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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반달이 떴을까?

생활 속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2025년 5월 5일은 음력 4월 8일이다.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2025년은 불기(佛紀) 2569년이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가 같은 날로 기념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은 좀 다르다. 북방불교(대승불교)권인 한국, 중국, 대만 그리고 일본은 4월 8일이다. 단 일본은 양력 4월 8일로 기념한다. 남방불교(상좌부불교)권인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은 음력 4월 15일로 축하하는데, 이날을 베삭 데이(Vesak Day)라고 부른다. 유엔에서는 음력 4월 15일을 '유엔 베삭 데이'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는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Borobudur)에서 열린 불기 2555년 베삭 데이 기념식, 위키미디어: pwbaker


한국,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는 공휴일이다. 중국, 일본, 대만은 공휴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었는데, 성탄절이 194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던 것에 비해, 부처님 오신 날 공휴일 지정은 꽤 늦은 편이었다. 신자수가 기독교와 비슷하며 전통적인 종교라는 점에서 휴일지정의 목소리가 컸으나 보수 개신교 측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나무위키). 이에 불교계측에서 그럼 공평하게 성탄절도 빼버리면 공휴일 지정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조용해졌다고 한다. 2017년까지는 석가탄신일로 불려 왔으나 201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공식 명칭이 변경됐다.


불교가 국교인 동남아시아 국가는 베삭 데이가 공휴일이다. 한국 불교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포함하여 성도재일(음력 12월 15일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날), 출가재일(음력 2월 8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 등을 4대 명절로 지키고 있다.


2015년 연등축제, 위키미디어: Jude Lee
파주 보광사 연등, ⓒ 전영식


부처님 오신 날은 석가(고타마 시타르타)가 룸비니(Rumbini) 동산에서 태어난 날을 기념한다. 단순한 탄생을 넘어 어둠 속에 빛을 밝힌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비와 지혜를 세상에 전한 축복된 날로 불린다.


룸비니의 부처님 탄생 장소, 위키미디어: Vyacheslav Argenberg


시타르 타는 어머니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쳤다고 전해진다. 이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아홉 용이 나타나 향기로운 물을 뿜어 아기 부처를 목욕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연등회와 불상을 목욕시키는 관불회는 여기에서 유래됐다.


부처님의 탄생일에 대해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불본행집경> 7권, <과거현재인과경> 1권에서는 2월 8일을 주장하고, <서역기> 6권 등에서는 3월 8일 또는 3월 15일을 탄생일로 보고 있다. <태자서응본기경> 상권, <불소행찬> 1권 등에는 음력 4월 8일을 탄생일로 보고 있다(불교신문).


과거의 달력을 기준으로, 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치던 방식에서 음력 4월 8일은 지금의 정월을 기준으로 따지면 음력 2월 8일이 된다. 따라서 음력 2월 8일이 맞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반달이 뜨는 것이 맞는 셈이다.


남방불교(상좌부불교) 국가에서는 인도력 2월인 바이사카(Vaiskha)월 보름에 태어났다고 믿는데, 태음태양력인 인도국가력(사카 삼밧, Saka Samvat)으로 2월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의 4~5월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경우 4월 15일을 탄생일로 본다.


2025년 초파일의 달의 위상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오신 날이고 서기는 예수님 탄생 후부터 따진다. 하지만 불기(佛紀)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때 시작된다. 그래서 불멸기원(佛滅紀元)이라고 하고 줄여서 불기라고 부른다. 전해져 내려오는 정확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1956년 WFB(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세계 불교도 우의회)에서 부처님의 열반 시점을 BC 544년으로 통일하여 기산점으로 삼고 있다. 2025년은 불기(佛紀) 2569년이고 태국은 불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의 불상, 위키미디어: Benjamin Krause


우리의 부처님 오신 날에는 반달이 뜰 것이다. 물론 정확한 날짜가 있으면 좋겠지만,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인이 전하는 사상과 생활의 기준으로서의 종교적인 성찰을 해보는 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2월 8일이면 어떻고 4월 8일이면 달라질까? 반달이 뜨나 보름달이 뜨나 내 마음에 뜨는 달이 더 소중할 것이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천태종에서는 "중생의 세계는 도피처가 없으나 여래의 땅은 흔들림 없이 안온하다, 저 한 송이 꽃, 흔들리는 풀 끝마다 각각 빛나는 진리를 보아라"라고 봉축법어를 발표했다. 괜히 복잡하고 혼란스런 세상에서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마음 다스림을 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참고문헌


1. 나무위키

2. 부처님 탄생 7가지 궁금증, 불교신문, 2007.5.21

3. 위키미디어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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