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군청 홈페이지에 군수가 소개하는 울진 안내 문구다. 울진을 대표하는 군수의 홈페이지에 첫 문장으로 쓰였으니 얼마나 공을 들인 문장이겠는가. 울진을 자랑하는 좋은 내용을 정리하여 3 문장으로 만든 것이리라. 간단히 요약해 보면 깨끗한 바다가 있고 좋은 나무가 있는 산이 있는 곳이다.
이 말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이 안 가는 곳이란 이야기로 해석하면 편견일까? 울진은 경상북도의 최북단 군이며, 1962년에 강원도에서 이관됐다. 그래서 교통망은 물어보나 마나다. 기차역, 고속도로 하나가 지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공항이 하나 있다. 기성면에 있는 공항의 정식명칭은 울진비행훈련원(Uljin Flight Training Center)이다. 2003년 개항을 목표로 원래 일반 공항으로 건설되었다. 2010년에 비행교육 훈련 시설로 개장했다. 넘치는 항공수요에도 불구하고 훈련원으로 개장한 것은 아니다. 물론 환상의 '꿈의 로드'인 7번 국도가 남북을 관통한다(이 길의 더 거창한 이름은 아시안 하이웨이 AH6이다).
정리하면 교통이 불편한 청정지역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절대 청정 자연이 나올 수 없다. 불편하지만 그만큼 남모르는 보석 같은 장소가 많은 곳으로 울진을 정리할 수 있다.
망양정
망양정, 출처: 울진군청 홈페이지
망양정(望洋亭)은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716-1 바닷가 해안단구에 자리 잡은 정자이다. 원래의 망양정은 고려시대 기성면 망양리 언덕에 있던 것이 우여곡절 끝에 조선 성종 2년(1471)에 평해군수 채신보(蔡申保, 1420~1489)에 의해 망양리 현종산 기슭으로 옮겼다. 그 후 철종 11년(1860)에 울진현령 이희호 등이 원래 자리에서 북쪽으로 13km 올라간 지금의 자리에 이전하여 잡았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제일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망양정 모습은 김홍도, 정선, 허필 등의 조선시대 화가들에 의해 그려져 전해지고 있다. 여러 번 이전하여 그림마다 모습이 서로 다르다.
김홍도, 금강사군첩 망양정, 출처:한국데이터진흥원
망양정(望洋亭)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중 구조의 정자다. 조선시대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편액을 내려줄 만큼 관동팔경 중에서도 제일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지금은 해맞이 공원 공영주차장이 잘 조성되어 있고 해맞이 광장과 울진 대종(게가 아니다)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 소망나무 전망탑도 경치가 좋지만, 왕피천 공원과 은어다리, 멀리 울진항 까지 보이는 망양정이 단연 뷰포인트이다.
숙종과 정조가 친히 지은 어제시와 정추(鄭樞)의 망양정시, 정철(鄭澈)의 관동별곡초, 채수(蔡壽])의 망양정기 등의 글이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전할 때마다 바다와 해변을 보기 좋은 위치를 선정해서 옮겼다. 지역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보니 아끼고 가꾸는 울진 주민들의 정성이 특별하다.
왕피천 계곡
왕피천,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왕피천 일대는 원시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멸종 위기종과 희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뛰어난 생태관광 명소다. 왕피천의 우수한 자연생태계와 동물들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왕피천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총면적 103 km2)으로 지정되었다. 경사가 급하여 유속이 빠르고 주변 암석이 단단하여 흐르면서 뛰어난 경치를 갖는다.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이곳으로 피난해 숨어 살았다고 하여 마을 이름은 왕피리, 마을 앞에 흐르는 냇물은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금장산(849m)에서 발원하여 매화천, 광천과 합류하고 망양해수욕장에서 동해로 흘러든다.
일대는 약 20억 년 전에 강한 압력을 받아 만들어진 변성암인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왕피천은 이 화강편마암으로 된 강바닥을 깎아 깊은 계곡을 만들었으며, 북동 방향으로 흐르는 강을 가로질러 많이 발달한 갈라진 틈(절리)은 하천의 모양이 굴절되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하도(물이 흐르는 길)의 방향이 변하면서 이전에 하도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구하도를 잘 볼 수 있다. 또한, 왕피천에서는 암석의 갈라진 틈을 따라 암층이 단락 되어 만들어진 학소대와 거북바위, 물살을 따라 이동한 자갈이 주변 암석을 접시 모양으로 깎아 만든 용소와 용머리 바위 등의 지질명소도 찾아볼 수 있다. 경북 해안 지질공원의 명소 중 하나이다.
성류굴
성류굴,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천연기념물 제155호이자 국내 관광동굴 1호(2호부터는 어딘지 알 수 없다)인 성류굴은 대체로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석회동굴이다. 전체 길이는 약 870m이고 그중 약 1/3인 270m만 개방되어 있다. '성불이 머물던' 뜻으로 성류굴(聖留窟)이라 부른다. '선유굴(仙遊窟)' ‘탱천굴’ ‘장천굴(掌天窟)’이란 이름으로도 불렀다.
동굴 내부에는 석회동굴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진주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있다. 특히 성류굴에서는 국내의 다른 석회동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동굴생성물들이 있다. 성류굴에서 볼 수 있는 파괴된 석주는 석주의 가운데 부분이 어긋나 있는데, 이는 석주가 만들어진 후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중간이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것이다.
그리고 물에 잠긴 석순도 있다. 석순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만들어지기 때문에(죽순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물속에서는 자랄 수 없다. 따라서 물에 잠긴 석순은 과거 물 밖에서 만들어진 다음에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시 물에 잠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에 잠긴 석순은 동해안의 수위가 낮았던 빙하기 동안에 형성되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군의 지질
울진군 지질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울진은 영남지괴 가장 북단에 위치한다. 울진의 지질은 크게 4가지로 대변된다. 먼저 기반암을 이루고 있는 선캠브리아기 형성 편마암(PCEgnh)이다. 남부를 제외하고 전역에 걸쳐 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젊은 지층이다. 그리고 편마암층을 중생대에 관입한 화강암류(+표시)가 북면, 근남면, 온정면, 후포면에 분포한다. 온정면·평해읍·후포면 등 울진군의 남서부에 분포하는 퇴적암류(PCEia)는 고생대 조선계에 해당하는 석회암, 중생대 또는 그 이전에 퇴적된 암층이다. 나머지 하나는 하천변에 있는 제4기층이다.
성류굴 일대의 석회암 절벽,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성류굴 주변의 지질히 눈여겨 볼만하다. 고생대 조선 누층군 대기층, 화절층 그리고 동점층이 나타나는데 동점층 상위에 두무골층과 막골층이 나타나는 삼척탄전 지역과는 달리 성류굴 암석은 두 청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근남층으로 명명하였으며, 성류굴은 이 근남층 내에 발달하고 있다.
울진에는 이름난 광산이 제법 있다. 울진광산(아연, 납, 구리, 은), 보암 리튬광산(리튬), 옥방광산(금, 은, 텅스텐), 쌍전광산(철망 간중석, 회중석, 황비철석), 울진철광산(철), 삼율수연광산(몰리브덴), 구산리 활석광산(활석), 금구광산(아연, 금, 은) 등이 그것이다.
요즘 관심을 끄는 광물인 리튬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2023년 1월 지질자원연구원은 울진 등 광산 6곳서 리튬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가행실적이 있는 보암 리튬광산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자연보호구역이라 시추 등의 구체적인 매장량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단지 지표조사를 통해 추정만 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제2의 석유라는 리튬이 울진에서 경제성 있게 발견된다면 울진이 다시 한번 성장 동력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