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영국의미술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가 2023년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관람객 수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418만 285명이었다. 조사에 참가한 박물관 중 6위에 해당되는 숫자이다. 우리의 문화 수준이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2023년 전 세계 박물관 입장객 순위, 출처: Art Newspaper 홈페이지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13개 박물관의 입장객수가 1,047만 명으로 집계되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전년대비 17.1% 늘어난 수치이다. 중앙박물관이 418만 명, 경주박물관이 134만 명, 대구박물관이 80만 명, 부여박물관이 64만 명 순이였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은 특별전과 고 이건희 삼성그룸 회장 기증품으로 이루어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관람객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 전영식
한 나라의 문화와 교양은 박물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가 맞물려 사회를 이끌어간다. 미술관, 음악당은 비용의 장벽이 있고, 대규모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일반 대중이 이용하기 좋은 시설은 동물원과 과학관이다.
세가지 시설들은 전체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운영되는 형태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관람객의 증감을 기준으로 삼아 봤다. 시설이 공립과 사설로 다양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시설을 선정하여 살펴보았다. 동물원으로는 과천의 서울대공원, 과학관은 5개 종합국립과학관을 선택했다. 세 시설 모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의 영향을 서서히 벗어나는 모양이지만, 서로 그 양상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동물원은 입장객 감소세가 멈추질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이 2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국민이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약 313만 가구로 집계됐다. )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동물원의 동물복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원에 대해 보도되는 이야기는 판다 이야기와 폐사하는 동물이야기, 탈출하여 도심을 뛰어다니는 동물의 이야기가 먼저 눈에 띈다. 동물과 생활과 삶을 함께 하는 인구가 늘어나니, 동물원 우리에 갇혀 평생을 보내는 동물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때마침 동물원법이 제정되어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동물원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을 원하는 동물원 관계자도 국민들도 없다. 동물원 운영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따라서 박물관과 과학관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공원 동식물원 입장객 추이
2023년 서울대공원의 입장객은 1498만 명으로 2014년의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코로나의 영향이 복구되는 다른 시설과 차이를 보인다. 동물원내 감염병의 발생, 이슈가 없는 점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과학 입국, 과학관의 위치는?
전국의 국립과학관의 수는 15개이다(전국과학관 길라잡이).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종합과학관은 중앙, 과천, 대구, 부산, 광주이다. 과학관은 특성상 분야에 따라 전문화된 곳이 많다. 예를 들면 나로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에는 국립청소년우주센터가 있고, 부산 기장에는 국립수산과학관이, 영도에는 해양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 비해 유물 중심이 아니라 체험시설 등 고가의 소모성 시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운영에 나름 자금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학생과 어린이 그리고 동반한 가
족이 주요 방문객이니 이에 맞는 접근도 필요하다.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과학관도 코로나시기에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회복되는 추세이다. 5대 종합과학관의 관람객수는 2018년 최대수인 546만 명에서 2023년에는 401만 명으로 73% 수준까지 따라왔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출산율이 감소하고 학생수가 줄어드는 영향을 분명히 받는 것으로 보인다.
5대 국립과학관 관람객 추이
국립과학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긴데, 그 시초는 일제강점기 1927년 남산 통감부청사에 있던 은사기념과학관(恩賜記念科學館)이다(회현동 2가). 일본왕의 은사금으로 지어졌다고 해서 이름이 이 모양이다. 한국전쟁 때 전소되고 1960년에 비로소 종로구 와룡동에 국립과학관이 설립됐다. 이후 1993년 대전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국립과학관이 대전으로 이전됐고 국립중앙과학관이 되었다. 대신 과천에 2008년 국립과천과학관이 개관했다. 대전에 있는 게 중앙과학관이다 보니, 입장료도 없고 관장의 직급도 이 과학관보다 높다.
과학관 입장료 유감...
2007년에는 전국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됐다. 2008년 5월 1일부터는 14개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에 대한 무료관람이 시행됐다. 그리고 2023년 5월 4일부터는 전국 사찰의 문화제 관람료도 폐지 됐다.
그런데 과학관에는 아직도 입장료가 있다. 중앙과학관을 제외하면 성인의 경우 3000원의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낸다. 이 입장료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은 경제력이 있는 성인이 주로 간다. 아이들은 핸드폰만 붙잡고 있고 지루하다고 안 가는 곳이다. 하지만 과학관은 주요 입장객 대부분 학생이다. 유치원, 학교 등 단체견학이 주이다. 과학에 대한 진흥과 어린이들의 교육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젊은 부모에게 입장료를 부담시키는 게 저출산시대의 숨은 장벽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전해오는 말 그대로 자원이 척박한 우리가 가진 것은 우수한 인재이고 교육이며 , 현재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도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공업제품 등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OECD 국가인 우리가입장료를 꼭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권에서 남발하는 지원금 중 일부면 해결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국립과천과학관, 티라노사우르스 전시 소개, 출처: 국립과천과학관 홈페이지
미국의 스미소니안 박물관은 무료이다. 물론 자연사박물관이라 우리도 박물관은 무료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없다. 수십 년간 논의만 하고, 위치에 대한 논의만 하다가 언제 지어질지 오리무중이다. 박물관은 과학관보다 돈이 덜드는게 아니다. 박물관의 수집품 구입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학관의 입장료는 시설유지를 위한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다. 입장료 수입을 늘리는게 우리에게 좋은 일인가?
시설과 유지를 수익자 부담으로 돌릴 건가? 이건 문제가 있다. 특히 지방 과학관의 문제가 심각하다. 대도시의 과학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보다 지방의 과학관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러한 부분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역별로 특징적인 자연사가 존재한다. 여기에 산업도 분명히 있다. 얼마든지 전국 과학관만을 다니는 투어도 가능하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전 국민에게 돈만 뿌릴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관속의 뉴톤도 아인슈타인도 한숨을 쉴지도 모른다.
박물관에는 과거가 있고 동물원에는 매정한 현재가 있다면 과학관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다. 주말에는 과학관에서 생동하는 젊음의 기를 받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