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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 지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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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Dec 15. 2022

다누리가 다가선 달: 달의 기원

달의 지질학 3부작 I

2022년 8월 29일 다누리가 촬영한 지구와 달,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의 첫 달 궤도위성인 다누리(KPLO)가 2022년 12월 17일에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당초 계획된 측정장비의 무게보다 욕심이 나는 새 특정 장비를 싣느라고 연료를 절감하는 저 에너지 전이 귀도를 선택한 결과 3일 만에 갈 수 있는 달을 4.5개월에 걸쳐 날아갔다. 현재까지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는 다누리는 17일부터 수차례에 거친 감속으로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다누리  달 궤도 위성,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은 인류가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함께 했다. 인류가 진화한 300만 년은 천문학적이나 지질학적 시간의 척도로 봤을 때 매우 짧은 시간이다. 현재의 달은 아마도 지구의 생성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류는 인지능력이 생긴 직후부터 달에 열망했을 것이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을 방문한 때는 1972년 12월 7일 발사된 아폴로 17호 때이다. 딱 50년 전이다. 12명의 인간이 달에 발을 디뎠다. 그 후 인류는 달을 빼고 우주정거장과 다른 행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동안의 과학기술의 발전, 과학 픽션 부분의 흥행 등으로 인류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목표는 화성으로의 여행이며 그 중간 기지로서 달에 대한 유인탐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전통 우주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이외에 EU, 중국, 인도, 아랍에미레이트 등의 우주선이 발사되었고 한국은 이제 인류의 7번째 국가로서 달에 다가선다.

해리슨 H. 슈미츠, 출처: NASA


최후의 아폴로 계획인 17호의 목적은 분지 주위의 고지대 물질과 바다 암석의 샘플 채취, 이들의 지질학적 진화 관계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착륙선 조종사인 해리슨 슈미트(Harison Schmitt, 1935~)는 지질학자로 나중에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다. 칼텍에서 학부를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원래 승무원들의 지질학 훈련을 담당했으나 아폴로 18호와 19호가 취소되면서 전문 지질학자의 탑승에 대한 요청이 대두되어 아폴로 17호에 탑승하게 된다. 지구의 상징적인 사진이 ‘블루마블’을 찍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 <마션>


천문학자 심채경은 그의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 “이미 반세기 전에 달에 탐사선을 보냈던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달은 밤하늘에 떠 있는 천체가 아닌 ‘지질학적 대상’인지 오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운수 나쁘게 화성에 남겨진 동료 ‘와트니’의 생존기를 그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 The Martian>(2015)에서 아레스 3 탐사대의 사령관 멜리사 루이스도 지질학자다.


이번 다누리의 임무도 달 표면 관측 및 착륙 후보지의 촬영, 자기장의 측정, 자원탐사를 위한 감마선 분광 측정, 달 표면 편광 지도 제작, 얼음의 존재 파악을 위한 음영지역 촬영이다. 지질학적인 주제이며 원격탐사에 해당한다. 결국 달의 생성에 대한 연구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달은 지름이 3,476km로 지구의 1/4이고 표면적은 아프리카 대륙이나 북 아메리카 대륙만 하다. 평균 밀도는 3.34g/cm3로 전체 질량은 지구의 1/80이다. 달의 핵은 전체 질량의 2% 미만으로 추정하는데 이 때문에 중력은 지구의 1/6 정도이다. 자기장과 대기는 없다. 달은 태양계에서 모 행성에 비해 아주 큰 위성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어떻게 현재의 달이 있게 되었는지가 가장 큰 논란의 핵심이었다.


달의 기원에 대해서는 켈빈 경의 “쌍둥이설’, 다른 곳에서 생긴 달이 지구 궤도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잡혔다는 ‘포획설’, 찰스 다윈의 둘째 아들인 조지 다윈의 ‘분열설’ 등이 주장됐으나 궤도의 불안정, 변화, 지구와 동질적인 지질구조, 지구 자전 속도의 부족 등으로 제외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 충돌설이 나타나게 된다.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 출처 : NASA/JPL-Caltech


45억 년 전 지구가 지금의 지구보다 작고 아직 마그마 바다가 충분히 식지 않았을 시기에 화성 크기만 한 미지의 행성인 ‘테이아 Theia’가 지구와 비스듬히 충돌하여 부서진 파편에서 달이 만들어졌다는 이론이 등장하였다. 그 충돌로 지구는 자전축이 크게 흔들렸고 각운동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테이아의 핵 부분이 지구로 흡수되고 맨틀 부분은 파괴되어 주변 공간에 띠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파편 중의 일부는 달을 형성하고 나머지는 지구에 떨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최초의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따라 공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당시 지구의 자전 시간은 5시간 내외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천체는 조석 작용으로 서로를 잡아당겨 자전 속도를 늦추게 되는데 이에 따라 달은 점점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은 지구에 한쪽 면 만을 보이는 조석 고정(tidal locking)이 된다. 조석 고정은 태양계 위성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허블 망원경이 찍은 달의 앞면, 1991, 출처: NASA


지구에게 철과 니켈의 핵 부분을 기부해버린 테이아는 빈약한 핵을 가지게 되고 많은 방사성 원소도 잃게 된다. 그 증거가 지금 달 표면에 잘 남아있는 크레이터 흔적이다. 반면 지구는 충분한 금속 핵을 얻게 되어 자기장이 생기고 충분한 방사성 원소도 보유하게 된다. 이는 생명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우주선의 방패가 되고 판구조 운동을 일으키는 열적 동력원이 되었을 것이다. 크레이터는 크기가 월등한 지구에서 더 많이 만들어졌겠지만 판구조 운동과 풍화작용으로 지금은 존재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아직 충돌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불확실한 상태이다. 테이아가 만들어진 곳의 위치, 충돌 후의 구체적인 과정, 충돌 후 지질 활동 등 풀어야 할 숙제가 가득이다. 문제를 풀면서 인류는 다른 행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서를 얻게 될 것이다. 지구는 우리 인류의 고향임이 분명하지만 여행 후 돌아올 집이기도 하다. 이제 인류의 여행이 우리 대한민국의 힘으로 좀 더 나아가게 될 시대를 기대해 본다.


참고서적


1.     고호관, 2019, 우주로 가는 문 달, 마인드빌딩

2.     곽재식, 2022,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동아시아

3.     사이키 가즈토, 2021, 달은 대단하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4.     심채경, 202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5.     에드거 윌리엄스, 2015, 달 낭만의 달, 광기의 달, 반니

6.     이언 스튜어트, 2018, 우주를 계산하다, 흐름출판


전영식,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https://brunch.co.kr/@8133d3a5098c4e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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