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New Zealand)는 13세기에 마오리족이 상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네덜란드의 항해가 아벌 타스만(1603~1659, Abel Tasman)이 1642년~1644년 사이에 처음 발견한 후에 서방에 알려졌다. 그래서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타스만이란 지역명칭이 여기저기 있다. 우리는 남반구에 있어 한국과 계절이 반대고, 공해 산업이 적어 청정한 자연의 이미지, 인구(2022.3 기준 520만 명)보다 양이 더 많은(2022 기준 2,530만 마리, 뉴질랜드 통계청) 멀고 먼 나라 정도로 알려졌다.
절대 반지가 뉴질랜드를 먹여 살렸다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 포스터, 제공: (주)디스테이션
하지만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절대반지를 놓고 군상의 갈등과 욕망을 그린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영화 모두가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었고 상영된 이후 뉴질랜드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150곳이 넘는 촬영지들의 경치가 자연스럽게 홍보되면서 관광 수익에서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영화가 상영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전체 인구수와 비슷한 400만 명의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찾아들었고, 이후 관련 영화인 <호빗>이 나온 뒤에는 뉴질랜드 관광 수입의 20%를 반지의 제왕 팬들이 올려주었다. 이를 주인공의 이름을 딴 '프로도 이코노미 효과(Frodo Economy Effect)'라고 한다.
영국의 소설가 톨킨(J. R. R. Tolkien)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ad of the Rungs)'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7월 29일에 출간되기 시작하여 1955년 11월에 3권이 완성되었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상업적 성공으로 판타지 장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 기념비적 작품이다. 최근 5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4위라고 한다. 참고로 1~3위는 성경, 마오쩌둥 어록, 해리포터이다.
훈장 받는 피터 잭슨 감독(2013),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ew Zealand Government
책은 영국에서 나왔지만, 영화는 뉴질랜드 출신 감독인 피터 잭슨 경(Sir Peter Jackson)에 의해 전 3편이 2001~2003년에 차례로 개봉됐다. 영화 잘 만들어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하지만 사진 속 몸매는 영화 속 기사와는 사뭇 다르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2)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되었고 2002년 아카데미상을 사상 최다인 11개 부문에서 휩쓸었다(벤허(1959), 타이타닉(1997)과 동률).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구성된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도 북섬과 남섬에 나눠져 있어 뉴질랜드의 자연을 제대로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영화에서 중간계(Middle-Earth)로 묘사된 대륙에서 잘 알려진 곳으로는 호빗마을인 호비튼 무비세트(Village of Hobbiton), 절대반지가 만들어지고 파괴된 마운트 둠, 로한 왕국의 에도라스로 설정된 마운트 선데이(Mount Sunday),
호비튼 무비세트(Village of Hobbiton)
호비튼 마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Maksym Kozlenko
마을 이름인 호비튼(Hobbiton)은 1편인 반지원정대와 후속작 <호빗> 시리즈에 등장한 호빗 마을이다. 사진처럼 동굴 집도 있고 일반 집도 있다. 한국돈 10만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는데, 스머프 마을같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현재는 들어가 볼 수는 없고 외형만인데, 앞으로는 실내도 영화처럼 꾸며 공개할 예정이란다.
오클랜드에서 남동쪽으로 170km 떨어진 중부지방 와이카토에 위치하며 차로 2시간 내외가 걸린다. 반지원정대 때 촬영 후 철거했으나, 호빗 시리즈 촬영 시에 영구적인 시설물로 건설했다고 한다. 특별한 경관보다는 세트를 충실히 재현해 놓고 이것저것 소품을 진열해 놓았는데,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가볼 만하다고 한다.
마운트 둠(Mt. Doom)
Mount Ngauruhoe, 영화 속 운명의 산 계곡, Source: wikimedia commons by Geoff McKay
절대 반지가 만들어진 곳이고, 절대 반지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마운트 둠이다. 모르도르의 북서쪽 귀퉁이에 다른 산맥에 둘러싸인 외딴 화산이다. 영화에서는 사우론의 세력이 강해질수록 분출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화산의 형태는 원뿔형 층산화산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화산은 기저부는 현무암, 안산암 계열의 용암이 존재하고, 상층부에는 점성이 높은 안산암 내지 조면암 계통의 용암이 나타난다. 현실의 장소는 북섬의 중앙 부분인 타우포 호수 20km 남쪽의 통가리로산(Mount Tongariro, 1978m)이다. 2012년 분화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블루 레이크(blue Lake), Source: wikimedia commons by Yogi de
통가리로 산은 고대 마오리에게 신앙의 장소로 숭배된 루아페후 산, 나우루호에 산을 포함하여 1894년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3개의 휴화산과 3개의 활화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복합유산(Tongariro National Park)으로 등록되어 있다.
마운트 선데이(Mount Sunday)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 나오는 로한(Rohan) 왕국이 다스리는 에도라스(Edoras)이다. 영화에서는 중간에 보이는 언덕인 선데이산에 왕궁이 존재했는데, 3주간의 촬영 후 모두 철거하여 지금은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앞쪽으로는 망상하천인 랑그타타(Rangtata) 강이 흐른다.
마운트 선데이, Source: wikimedia commons by Oren Rozen
사루만의 세력에게 조종당하는 로한의 세오덴 국왕, 제공: (주)디스테이션
주변을 높은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낮은 범랑원 지대에 우뚝 솟아있어 접근하는 적을 찾기도 좋고 수해를 피하기도 유리한 살기에 좋은 곳이다. 차별침식에 따른 풍화잔류물로 보인다.
서던알프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세트 설치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뉴질랜드 군대가 동원되어 진입로를 냈다고 한다. 남섬 중부 내륙에 위치하며, 크라이스처치에서 160km 서쪽에 있다. 캔터베리 하이 컨트리의 남쪽, 하카타레(Hakatere) 보호 구역 내에 있다.
뉴질랜드의 지질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나눠져 있다. 중생대 백악기에는 호주와 붙어 있었는데, 타스만(Tasman)해가 생기면서 분리되었다. 크게 보면 태평양 판이 섬의 아래로 북동-남서방향을 경계로 침강하고 있는 구조인데 이에 따라 화산대가 형성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지질도(별표는 글에서 소개된 장소), 출처: gns.cri.nz
태평양 판이 섭입되면서 북섬과 남섬은 융기되었고, 북섬에는 화산호수와 함께 화산대가, 남섬에는 우수향 주향이동 단층이 생기면서 서든알프스산맥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도 지진이 나면 보통 해안지대의 고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해양판이 서쪽으로 섭입되면서 해양퇴적물층이 섬의 동쪽에 붙는 부가체가 형성된다. 따라서 북섬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연령이 젊은 퇴적암층을 볼 수 있다. 위 지질도에서 오렌지 색과 연두색으로 표시된 지역이다.
역동적인 지구의 판구조 운동의 결과, 뉴질랜드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풍광을 곳곳에서 볼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지진이라는 불청객은 피할 수 없으니 모두 좋은 것만 가질수는 없나보다.
20년 만의 후속작 예고
얼마 전 20년 만에 반지의 제왕의 속편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목은 <반지의 제왕: 더 헌트 포 골룸>(Lord of the Rings: The Hunt for Gollum)으로 2026년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피터 잭슨 감독은 영화 제작을 총괄하고 기존 작품에서 골룸을 맡았던 앤디 서키스가 감독을 맡는다. 그는 <킹콩>,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에서 연기를 선보인 모션 캡처 전문 배우이다. 다시 한번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명소를 담아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