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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May 15. 2024

석가모니, 망고나무 아래서 깨닫다

생활 속 과학 이야기

수입과일 전성기


2023년의 작황부진으로 국산 과일의 가격이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물가관리를 위한 정부의 대책에 영향을 받아 수입과일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1개 신선 및 냉동 과일, 가공품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했는데, 4월에는 키위,체리 등을 추가하여 29종으로 대상 품목을 늘렸다. 이에 사과, 배 등의 가격이 너무 올라, 서민들은 가성비 높은 수입과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조처의 영향으로 당분간 수입과일의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6월까지로 예정된 할당관세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산 햇과일이 출하될 때까지는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 후에는 국내 과수농가 보호를 위해 제도운영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입과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지금부터 가을까지라고 보면 되겠다. 다행히 올해 국내과일의 작황은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수입과일의 종류는 우리가 잘 아는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키위, 레몬이 있고 포도, 망고, 아보카도도 수입이 증가세이다. 오늘은 석가모니 부처님 오신 날이니 망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부처님과 망고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망고


망고(Mango, Mangifera indica),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r. Raju Kasambe


망고는 옻나무과 망고속에 속하는 아열대 ~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와 그 열매이다.  원래는 나무이름이 망나무이고 그 열매라고 해서 망고라고 부른다. 망고는 그 향에 놀라고 달콤한 즙에 두 번 놀란다. 마지막으로 먹다 보면 나타나는 너무 커다란 씨앗에 놀라고 허탈해진다. 워낙 씨앗이 커서 일반과일과는 다르게 껍질을 벗기지 않고 과육 부분만 갈라서 격자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포크나 스푼으로 떠먹는다. 


망고 먹는 방법, Source: wikimedia commons by Liangent


화석상의 기록으로는 신생대 3기 중간쯤인 2500~3500만 년 전부터 나타난다. 재배는 기원전 4000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인간이 사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다. 어떤 흙에서나 잘 자라고 많은 양의 햇빛과 물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당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는 뚜렷한 건기가 있어야 한다. 기온이 7 도아하인 곳에서는 얼어 죽기 때문에 최소 10도 이상은 되어야 나무가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는데, 제주도가 가장 넓고 전라남도 영광, 고흥, 경상남도 김해, 함안 등에도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농업진흥청, 2017~2019)


수입 망고는 미숙성 상태에서 배를 오래 타고 오지만, 국내산 망고는 숙성된 상태에서 나무에서 딴다. 그래서 오히려 망고는 국내산이 더 맛있다. 수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열대과일이 한국산이 더 맛있다니 재미있다. 옻나무과라서 씨앗 근처를 먹으면 입술이 가려울 수 있으니 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하길 바란다. 내가 옻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으면 망고 씨앗을 먹어보면 된다. 


부처와 망고


망고는 아열대 ~ 열대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인도이다.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를 보면 1위 인도의 생산량은 2,182만 톤으로 압도적이다. 그 뒤로는 중국(485만 톤), 태국(380만 톤) 인도네시아(308만 톤)이로 엇비슷하다.


상황이 이러니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권에서 망고는 큰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이 지역이 힌두교와 불교의 문화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망고는 깨달음의 과일,  지혜의 열매, 사랑의 과일, 화합의 열매로도 불린다. 

인도의 망고나무, Source: wikimedia commons by MGB CEE


우리는 흔히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보리수(菩提樹)에서 보리(菩提)란 깨달음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Bodhi에서 온말이다. 즉 특정나무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깨달음을 얻은 나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망고나무였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망고나무가 없으니 애꿎은 보리수나무가 그 역할을 떠맡았다는 것이다. 


망고나무숲은 붓다의 생애에 걸쳐 자주 등장한다. 석가가 출가 후 말라 국의 아노마 강 주변 아누삐야(Anūpiya)의 한 망고나무숲으로 들어가 홀로 수행을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꼼짝도하지 않고 참선에 들었는데, 여성 수행자들을 만난 후 수행은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승을 찾아 지도를 받으며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숲을 나섰다.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라는 두 위대한 선정 수행자들을 만나 수 있던 계기가 바로 망고나무숲이었다.  


지바카라마 비하라(Jivakarama vihara), Source: wikimedia commons by Sumitsurai


석가모니 당시 국왕이나 부자들은 자신의 망고동산을 붓다에게 기증하곤 했다. 망고동산을 기증한 배경 가운데에는 망고가 성스러운 식물이고 붓다도 망고를 좋아한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붓다가 날란다를 들릴 때 설법을 했던 곳이 빠와리까(Pāvārika) 망고 숲이었고, 망고지기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을 가진 웨살리의 기녀 암바팔리가 기증한 암라수원정사(菴羅樹園精舎), 붓다의 주치의 지바카가 붓다의 상가에 기증한 것도 망고동산(암라바나)이었다(현재의 지바카라마 비하라). 


또 석가모니가 한송이 연꽃을 들고 있을 때, 제자인 마하가섭이 빙그레 웃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장소인 영취산(Gridhrakuta)도 북인도의 도시 바이샬리(Vaisali)의 한적한 망고나무 동산이었다. 


흔히 스라바스티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석가모니가 이교도와 이적 대결을 벌일 장소도 사왓티 기원정사 인근의 망고나무숲이다. “사왓티의 동쪽 암라나무 숲에서 신통을 보이겠노라.” 원래 제자들에게 신통(수행을 통해 얻은 초능력)을 금했던 붓다는 ‘도리천에 계신 어머니를 제도하기 위해, 이교도를 제압하기 위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사위성의 기적(The Great Miracle at Shravasti), Cleveland Museum of Art, Source: wiki. com. by public domai

붓다는 망고나무숲에서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천천히 망고를 먹었다. 망고를 다 먹은 붓다는 망고 씨를 땅에 심었다. 그때, 땅 속의 망고 씨가 싹을 틔우더니 파죽지세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붓다는 몸을 하늘 위로 띄어 올려 상반신에서 불을 뿜었고, 하반신에서 물을 뿜는 기적(사위성의 기적 도판 참조)을 보였다(쌍신변의). 또 연못에서는 금빛의 거대한 연꽃들이 피어났다. 이어 부처는 많은 연꽃 위에 자신의 분신들을 만들어내었다. 분신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군중들을 교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수많은 군중들은 불교에 귀의하였고, 놀란 이교도들은 달아났다. 기적을 보인 부처는 곧장 어머니 마야부인이 있는 도솔천으로 올라가 3개월간 설법을 하고 내려왔다고 한다. 




석가모니는 제자 아난과 춘다에게 “네가 영혼을 보았느냐”라고 물었다. 제자들은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석가가 다시 말하기를 “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라며 영혼의 존재를 부정했다. 


영혼을 믿지 않았던 석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극락도 인정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영혼도 없고 윤회설도 없다면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석가모니는 “영혼은 없지만, 재생은 있다”라며, “망고나무에 망고가 열리면 그 망고가 떨어져서 다시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떨어져서 또다시 열매를 맺으므로 원래 망고나무는 사라졌어도 망고는 계속 재생된다. 그러나 그 망고나무에 영혼은 없다”라고 했다. 




여러 문화권의 상징 과일


문화권마다 나라마다 상징으로 삼는 동물, 나무, 과일은 다 다르다. 기독교의 서양에서는 사과가 그것이다. 선악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이 사과이고, 백설공주도 사과를 잘못 먹었고,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도 사과를 먹고 죽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핸드폰과 노트북의 로고도 튜닝이 베어 물었던 사과이다. 이슬람의 상징과일은 석류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복숭아가 대표적이다. 삼천갑자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은 하늘나라의 천도복숭아를 훔쳐먹고 장수를 누렸고(하지만 염라대왕이 보낸 사자의 재치에 넘어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났고 이는 분당을 흐르는 탄천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유비, 관우, 장비가 형제의 맹세를 한 '도원결의'도 복숭아 밭이다.  안견의 그 유명한 그림인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도 복숭아밭을 그린 그림이다. 


마트에 가면 이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싼 가격의 망고가 들어와 있다. 석가탄신일에 가벼워진 지갑이라도 열어 모처럼 열대과일인 망고를 사 먹으며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윤덕노, 과일로 읽는 세계사,타인의 사유, 2021

2. 한국농촌경제연구소, 과일, 농업관측센터, 2024년 5월호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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