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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Aug 12. 2023

하와이 산불로 본 자연재해

세계 속 지구과학 이야기

하와이의 화재사고가 심각하다. 2023년 8월 8일 마우이섬 쿨라 지역에서 첫 발생된 화재는 라하이나 등지로 옮겨 붙으면서 8월 12일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67명에 달하고 있다. 열대의 낙원으로 불리는 고온 다습한 하와이에 광범위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조금 의아하다. 처음에는 가끔 있는 화산분출에 따른 화재인가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이 기회에 하와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하와이는 크게 5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쪽에서부터 하와이(빅 아일랜드), 마우이, 몰로카이, 오아후 그리고 카우아이 등 8개 섬과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주도인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의 전체 면적은 경기도의 3배쯤 되는 2만 8천 평방 km이다. 


유명한 스타들의 신혼여행지로 소개되면서 동남아시아와는 차별화되고 미국이라는 장점으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또 와이키키해변(Waikiki Beach), 화산트레킹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 State Monument)와 영화 <쥬만지>, <쥐라기 공원>, <진주만>, <고질라>의 촬영지인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 등 색다른 관광지가 많다. 


하와이 들불 발생 지도, 2023.8.9 


화재의 원인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들불(wild fire)은 인근에서 발생한 제4호 허리케인 '도라(Dora)'의 강풍을 타고 해안가 마을인 라하이나로 빠르게 번졌다. 건조한 날씨와 허리케인 바람이 겹쳐 마우이섬 최소 3곳 이상에서 화재가 옮겨 붙었으며 모든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고 라하이나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불의 확산이 너무 빨라서 많은 사람들이 대비하지 못한채 거리에 갇히거나 불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다고 한다. 


큰 피해를 본 마우리 섬의 라하이나 지역의 모습, source: 하와이 주정부 홈페이지


화산섬인 하와이는 용암의 분출로 숲의 형성이 더딘데, 이번 보도 중에는 산불(forest fire)로 원인을 언급하는 보도가 있지만 숲이 아니라 관목이나 풀에 발생한 불이니 들불(wild fire)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하와이섬의 트레일 코스인데 나무는 한 그루도 없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마침 매우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이런 풀과 관목들이 불쏘시개가 되었던 것이다. 


초원을 통과하는 하와이섬의 Hilina pali Trail, Source: USGS


하와이는 남북전쟁 시절 사탕수수 농장으로 개발되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노동력을 이용하여 대규모로 경작하였다. 한인들은 1903년부터 56회에 걸쳐 7,291명이 이민 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플랜테이션 산업이 남미농장 등의 등장으로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농장은 버려지고 외래종 풀과 관목이 토종식물을 몰아내고 우점종이 되었다. 이들 외래종은 불에 더 잘 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래종에 불이 붙으면 토종 산림에까지 불이 옮겨 붙고, 화재 후에는 다시 외래종이 우점종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따라서 산불에 더욱 취약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쓰나미 피해


하와이는 태평양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따른 쓰나미의 재해에 취약하다. 쓰나미(Tsunami)는 지진, 수중 산사태, 화산폭발,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거대한 바다 파도이다. 쓰나미는 원래 일본어로 나루터(津)의 파도(波)를 의미한다. 먼바다에서는 파도의 높이가 크지는 않지만 수심이 얕아지는 해안가에 도착하면 급격하게 높아지며 해안지역에 밀어닥치게 된다. 보통 수 차례에 걸쳐 빠른 물결이 밀어닥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생긴다. 1946년 하와이 지진해일 참사 때 일본계 하와이인들이 이를 쓰나미라고 부르면서 국제적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하와이가 주가 되기 이전인 1946년, 알래스카의 알류샨 제도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 쓰나미가 태평양을 건너 4,000km 떨어진 하와이섬(빅아일랜드)의 힐로를 포함한 지역에 들이닥쳤다. 159명이 사망했고 큰 재산피해를 남겼다. 이 재해로 태평양 쓰나미 경보 시스템의 논의를 촉발시켰다. 


 1960년 5월 22일 발생한 규모 9.6의 칠레 지진은 흔들림이 10분간 지속되며 쓰나미를 일으켰다. 이 쓰나미는 칠레 남부, 하와이, 일본, 필리핀, 뉴질랜드 동부, 호주 동남부와 알류샨 제도까지 피해를 입혔다. 하와이에 쓰나미가 닥쳤을 당시 힐로에는 파도의 높이가 10.7m에 달했다. 희생자는 61명이었다. 


1946년 힐로에 들이닥치는 쓰나미, Source: USGS


하와이의 생성


하와이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마치 열도처럼 섬들이 줄을 지어 배열되어 있다. 이렇게 하와이가 독특한 모습을 한 것은 다른 열도와 비슷하지만 다른 메커니즘이 적용되고 있다.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섬의 배열은 섭입 되는 판에 의해 발생하는 화산 때문이다. 하지만 하와이는 판의 경계 부분이 아니다. 태평양의 한가운데에는 맨틀 플럼(mantle plume)이라는 열점이 존재한다.  열점은 이동되지 않고 재자리에서 발생하는데 해양지각이 그 위를 지나가면서 점선처럼 섬을 만들고 이 섬이 해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하와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태평양 해양판이 남동(SE) 쪽에서 북서(NW) 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맨 왼쪽의 카우아이섬이 가장 오래전(5.6~4.9백만 년 전)에 만들어졌고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는 하와이섬은 70만 년 전에 형성되어 지금도 분화를 하고 있다.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섬은 지금 동남쪽 바다밑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와이에서 분출하는 용암은 현무암 성분인데 이산화규소(SiO2) 성분이 적기(52% 이하) 때문에 지상으로 분출되고 마치 조청이나 꿀같이 조용히 천천히 흐르게 된다. 제주도와 같은 모습이 된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격렬한 화산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화산폭발에 따른 공항폐쇄, 화산쇄설류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용암이 분출되어도 눈으로 보면서 걸어서 피하면 된다. 물론 뜨거운 용암의 흐름은 막기 힘들기 때문에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 용암에 녹아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와이 열점의 단면, source: USGS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이고 미국인들뿐 만 아니라 일본, 한국에도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 각종 재해에 대한 대비시스템이 우수한 지역이다. 이번 화재는 여러 가지 불행한 여건이 겹치면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하와이가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아마도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속히 슬픔을 딛고 복구되기를 소망해 본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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