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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24. 2023

여름엔 폭포, 폭포의 지질학

생활 속의 지질학

이제 곧 여름휴가다. 한 온라인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이 휴가 계획이 없거나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휴포자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하긴 휴가를 안 가는 것도 휴가기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가겠다는 사람의 33.5%가 바다를 원했고 22.4%가 산이나 계곡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산과 계곡을 가는 사람들은 시원한 폭포가 제격이다. 일단 대부분의 폭포는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중턱 이하에 있다. 그래서 손쉽게 가기 좋다. 폭포 아래는 웅덩이(淵)가 있어 시원함을 더 한다.  물이 흘러가는 곳으로는 대부분 편평한 바위가 있어 앉아서 즐기기에 재격이다. 효과도 만점이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폭포수의  장쾌한 폭포 소리는 마음을 뚫어준다.


삼부연 폭포, 정선, 해악전신첩, 간송미술관

철원 삼부연 폭포


 우리 선조들도 폭포에서 만큼은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망중한을 즐겼다. 또 득음의 장소로 폭포는 단골명소이다.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은 금강산을 가는 도중, 철원의 삼부연(三釜淵) 폭포에 들렸다. 선비 4명이 시중드는 머슴 둘과 함께 장대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가의 눈에 폭포는 자연의 신비를 보여 주는 아주 멋진 그림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가보면 그림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늑하면서 장쾌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화강암 지역의 단층지역에 만들어진 폭포로 높이 20m 정도이다. 폭포 근처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게으른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삼척 미인 폭포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폭포가 많은데 그중에서 태백의 미인폭포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태백시 통리와 삼척시 가곡면 사이에 있는 미인폭포는 한국의 그랜드 케니언(Grand Canyon)이라고 불리는 통리협곡에 위치하고 있다. 백병산(1289m)에서 발원하여 삼척으로 흘러가는 오십천의 상류로 30m 높이를 자랑한다. 고생대 지층 위에 중생대 지층이 쌓이고 2600만 년 전인 신생대 초기의 융기/단층 작용으로 폭포가 생겼다.  


폭포의 좌우 퇴적암층은 중생대 백악기 적각리층이다. 주로 적색 역암과 사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 사진 우측 하단부에 역암이 잘 나타나 있다. 역암을 이루는 암석은 사암, 규암, 화강암질 편마암, 화산암 등 다양하다. 당연히 백악기 이전에 쌓인 암석에서 유래된 것이다.


오십천이 석회암이 풍부한 지대를 흐르면서 석회암 성분이 녹아 나와 폭포물이 고인 곳을 보면 파란색의 웅덩이를 볼 수 있다. 해발 700m 정도에 위치해 자주 구름과 안개가 걸쳐지는데 이 또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옛날에 폭포 위쪽에 미인이 살았는데 남편을 여의고 새 남편을 얻고자 했으나 예전 남편만 한 사람이 없어 이를 비관하여 폭포에서 떨어졌다고 하여 미인폭포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일출 전과 일몰 전에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 찬바람이 불면 흉년이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전설 없는 폭포는 없다.


삼척 미인폭포, 출처: 강원관광재단

폭포는 물길을 따라 상류와 하류의 고도차이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단층작용이 이에 공헌하는데 모든 단층 작용이 폭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물길이 지나가는 곳의 지질이 단단한 경암이어서 침식작용에 강한 경우에 절벽(단애)을 형성하며 폭포가 된다. 폭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침식되기 때문에 상류 쪽으로 절벽이 점차 이동하게 된다. 이를 두부침식(headward erosion)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위치는 당연히 최초의 폭포 위치는 아니다. 그 이동 속도는 물의 수량, 암석의 경도 등에 따라 다르다.


세계 3대 폭포


우리나라의 폭포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법정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니 물만 낙하하면 폭포가 맞다. 지구상에도 수많은 폭포가 있는데 그중 세계 3대 폭포를 꼽는다면 년간 평균 수량을 기준으로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이과수 폭포(Iguassu Falls)와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가 꼽힌다. 낙차가 제일 폭포는 979m의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경계에 있는 높이 51m(캐나다 쪽), 폭 1,203m의 폭포이다.  이리 호수(Lake Erie)에서 온타리오호수(Lake Ontario)를 거쳐 대서양으로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에 있다. 이 폭포는 빙하기 시절 위스콘신 빙하에 의해 생성되었다. 빙하의 무게에 눌린 지역이 빙하의 후퇴로 융기했고 절벽을 이룬 곳에 발달하였다. 열대 지방에 있는 다른 두 폭포와는 달리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4계절의 모습이 다르다. 엄청난 수량으로 1년에 1m 정도 두부침식이 일어나 폭포가 뒤로 물러나고 있다. 결국 5만 년 뒤에는 이리 호수와 합쳐져 사라질 테니 빨리 가봐야 한다(5만 년은 지질학에서 눈 깜 박하는 시간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캐나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Helen Filatova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위치한 높이 64~82m, 너비 2,700m의 폭포다. 3대 폭포 중에 가장 너비가 넓다. 총 275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12개의 폭포가 동시에 떨어져 굉음을 내는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라는 폭포가 가장 높다. 이과수는 과라니어로 큰 물이라는 뜻이다. 폭포를 포함하는 두나라의 국립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영화 <미션(Mission)>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이과수폭포, 아르헨티나-브라질,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iego3336

빅토리아 폭포는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부에 사이에 위치하며 높이 108m, 너비 1,708m이다. 1855년 탐험가 리빙스턴에 의해 발견되어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땄다고 하는데 뜬금없다. 원주민이 부르는 이름은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라고 한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서 움푹 꺼진 낮은 협곡으로 물이 쏟아져 내린다.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짐바부에,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iego Delso

폭포는 눈과 귀로만 즐겨야


폭포는 시원하고 장쾌하지만 물이 떨어지는 곳이고 웅덩이가 있어 매우 위험한 곳이다. 시끄러워서 구명신호도 잘 안 들린다. 낙하하는 물은 높이에 따라 충격이 매우 크다.  나무나 물건 등 부유물이 함께 떨어질 수 있고, 주변 암석이 함께 떨어질 수도 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은 수심도 깊고 급류가 형성되어 수영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가끔 영화에서 폭포에서 뛰어내려 괴물이나 악당을 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일반인이 아무 준비도 없어 떨어지면 당연히 사고가 난다. 폭포는 눈과 소리로만 즐겨야지 절대로 몸으로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멋있지만 위험한 장소다. 모름지기 멋진 곳은 좀 떨어져 보아야 제맛이 난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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