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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Sep 11. 2023

모로코 왕국의 지진(2023.9.8)

생활  속 지구과학 이야기

아프리카 판내부의 얕은 지진

밤시간, 점토벽돌 건물지역이라 피해 커



2023년 9월 8일 현지시간 저녁 11시 11분,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 우카이메데네 근처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 마라케시(인구 103만 명)에서 남동쪽으로 약 75km 떨어진 모로코 하이 아틀라스 산맥 내의 얕은 깊이인 26km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은 경사 역단층으로 인해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국, 2023.9.8 발생한 모코로지진 진앙 지도


2,000명 이상 숨져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모로코 내무부의 발표를 인용하여 현지시각 10일 오후 4시까지 이번 지진으로 2천122명이 숨지고, 2천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천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 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모두가 잠든 심야 시간에 일어났고 점토벽돌로 지은 집들이 무너져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여진이 잦아들고 본격 구조에 나설수록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원인


이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놓인 지진 빈발 지역이지만 두 대륙판의 움직임이 워낙 느려서 소규모 지진이 많을 뿐이었고, 가끔 발생하는 대형 지진은 지중해 동쪽에 치우쳐 왔다.


이 지진에 대한 진원 메커니즘은 북서쪽으로 급격하게 내려가는 경사-역 단층 또는 동쪽으로 타격을 가하는 얕은 경사-역 단층에서 파열이 발생했다고 USGS는 분석했다. 하이 아틀라스 산맥(High Atlas Mountains, 최고봉 투브칼 산 4,165m)에는 동서 및 북동-남서 방향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지도상의 주향이동(strike-slip) 단층과 트러스트 단층(thrust faults)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서 남쪽으로 약 550㎞ 떨어진 아프리카판 내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위치에서 아프리카판은 유라시아판에 비해 약 24mm/년 WSW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지도에는 점으로 나타나지만, 이러한 규모의 지진은 더 넓은 단층 지역에 걸쳐 암석면이 미끄러지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9월 8일 모로코 지진 규모의 역단층 현상으로 파열된 단층면적은 약 30 x 20km(길이 x 너비)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흔하지 않지만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지역은 아니다. 1900년 이래로 이번 사건 반경 500km 내에서 M5 이상의 지진이 9번 발생했으며, 그중 M6 이상의 지진은 없었다. 이러한 사건의 대부분은 2023년 9월 8일 지진이 발생한 동쪽에서 발생했다(USGS).


10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모로코 지진의 인명피해 및 경제 타격 추정치 관련 평가를 모두 ‘적색경보’로 조정했다. 지진 직후 인명피해 수준을 두 단계 낮은 ‘황색경보’로, 경제타격의 경우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주황색 경보’로 판단했던 것에서 상향한 결과다.


미국지질조사국, 모로코 지진, 인명피해 및 경제타격 추정치


USGS는 이번 재해로 인해 발생할 사망자가 1000~1만 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그러나 사망자가 1만~10만 명에 이를 가능성도 21%, 10만 명 이상이 될 경우의 수도 6%가량으로 내다봤다.


경제 측면에서는 10억~100억 달러(약 1조 3370억~13조 3700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37%로 평가했다. 이외에도 100억~1000억 달러(13조 3700억~133조 7000억 원)는 24%, 1000억 달러 이상은 7%로 예측했다. 이는 모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8%에 달하는 규모다.




피해를 키운 인간의 원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라케시 옛 시가지 메디나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12세기에 지어진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앙이 위치한 아틀라스산맥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틴멜 모스크도 이번 지진을 피해 가지 못해 일부가 무너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고대 도시의 건물과 벽은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까닭에 모로코에서는 전례가 드문 강력한 진동에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의 직접적 피해 범위에 드는 모로코 남서부 전반에 걸쳐 가옥 등 건축물들이 점토벽돌로 지어져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다.


모로코 건축가협회의 전 회장인 오마르 파르카니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산골 지역 주민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건축가에게 돈을 낼 수가 없다. 직접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 보니 건축물이 허술하고 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건축환경에서는 내진설계가 있기를 바랄 수 없다.


모로코 마라케시 피해지역을 유네스코 직원이 조사하고 있다. 출처: Le Matin du Sahara et du Maghreb 홈페이지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마라케시의 구 시가지 주변 붉은 성벽 등도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지진 피해지역인 마라케에서는 10월 9일부터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1960년 아가디르시 인근에서 이례적인 규모 5.8 지진에 수천 명이 희생되자, 건축법을 개정하는 등 지진 대비 움직임을 보였지만, 다시 반세기 넘게 큰 지진 없는 시간이 이어지며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모로코 마라케시 피해지역을 유네스코 직원이 조사하고 있다. 출처: Le Matin du Sahara et du Maghreb 홈페이지


과거의 지진


판의 내부이긴 하지만 북아프리카에서 지진은 비교적 드문 일이지만, 강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로코 최악의 지진은 1960년 아가디르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당시 최소 1만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모로코 북동부 도시 알호세이마 부근에서 규모 6.4의 지진으로 약 630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로코 알아보기


모로코는 인구 3,700만 명에 국토 면적이 한국의 4배가 넘는다. 아프리카 1위 관광대국에 최대 수산물 수출국(주로 일본), 세계 9위 올리브오일 생산국이다. 인광석이 유명하다. 산유국은 아니지만, 광업과 경공업 등 산업의 균형도 좋은 편이다. 1912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1956년, 1958년 각각 독립했다. 독립한 미국을 가장 먼저 국가로 인정하였고 그래서인지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가는 유럽인들의 출발지가 되었다. 그 이야기가 영화 <카사블랑카>(1942)로 만들어졌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식민지배국가를 모두 이겨 수모를 안겨준 적이 있다. 


모로코는 이슬람을 국교로 하고 수상이 정부를 대표하는 입헌군주제의 국가이지만, 국왕의 영향력이 막강한 전제군주제 왕국이다. 이번 지진으로 정치적인 타격은 을 것으로 보인다. 1999년 7월 모하메드 6세가 왕이 되었다. 주변 서아프리카나 알제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경제여건상 이번 강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피해복구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모로코 지진으로 판의 내부에 위치한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에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 부각되었다. 인구밀도가 높고 각종 사회간접시설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현재의 방재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타산지석으로 삼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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