 어떤 행성의 내부 구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지진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서 달에는 5개의 지진계가 설치됐는데 1977년 9월 30일에 마지막 지진계가 멈추었다. 모든 지진계는 달의 앞면에 설치되어 있어 핵에서 반사되는 지진파를 측정할 수 없어 핵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다. 지진관측소는 착륙선의 번호에 따라 11, 12, 14, 15, 16으로 정해졌는데 11호는 21일 간만 작동하다 멈추었다. 게다가 12호와 14호는 약 180km 만 떨어져 있어 거의 하나의 관측소와 다름없다. 관측소 14, 15, 16은 한 변이 약 1200km인 정삼각형 형태로 분포한다. 현재 달 표면에 지진계는 없다.


9년간 총 59회의 지진계 작동이 감지되었다. 그중 27회는 유성체 충돌, 8회는 진앙이 200km 이내인 천발 월진, 나머지 24회는 진앙이 835~1200 km인 심발 월진으로 구분되었다. 이에 따라 표준 달 심부 모델이 개발되었다. 달의 밀도는 3.346kg/m3로 지구에 비해 현저히 적어 철, 금속 함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의 핵은 지진자료로 구할 수 없어 전체 질량, 관성 모멘트 및 칭동 변화로 추정하는데, 크기는 308±40km, 밀도는 5200±1000kg/m3로 알려졌다. 지각 두께는 GRAIL 위성의 분석 결과 50~65km로 추정되었다.


아폴로 16호가 설치한 지진계, 출처: NASA


월진의 특징은 심발 월진의 경우 약 27일과 206일의 주기성을 갖는 월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태양과 지구에 의한 조석 응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 표면은 12일의 낮과 14일의 밤이 있는데, 이때 달 표면의 온도는 영하 100도에서 영상 100도까지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암석이 열 팽창과 수축 과정을 겪으면서 응력 충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열지진이 발생한다. 주로 아침과 저녁에 발생한다고 한다. 이밖에 운석이나 우주탐사선 고의 충돌에 의해 지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발생 위치와 깊이가 확실하고 핵실험 같이 압축파인 P파만 발생시켜 유용한 연구자료가 된다.


달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궁극적으로 달에 인간이 거주하고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기나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변덕스러운 정치적인 여론에 휘말리지 않고 꾸준한 투자를 하여야 할 것이다. 달에 대한 탐사는 이제껏 인류가 시도해본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그 이상과 목표가 높고 장구한 일이다. 우리가 달에 대해 공부하여야 할 이유이기도 한다.


참고문헌


1.     강태섭, 2009, 달 지진과 내부구조, 지질학회지 제45권 제6호, p. 681~695

2.     김용하, 최성희, 유용재, 김경자, 2021, 우주과학자에게 필요한 달의 지형과 지질, 우주기술과 응용, 제1권 제2호, p. 217~240

3.     로버트 M. 헤이즌, 2014, 지구이야기, 뿌리와 이파리

4.     애드거 윌리엄스, 2015, 달: 낭만의 달 광기의 달, 반니

5.     이승렬, 2009, 달 탐사의 과학적 배경, 지질학회지 제45권 제6호, p.657~669

6.     Erick Cano, Zachary D. Sharp, Charles K. Shearer, 2020, Distinct oxygen isotope compositions of the Earth and Moon, Nature Geoscience volume 13, pages270–274

7.     Matt J. Jones, Alexander J. Evans, Brandon C. Johnson, Mattew B. Weller, Jeffrey C. Andrews-hanna, Sonia M. Tikoo, AND James T. Keane, 2022, A South Pole–Aitken impact origin of the lunar compositional asymmetry, SCIENCE ADVANCES Vol 8, Issue 14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https://brunch.co.kr/@8133d3a5098c4e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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