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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an 09. 2024

동해시 절경, 추암 촛대바위, 해암정

7번 국도 지질 여행

나출 카르스트는 이야기를 지난번 문경 오정산 바위공원에서 했었는데,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나출 카르스트가 있어 추가로 소개해 본다. 당연히 석회암 지역이고 너무도 유명해서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다.


그 비밀의 장소는 동해시 추암(錐岩) 촛대바위이다. 한때 TV방송 종료, 시작 시 애국가 첫 소절에 일출 장면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화면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요즘은 우리의 기술적 성취 부분이 들어가고 추암은 빠진 것 같다. 동해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의외로 가까운 곳이다. 아주 아주 가벼운 복장으로 너무너무 훌륭한 나출 카르스트를 만날 수 있다.


동해시 추암(錐岩) 촛대바위, ⓒ 전영식


사실 촛대바위도 멋지지만 주변이 관광지로 잘 조성되어 있어 한두 시간은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나출 카르스트도 바위공원으로 오르내리는 길을 잘 만들어 놓아 볼만하고 바위를 직접 만져보며 석회암의 질감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주변의 솔비치 삼척과 이사부공원(맞다. 우리가 잘 아는 신라장군 이사부다)도 함께 찾을만하다.


풍촌석회암층


추암 바위공원, ⓒ 전영식
추암 바위공원, ⓒ 전영식


이 지역의 지질은 고생대 캄브리아기 조선누층군 풍촌석회암(또는 대기층이라고도 부른다)이다(아래 지질도에서는 CEp.로 표시된 파란색 부분).  암상은 담홍색, 백색, 회색의 석회암 및 백운암(돌로마이트, 탄산칼슘에 마그네슘이 들어간 암석)이다. 추암으로 오르는 길에 흰색과 검은색의 줄무늬를 띈 암석이 보인다. 오랜 바닷바람과 바닷물로 풍화되어 표면이 매끄럽고 곡선이 발달된 모습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동해안 해변에 석회암이 직접 노출되는 곳은 동해시 묵호항에서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까지 약 17km 지역이 유일하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이 근처에서 신라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울릉도)정벌을 의해 출발한듯 하다.


이 지층은 호명 지질도폭(지질도를 나누는 기준 지도구역) 내의 정선군 화암면 호촌리에 위치한 풍촌 마을에 표식적으로 발달(표식지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층의 특징이 나타나는 지점을 의미, Golden Spike라고 한다)해 있어 이곳에서 지층의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 지층의 전형적 암상은 층리가 거의 관찰되지 않는 유백색의 괴상 석회암이지만, 지역과 층준에 따라 암상의 차이가 뚜렷하여 암회색이나 담홍색 또는 청회색을 띠기도 하고 하부에서 어란상(물고기 알모양의 입자, 강한 해류가 흐르는 얕고 따뜻한 바다를 의미) 석회암과 암회색 셰일이 함께 나타난 다.


- 석회암동굴과 화석이 많다 -


석회암 지층인 풍촌석회암층에는 단양 천동동굴,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 삼척 초당굴과 같은 석회암 동굴과 카르스트 지형이 러 곳에서 발달한다. 고생대 표준화석인 삼엽충 화석이 다수 존재한다. 이 지층은 천해(淺海, 낮은 바다)의 환경에서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 하부는 묘봉 셰일층과 정합관계(시간 차이가 없는 자연스러운 퇴적순서)로 접하고 있다. 상부는 화절층(석회암과 셰일이 번갈아 쌓인 층)으로 연결된다.


풍촌석회암은 고생대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고생대 지층과 연관된 광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꽤 유명한 지층이다. 넓은 지역에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을 삼기 좋고 스카른 광상*을 만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한때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영월 상동광산이 풍촌 석회암층에 존재한다). 삼엽충이 많이 나와 고생물학자에게도 주로 찾는 지층이다.


* 스카른 광상: 석회암이나 백운암 같은 탄산염 광물로 구성된 암석에 산성 심성암이 관입할 경우 그 접촉부 근처에 생기는 광상


추암 바위 공원 주변 지질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놓칠 수 없는 정자, 해암정

해암정, ⓒ 전영식


촛대바위공원에는 바닷가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아담한 3칸짜리 정자가 있는데 가운데 편액에는 '해암정(

海岩亭)'이라고 쓰여있다. 해암정은 고려 공민왕 10년(1361) 삼척 심 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중앙 정치에 실망하고 낙향하여 건립했다고 한다. 이후 조선 중종 25년(1530)에 소실된 건물을 다시 짓고, 정조 18년(1794)에 중수한 것이다.  2021년 SBS드라마 '홍천기' 중 한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편액은 숙종 때 송시열이 귀양 가던 길에 들려 쓴 것이다. 한편 세조 때 한명회가 이곳에 들려 기암괴석이 마치 미인의 걸음걸이 같다고 하여 능파대(凌波臺)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능파대라는 이름의 절경은 강원도 고성에도 있다(BTS가 '2021 윈터 패키지'를 찍은 곳 중 한 곳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저 현무암 바닥돌이다. 포인트로 놓은 것인지 유행을 따라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자의 마당을 장식하기는 이질적인 돌이고 특히 석회암지역에 어울리는 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한 고장의 건물이나 시설을 만드는 암석은 그 지방의 것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파리가 그렇고 로마가 그렇다. 같은 돌은 사용하지 못한다면 같은 종류의 암석이라도 사용해야 도시나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다.


김홍도의 능파대


김홍도 금강사군첩 중 '능파대' 출처: 데이터진흥원


이런 명소는 지질학자 눈에만 띄는 것이 아니다.  송시열과 한명회가 멈춰간 곳에 조선 화원인 김홍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이름 높은 능파대를 빼먹으면, 그림을 관동명소를 그려오라고 시킨 임금에게 빼먹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당연히 그릴 수밖에. 물론 능파대의 모습이 범상치 않아 그러했을 것이다.


촛대바위와 능파대는 김홍도가 1788년 정조의 명으로 금강산과 관동 8경을 60여 점의 그림으로 그린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에 실려있다.  이 그림을 보면 명소를 잘 찾아다니며 그렸다는 생각도 들지만, 임금이라도 이 좋은 곳을 마음대로 가볼 수 없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게 한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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