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 멋진 곳이 많다. 그중 김천, 칠곡과 만나는 구미에 있는 금오산(976m)이 추천할 만하다. 북한산 백운대가 835m이니 이보다는 높지만 청계산처럼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왕복 4시간)이다. 구미역이나 종합터미널에서 10분 내외로 당도할 수 있고 주차시설, 식당도 잘 되어 있다(KTX 김천(구미)역은 멀다). 게다가 짧고(805m) 비싸고(성인왕복 11,000원) 오래됐지만(1974년 개통) 케이블카도 있어 산행이 약간은 쉬운 편이다.
금오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화산인데 그래서 경치와 유물이 특징덕이다. 우리나라 지질은 선캠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및 신생대의 모든 지질시대가 막라되어 있다. 물론 모든 지질시대의 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부분적으로만 남아 있다. 따라서 이걸 잘 찾아다니면 자연경관이 멋진 곳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공룡이 뛰어놀던 중생대는 한반도에서도 핫한 시대였다. 곳곳에 화산이 폭발하고 호수가 생기고 동식물이 번창했다. 볼 수 있는 눈으로 보면 그것만큼 재미난 것도 없다. 지금 알려진 지질명소들 중에서 중생대에 만들어진 장소가 많이 있는데 그중 중부지방 백미가 백악기에 만들어진 구미에 있는 금오산이다.
구미 금오산 약사암, ⓒ김수연
금오산의 유래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이곳을 지나던 아도(阿道: 21대 소지마립간(?~500)때 신라로 들어온 고구려 승려로 추정)가 석양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金烏山)이라 이름 짓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이라고 하였다 한다. 구미벌판을 조망할만한 곳이 여러 군데 있어 등산의 묘미를 더한다.
산은 산록부는 평평하여 금오산성(金烏山城) 외성이 있고 산복부는 경사가 급하고 험난한 편이나, 산정부는 주변 벌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비교적 평탄한 지역이 있어 이곳을 금오산성 내성이 둘러싸고 있다. 성안에는 습지도 있고 제법 넓은 터가 있어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군사적으로 요충지일 수밖에 없다.
대혜폭포 大惠瀑布(명금폭포 鳴金瀑布, 27m)에서 할딱고개까지가 가장 힘든 구간이다. 폭포 옆에는 의상(義湘)이 수도하였다는 도선굴(道詵窟)이 있고, 정상에는 약사암이 있다. 정상 근처에는 돌탑지역이 있는데 죽은 손자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정성이 담긴 오형탑이 있다. 근처에는 보물 490호인 금오산 마애여래입상이 있는데 이게 제일 볼거리다. 내가 알기로는 제일 높은 곳(790m)에 새겨진 마애불인 것 같다(영암 월출산 마애불 좌상은 540m 정도).
금오산의 땅은 왜 이럴까?
금오산이 이렇게 볼만한 것은 지질 때문이다. 구미 금오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분출된 화산으로 만들어진 칼데라이다. 칼데라는 화산 분출 후에 분출구가 상부 압력에 의해 무너져 내린 구조이다. 흔히 공중에서 보면 환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질조사를 해보면 주변부에서 안쪽으로 암석의 유형이 일관되게 변하면서 원형구조를 볼 수 있어 구별하기 쉽다.
화산의 분출은 한 번에 한 시점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이루어질 수도 있다. 구미 금오산은 하부 안산암질층과 상부 유문암질층이 500만 년의 시차를 두고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지표밑의 마그마가 그 시간 동안 성분이 변화(성분의 분화)하면서 압력이 높아져 분출한 것이다.
산록은 주로 안산암질암으로 하부에서부터 영암산응회암, 부상리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문암질암은 본격적인 산복을 이루는 해운사 인근부터 나타나는데 하부에서부터 오봉리응회암, 도선굴유문암, 그리고 산정부근의 금오산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뭔가 차이를 기준으로 나눈 전문가의 분류니 몰라도 된다.
따라서 두 암석층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경관의 차이가 나타나고 규소성분이 많아 풍황에 강하고 단단한 유문암층은 절벽등을 형성한다. 화산암은 냉각과정에서 절리가 나타나기 쉬워 암봉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약사암 근처에서 잘 나타난다. 구미 금오산은 다른 칼데라와는 달리 각각의 화산암이 골짜기를 따라 노출되어 있어 산행 시 암상의 변화를 보면서 절경을 감상하기 쉽다.
구미 금오산 지질도, 출처: 황상구 등, 2021
우리나라의 칼데라
우리나라는 중생대에 경기도에서부터 남해안까지 화산활동이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경기도가 먼저 시작하고 남동방향으로 갈수록 그 후에 시작된 경향을 보인다. 당시 태평양 지역의 판의 섭입방향 변화에 관계된다. 화산암지역은 그 후 상부의 지층들이 풍화침식되어 노출되었고 현재 멋진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모든 화산 활동이 칼데라를 이루는 것은 아니고 또 인지되는 곳도 많지는 않다. 다만 양산칼테라, 군위, 의성 등이 유명하다. 전라도 지역에 칼데라로 추정되는 지형이 다수 있다. 물론 관련해서 역사학적 이야기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구미 금오산, 대혜폭포, 유문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이다. ⓒ 김수연
금오산의 백미, 마애 여래석불입상(보물 제490호)
금오산은 최상부를 유문암질 응회암(tuff)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여 다져져 만들어진 화산암이다. 도선굴이 있는 층 윗부분이다. 이층의 상중하에는 치밀하게 굳은 층이 있고 각 층의 사이에 비교적 부분적으로 용결 된 층이 2개 나온다. 이층은 경도가 상대적으로 약한데 상부에 있는 부분용결층은 두께가 약 20m 정도지만 마애석불입상이 훌륭하게 조각되어 있다.
구미 금오산 마애여래입상, 유문암질 응회암에 새겼다. ⓒ 김수연
절벽의 바위면을 깎아 만든 높이 5.5m의 고려시대 마애여래입상으로, 암벽의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양쪽면에 불상을 조각한 아주 특이한 구도를 보여준다. 광배와, 몸체, 대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비례가 약간 맞지 않아 오히려 친근한 모습이다.
선각된 광배 안의 얼굴은 비교적 원만하고 부피감도 있지만, 가는 눈과 작은 입에서 신라시대의 마애여래입상과는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어깨나 팔의 부드러운 굴곡은 얼굴에 어울리는 형태미를 묘사하고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수인은 좀 어정쩡하다. 그러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오른손이나 지나치게 큰 왼손, 둔중하게 묘사된 두 발, 경직된 U자형의 옷주름 등에서 세련된 신라시대 마애불보다 둔화되고 위축된 고려시대 조각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불상이 딛고 서 있는 반원형의 연꽃 대좌(臺座)와 부처의 몸 전체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화강암에 비해 강도가 약한 유문암질암에 조각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각이 진 화산암을 이용하여 멋지게 만들어진 마애석불로 평면이 아닌 입체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걸작으로 느껴진다.
구미 약사암 석조여래좌상
구미 금오산 약사암 석조불상 ⓒ 김수연
마애여래입상에서 300m쯤 떨어진 약사암은 절벽아래 터를 잡고 있는 칠곡이 훤히 보이는 경치 좋은 암자다. 직지사의 말사인데 약사전에 3개의 불상이 있고 가운데에 고려시대 석불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좌우에는 일광보살과 원광보살이 협시되어 있다. 화강암으로 된 높이 95cm의 중형 석불인데 두껍게 개금(蓋金)되어 있어 암종과 조성 시기를 판단하기 힘들다.
성주(星州) 청암사 수도암(修道庵) 약광전 석불좌상(보물 296호) 설명문에 따르면, 김천 직지사 삼성암(三省庵), 구미 금오산 약사암의 좌불이 삼 형제불(三兄弟佛)인데 한 석불이 하품을 하면 두 석불이 재채기를 한다고 한다. 누가 확인을 해 봤으면 좋겠다. 왼손 위의 약함은 후세에 만들었다고 한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약사암에는 종각이 있는데, 특이하게 다른 봉우리에 설치되어 있어 출렁다리를 지나야 접근할 수 있다. 범종 박정희 대통령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보안사령관 노태우의 이름도 있어 총 3명의 대통령 이름이 세겨져 있다(1979년 제작 추정). 현재는 위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1월 1일에만 개방한다. 종각 아래에는 요사채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가 훤히 보인다고 한다.
하동 금오산의 3개의 칼데라, 출처:네이버지도
그밖에 우리나라에 금오산은 하동의 금오산(金熬山), 경주 남산 북봉인 금오산(金鼇山, 468m)이 있다. 오자가 다 다르다. 남해에서 노량대교와 남해대교를 지나면 나오는 하동의 전망 좋은 금오산도 매우 재미있는데, 3개의 칼데라가 남북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그냥 경치다. 남산에 있는 금오봉은 김시습이 금오신화(金鼇新話)를 지은 용장사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층석탑(보물 186호), 삼륜대좌불(보물 187호), 마애여래좌상(보물 913호)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여긴 백악기 화강암이니 아는 사람만 보인다.
참고문헌
1. 유동후, 마애불을 찾아가는 여행, 2014, 토파즈
2. 황상구, 김상욱, 기원서, 김정진, 2019, 한반도 백악기 화산호의 구분과 U-Pb 저어콘 연대: 호화산작용의 시공간적 진화, 대한지질학회, 제55권 제5호, p.595~619
3. 황상구, 손영우, 서승환, 기원서, 2021, 구미 남부 금오산 칼데라의 함몰 유형과 과정, 자원환경지질, 제54권 제1호, p. 3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