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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산불, 재난 속의 우리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2025년 3월 22일 발생한 전국 다중 대형 산불이 진화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경상북도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6조). 이는 지난 2022년 3월 울진, 삼척 대형 산불 이후 3년 만이다. 그 이전에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사례는 양양산불(2005. 4.), 태안기름유출 사고(2007.12), 고성-속초, 강릉-동해 산불(2019.4) 등이 있다.


한편 동법 제46조에 따르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법에 정한 재난에 대한 징후를 식별하거나 재난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위험 수준, 발생 가능성 등을 판단하여 그에 부합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위기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산불 사태에 대해 행안부 장관은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렸다.


그 밖에 산불대응 기관인 산림청은 산청, 의성, 울산 울주에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23일 오후 15시 현재 산불경보 수준은 모든 산불발생 지역에서 가장 높은 심각단계이다. 강한 산불이 번져 23일 오전 현재 의성 951명, 산청 335명, 울주 80명, 김해 148명 등 모두 1,51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여 주변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한 상황이다.


산림청_01.jpg 2025년 3월 23일 오전 산림청 홈페이지 산불경보 현황
산불대응단계.jpg 산불 대응 단계, 출처: 산불재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산청 산불은 사상자도 발생했다. 진화 작업에 나섰던 인근지역 창녕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의성에서는 주택 24동이 전소되었고, 공립요양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 219명이 인근지역으로 이송됐다. 의성 화재는 성묘객의 실화가 원인으로 보도되고 있다.


산청 덕천강휴게소 인근_20230323 11시05분.jpg 산청 산불로 대기가 뿌옇다, 국도 20번 덕천강휴게소 인근, 2025년 3월 23일 11시경


산림청의 실시간 산불정보에 따르면 23일 오후 들어 추가 산불이 경북 경산, 경주, 통영, 함양과 충북 옥천, 경기도 동두천, 파주, 남양주에서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비교적 강설량이 많았던 강원과 전라도 지역을 제외하고 산불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예전에 양양산불(2005)과 고성-속초, 강릉-동해산불(2019)이 식목일인 4월 5일에 발생한 점과 한식이 다가옴에 따라 성묘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바짝 마른 산에서 불씨 관리에 철저히 해야겠다.


산림청_2503231514.jpg 실시간 산불 정보(2025.3.23, 15시경), 산림청


비슷한 시기와 조건에서 발생한 2022년 3월 4일 울진-삼척, 강릉-동해 산불은 각각 5일, 11일 만에 진화가 되었다. 날이 밝아 헬기투입이 가능해지면 진화율이 올라가다가, 밤이 되면 다시 번지는 것이 반복됐다. 이번 산불의 진화도 오래 걸릴까 걱정이다.


skoreafires_amo_202264_lrg.jpg 2022년 3월 5일 발생한 울진-삼척, 강릉-동해 산불, Source: NASA Earth Observatory image by Lauren Dauphin


산불이란 무엇인가


산불(wildfire, forest fire)은 산에서 나는 불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실화, 방화거나 자연적 현상에 의해 일어난 것이건 구분하지 않는다. 산불의 특징은 일단 한 번 일어나게 되면 지형 특성상 진화가 어렵고, 그 지역은 대부분 초토화되어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빠른 산불(Fast Fire)은 수 km까지 불씨를 옮기기도 한다.


또한 타고 남은 재 등에서 심각한 정도의 중금속이 발생하며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여 대기를 오염시키고, 하천수 등이 알칼리화되어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에게는 연기와 미세먼지는 일반 미세먼지보다 독성이 훨씬 더 높아 폐질환, 호흡기 질환 같은 것들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흔히 산불의 3요소로 연료, 지형, 열을 꼽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연료는 소나무류, 지형은 남서향으로 남북으로 뻗은 사면 그리고 건조하고 온도가 높은 봄철(2018~2020년, 3~5월이 54% 차지)에 산불이 가장 많다. 산불 발생 위험성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강수량, 습도와 반비례하며 실질적으로 국내 대부분의 산불은 동남지방 쪽이 가장 빈번하고 심하게 일어난다.


산불은 진압하기 매우 까다롭다. 숲을 이루는 수많은 산림 부산물, 나무 등은 바싹 말라 쉽게 불이 붙기 쉬운 땔감들이 널려 있어 한번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잔불정리가 제대로 안되면 밑에 깔려 있던 불씨가 다시 발화(지중발화)하기도 한다. 화재 면적도 집 한두 채와는 상대가 안될 정도로 넓고, 산악이라는 지형 특성상 소방차 진입도 제한적이고, 소방관이 활동하기도 어렵다. 소방 헬기나 드론 정도나 제대로 진입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휴대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진압은 고사하고 목숨 건지기에도 급급해야 한다.


전 세계 산불의 발생 추이


1911-_Wildfire_disasters_-_worldwide.svg_RCraig09.png 1911~2022년까지의 전 세계 산불발생 추이, 위키미디어: RCraig09(Haddad et. al., 2022)


위 그래프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루뱅(UCLouvin) 대학교에서 운영되는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의 데이터 베이스에서 인용된 산불자료이다. 1911년부터 수집된 470개의 산불에 대한 데이터이다. 기준은 10명 이상의 사망 또는 100명 이상에게 영향을 준 케이스이다. 아무리 피해가 커도 1개로 카운팅 되는 단점은 있지만, 2000년에 피크를 나타내고 있다. 20년 평균 발생건수는 2015년까지 증가하다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다. 대피가 잘되면 넓은 지역에 불이나도 피해규모가 줄 수는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산불로는 2019년 아마존 산불(피해면적 4만 ㎢, 화전이 원인,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파라과이 피해), 2019-2000년 오스트레일리아 산불(피해면적 107,000 ㎢, 34명 사망, 5,900채 소실, 수많은 야생동물 사망), 2020년 시베리아 산불(수백만 헥타르 산림 손실, 북극권 피해와 영구 동토층 해빙 문제), 그리고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첨부 기사 참조)이 있다.


china russia_Asia_vir_2021111_NASA Earth observatory.jpg 2021년 4월 21일의 중국과 러시아의 산불. NASA Earth observatory


일반적인 이야기는 지구온난화로 지구기후가 극단화됨에 따라 그 결과로 홍수와 가뭄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도 극단적인 기후의 변화를 겪어와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산불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예전과는 달리 빈도도 증가하고 피해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일단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식생이 모두 파괴되어, 다음에 산불이 발생할 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 지역이 강원도 및 경북 동해안 및 경남북 내륙에 지리적으로 집중되어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산불이나 지구온난화 관련 자료는 긍정적인 데이터를 내기가 이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가 안전해지면서 국지적인 수해, 산불과 같이 순간적인 대응이 어려운 재해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먼저 대응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단순히 피해면적만으로 정의되는 산불을 더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정리하여야 한다. 정지궤도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한층 대비가 수월해질 것이다.


요즘은 산불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고양되어, 산과 들에서 실화 등으로 나는 화재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임목축적량이 많아지고 기후가 점점 온난화되면서 자연적인 발생건수와 피해규모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모든 불이 그렇지만 산불도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초동진화에 실패하면 반드시 관계기관의 지시에 따라 대피하여야 한다. 산불의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 초기대응 시스템의 구축, 대피계획의 수립 등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1. 산림청 홈페이지

2. 위키미디어

3. 행정안정부 재난안전데이터공유플랫폼

4. Haddad, Mohammed; Hussein, Mohammed. Mapping wildfires around the world.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 CRED / August 18, 2021"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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