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7번 국도는 그 경치와 주변 볼거리가 다른 국도와 차별적이다. 한쪽은 바다를 찌고 다른 한쪽은 산을 끼고 달린다. 지금은 여러 구간이 왕복 4차선의 널찍한 길로 잘 만들어져 있지만, 예전 2차선 국도가 더 정취 있다. 걷는 길도 있는데 이름은 '해파랑길'이다. 부산 오륙도해맞이 공원에서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총 750km이다.
그런데 설악산, 금강산으로 유명한 강원도에 현무암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도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 말이다. 한라산이나 울릉도 같이 큰 산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아담하고 귀여워서 올라가기도 쉽다. 주변에서 찾아봐도 회산암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강원도 고성에는 후기 마이오세에 분출한 8개의 고만고만한 화산체가 쥐라기 화강암을 뚫고 올라와 돔형 산채를 이루고 분포하고 있다. 크게 고성산 화산체, 오봉리 화산체 그리고 운봉산 화산체로 구분된다.
오봉리 화산체는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일대에 큰 타원형 내에 존재하는데, 뒤배재, 갈미봉, 102m 고지, 166m 고지, 오음산 및 249m 고지가 포함된다. 표제의 사진은 뒤배재에서 남쪽으로 본 사진인데, 왼쪽에는 송지호, 남쪽에는 운봉산이 보인다.
강원 고성 오음산, 운봉산 위치도, 출처: 네이버 지도
가는 길은 오봉리 왕곡마을(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5호)을 찾아가면 되는데, 한국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는 강원도 북쪽의 전통주택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6)가 촬영되기도 한 동네이다.
왕곡마을의 북쪽 산이 뒤배재인데 통신사 탑이 세워져 있다. 올라가는 길가에는 우리가 잘 아는 현무암 주상절리 조각이 뒹굴고 있다. 그런데 산의 초입에는 현무암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화산성 쇄설암(화산암이 부서져 모여만들어진 암석)의 층이 먼저 나타난 후에 현무암층이 나타난다.
뒤배재 현무암 주상절리
뒤배재 화산성 쇄설암, ⓒ 전영식
하부 현무암은 5부 능선 위쪽에 덩어리로 된 암석(집괴암)으로 분포하며, 마그마가 올라올 때 맨틀 포획물과 지각 포획물을 가지고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부 현무암은 산출되는 상태도 다르지만 구성광물, 미량원소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서, 결국 마그마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달라진 마그마가 되어 분출된 것을 알 수 있다.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다.
뒤배재 하부 현무암, ⓒ 전영식
돌강이 흐르는 운봉산
우리말로 돌강이라고 불리는 너덜갱(암괴류)은 전국에 많이 있다. 부산의 장산, 충북 영동, 밀양 얼음골이 대표적인 곳이다. 빙하시대에 우리나라는 빙하의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빙하지대 주변으로 아마도 영구동토층이 형성되었을 테고, 이 지역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주변 암석들이 기계적 풍화과정을 거치게 되고, 돌덩어리가 중력사면에 쌓여 온갖 전설을 품게 된다.
운봉산(284.9m)은 정상부근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접근이 어렵다. 하지만 거북바위, 머리바위 등은 가볼 수 있다. 운봉산도 사방으로 돌강이 있고 역시 상부와 하부의 현무암이 다르다. 오늘 소개된 산은 300m가 안 되는 산이라 30~40분이면 올라갈 수 있고 멋진 바다경치를 덤으로 볼 수 있는 색다른 곳이다.
강원 고성 운봉산 위성 사진, 출처: 네이버 지도
운봉산 현무암 주상절리, 출처: 한국관광공사
본 지역의 K-Ar 연대측정에 따르면 702~750만 년 전으로 보고되는데, 이 시기는 동해의 확장이 끝난 제3기 후기 마이오세에 해당한다. 철원 지역 현무암은 제4기에 분출된 것이니 고성은 철원보다 먼저 생성된 곳이다. 울릉도와 제주도 역시 훨씬 후에 분출한 것이다. 고성지역의 현무암 연구는 동해의 발전과정에 대해 보다 입체적인 지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