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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Nov 27. 2023

문경 핫플, 오정산 암석공원

3번 국도 지질기행

경상북도에서 가장 서울과 가까운 곳이 문경이다. 문경하면 문경새재가 가장 많이 떠오르고 지금은 국군체육부대가 위치하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특산물이라곤 별로 없으나 예전에는 문경탄광이 있어 제법 부유한 지역이었다. 지금은 정체를 모르는 약돌을 먹인 돼지와 소를 특산물로 강조하는데 아리송하다.


문경국립지질공원 신청 중


문경에는 석탄과 함께 석회암지형이 이름 있다. 산북면 우곡리 굴봉상 정상부근에 문경 돌리네 습지가 있다. 돌리네(doline)는 석회암 중 탄산칼슘이 녹아 빠져나가면서 생긴 웅덩이를 말하는데, 여기 생긴 습지로 람사르 습지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환경부로부터 23번째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받았다. 문경시는 이곳과 문경대학교 오정산 바위공원 등 총 11개의 지질명소를 엮어 2024년 선정을 목표로 국가지질공원 후보지로 환경부에 신청하였다. 


서울에는 서울대학교가 있듯인 문경에는 (유일한 대학으로) 문경대학교가 있다. 오정산(810m) 기슭에 위치한 학교는 총 7개 과에 재학생 995명의 재학생(2023년 현재)이 있는 조그만 사립학교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대학교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로 해발 804m에 위치한다. 그다음으로는 태백 강원관광대(769 m), 제주국제대(438 m) 정도가 꼽힌다. 평지에서 갑자기 올라가는데 산골도 아닌데 대학을 왜 이리 높은 곳에 지었나 의구심이 절로 든다(지도상 해발 200m 정도이다). 참고로 서울대(113m), 상명대(132m) 보다 월등히 높다. 


문경대학교 오정산 바위공원


문경대학교에는 자랑할만한 것이 많겠지만 본관 앞의 암석 공원이 특이하고 유명한 핫플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 정도는 아니지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문경대학의 주변은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데, 본관이자 제1강의동 앞에 멋지게 만들어져 있다. 


보통 바위공원은 외부에서 암석을 실어 오는데, 이곳은 본관을 지으려고 6m쯤 땅을 파니 바위가 나와서 건물을 다른 곳에 짓고 이곳을 '오정산 바위공원'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학교 중간에 호수공원이 아닌 바위공원이 있는 곳은 아마도 문경대학교가 유일한 듯 싶다.


나출 카르스트, 오정산 바위공원


문경대학교 오정산 바위공원


카르스트(Karst) 지형은 석회암지역에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카르스트란 말은 원래  슬로베이나 아드리아해에 인접한 지방에 넓게 분포하는데 지형은 독일어로 부른 이름인데, 영어에서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석회암지지역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약산성을  띄는 빗물이 석회암의 탄산칼슘을 녹여내면서 만들어지는 지형으로 유명하다. 


하롱베이, 계림도 카르스트 지형 


베트남 하롱베이, source: wikimedia commons by Thomas Hirsch

우리가 잘 아는 중국 윈난 성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 일본 후쿠오카현 히라오다이, 야마구치현 아키요시다이 등이 카르스트 지형이다. 지구상의 15% 정도가 석회암이어서 기암괴석이 나온다고 하면 대충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원래는 땅속에 있던 것이 흙이 침식되어 사라지고 석회암만 남은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것을 지형학에서는 나출 칼데라라고 하며, 프랑스어로 라피에(Lapie), 독일어로 카렌(Karren)이라고 부른다. 넓은 지역에 노출되면 별도로 라피아(Lapiaz), 카렌 펠트(Karren Feld)라고 한다. 


문경대학교 오정산 바위공원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곳은 제천 금성면의 금월봉이 있다. 여기도 1993년 아시아시멘트 영월공장에서 점토를 채취하려고 하던 중 기암괴석이 나와 관광자원화한 곳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 '장길산', '명성왕후', '이제마'등 많은 사극이 여기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가보면 딱 고생하며 도망가는 사극 장면 찍기 좋게 생겼다. 이밖에도 단종이 유배가는 길에 말의 방울이 떨어졌다는 영월 방울재, 인근 펜션촌 큐브존 등에 소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제천 금성면의 금월봉


문경대학교의 지질, 오르도비스기 석회암


문경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조선계 대석회 암층군의 석회암(지질도에서 Op로 표시됨)이다.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는 고생대의 6개 기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기이다. 4억 8800만 년 ~ 4억 4370만 년까지 지속되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이후 나타날 생물종을 위한 플랑크톤(아크리타크, 방산충 등)이 많이 발달하였다. 뒤를 이어 완족동물과 극피동물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말기에는 육지에 다세포생물이 등장하게 된다.


오르도비스기에 한반도는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의 일부였는데,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때 퇴적된 조선계(누층군)라고 하고, 태백, 영월, 평창 및  문경에서 발견된다.  조선 누층군은 오르도비스기 중반까지만 쌓이고 그 이후에는 퇴적물이 없다. 당시 한중지괴의 지각운동으로 빠르게 융기된 게 그 원인으로 알려졌다. 오르도비스기 후반에 화성퇴적물이 주성분인 자색 옥녀봉층(문경 에코랄라 석탄박물관 근처)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경대학 주변의 지질,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지질학이 만든 문화, 문경


문경은 충청도와 경상도 사이에 있어 문경새재, 하늘재 등 고개가 유명하다. 지질학적으로는 옥천계와 영남지괴 사이에 놓여 매우 복잡한 지질구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체인 월악산과 속리산이 북쪽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지질요소가 인문지리적인 특징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신라가 중원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마지막 기세를 모은 곳이 이곳이고, 임진왜란 때 북진하는 가토 기요마사가 이끌던 왜군의 주요 통로가 문경이었다. 문경에서 왜군을 막지못하고 신립 장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어이없는 폐배를 하게 된다. 당연히 이런 지역에서는 역사, 문화적인 혼합 내지 성격의 차이가 두둘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인간의 모습은 지질학이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지역이 문경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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