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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왜 산불에 취약한가 - LA 산불의 과학

생활 속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미국 현지 시각 2025년 1월 7일부터 시작된 로스앤젤레스 광역권(군, County)*에서 발생한 다발적인 산불이 꺼질 줄을 오히려 모르고 번지고 있다. 우리 생애 보기 힘든 큰 산불로 시가지의 집이 모조리 타버리는 역대급 재앙이다. 도대체 어떤 산불이고 왜 발생했는지 궁금증이 저절로 생긴다. 그 질문의 끝은 당연히 우리는 안전하고 다시 또 발생할지 여부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시(Los Angeles City)*은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자 미국 제2의 도시다. 광역권 전체 인구는 2,060만 명(2024)이고 도시권 인구는 390만 명(2020) 명이다. 시 단위 기준으로 보면 1,215㎢로 서울면적(605㎢)의 2배 정도이다. 다운타운은 사무용 건물이 밀집해 있어 주변 배드타운에서 출퇴근하는데 이때 벌어지는 교통체증이 유명하다. 지중해성 기후로 4계절 따뜻해서 인기가 높고 영화산업, IT산업의 본산지이다. 정치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지역이다.


* 미국의 행정구역: 연방 - 주(state) - 군(카운티, county) - 시티(city)


로스앤젤레스 군 산불


2025년 1월 초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에 대한 정식명칭이 오락가락했었다. 비교적 발생장소와 원인이 분명한 종결된 사건도 공식명칭을 정하기가 어려웠으니, 현재 진행 중인 원인도 모르는 로스앤젤레스 산불도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서, 결국 세월이 지나야 정식명칭이 정해질 것이다.


2025년 1월 9일 현재 강제대피구역_펠리세이즈_LA소방국_수정.jpg


위 지도에서 굵은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LA시 관할 구역이고 그 외의 지역은 다른 도시 관할지역이다. 이번 산불은 팰리세이즈 산불, 이튼 산불, 허스트 산불, 선셋 산불, 리디아 산불 등 총 5개의 주요 산불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에서 발생하였으며 엄청난 양의 면적을 불태우며 심각한 대기 오염이 발생 중이다. 선셋 산불은 할리우드 간판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힐스에 피해를 입혔다. 이제는 강풍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도 산불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무슨 재난영화의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펠리세이즈 산불


산타 모니카 근방 해안 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이다. 민가에서 최초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퍼시픽 팰리세이즈를 포함한 해안가의 부촌들이 위치한 산타모니카 산맥을 타고 서쪽으로 확산되어 말리부까지 화재가 도달하였다. 피해 면적이 10일 현재 2만 438 에이커(82.7㎢)로, 24시간 전보다 13㎢가량 더 커졌다. 이 지역은 미국 내에서 집값이 최고로 높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부담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최소 5천300채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3876517126_664195f24f_o.jpg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 인근의 화재구름, flickr: Pedro Szekely


이튼 산불


This satellite image shows the Eaton Fire in Altadena, California, on Wednesday. (Maxar Technologies AP pic)_FMT.jpg 오전 10시 45분 맥사의 위성사진으로 본 알타데나, 2025.1. 8, 출처: FMT


패서디나의 바로 위에 위치한 지자체인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산불로 알타데나 서부의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타버렸다. 팰리세이즈 산불이 파괴시킨 부촌들과는 달리 이곳은 고가의 주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밀도로 모여있던 지역이었고 이러한 특성상 민가 사이에서 불이 번지며 큰 피해를 입혔다.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 인근인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피해 지역은 10일 현재 55.4㎢로, 하루 전보다 12㎢가량 더 늘었다.


알타데나 서쪽에 위치한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도 긴급한 인력을 제외하면 전원 대피한 상태인데, 아직 화재 피해는 없으나 산불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튼 산불 지역에서도 4천여 채가 파괴됐다.


기타 지역 산불


LA 북부 샌퍼넌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과 LA 북단 매직마운튼 인근에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은 각각 3.1㎢, 1.6㎢의 피해를 내며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할리우드 인근에서 발생했던 '선셋 산불'은 전날 완전히 진화됐지만, 전날 오후 3시 34분께 북부 벤투라 카운티와 인접한 지역에서 추가로 산불(케네스 산불)이 발생하면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1천 에이커(4㎢)를 태웠다. 결국 아카데미상 후보발표는 연기됐는데, 이 상황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릴지 매우 불확실하다.


46110089_10156748117712381_2588398238918770688_n.jpg LA 산불 현장, Los Angeles Fire Department Facebook
2542565441_78ae30f691_o.jpg LA 산불 현장, 출처: Los Angeles Fire Department


피해규모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피해규모를 언급하는 게 의미가 적지만, 1월 10일(현지시간)까지 외신보도에 따르면 피해지역은 약 145㎢로 서울면적의 1/4(여의도 면적(2.9㎢) 50배 면적)에 달하고, 전소된 건물만 최소 1만 채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공식사망자 수는 10명이지만 수색이 진행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산불이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길에 차량을 버리고 뛰어서 대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그래서 버려진 차로 길이 막혀 소방차의 진입이 안되어 차를 불도저로 밀어내기도 했다.


화재가 계속 잇따르고 확산하면서 LA 카운티 내에서 현재 대피령에 포함된 주민은 총 15만 3천 명이고, 위협을 받는 건물도 5만 7천830채에 달한다고 LA 카운티 보안관이 밝혔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 기준 LA 카운티 내 8만 7천394 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 공급이 끊겨 있다고 한다. 아직 팰리세이즈 지역과 이튼 지역의 진화율이 8%, 3%(1/10 현재)로 나타나고 있어 정말로 걱정된다.


웰스파고의 추정에 따르면 경제적 타격이 총 600억 달러(약 88조 4천억 원)를 훨씬 넘을 수 있다고 한다. 또 JP모건은 화재 관련 보험 손실액만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A지역은 2017~2018년 빈발하던 산불 피해로 인한 대규모 보상에 따라 수년 전부터 보험사들이 철수를 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이었다. 정부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업은 사업이니까.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민간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은 2024년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주택 및 아파트 7만 2천 채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밝혔다. 여기에는 이번 LA 산불로 피해가 가장 큰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 주택들도 대거 포함됐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당시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가입된 스테이트 팜의 보험 계약 중 69%가 취소됐다고 한다. 그래서 취소된 주택 소유자들은 최후의 보루인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인 '페어 플랜'(FAIR Plan)을 통해 보장받고 있다. 팰리세이즈 지역은 2024년 대비 85%의 페어 플랜 가입 건수 증가를 보였다. 문제는 공공 부분이 그렇듯이 보험금 청구를 감당할 인력과 재원이 충분하냐는 것인데, 답은 NO이다. 물론 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번 피해보상으로 재보험사마저 캘리포니아를 떠나면 이에 로스앤젤레스는 보험도 들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산불의 원인


Los_Angeles_struggles_to_contain_wildfires.jpg European Space Agency

위 사진은 2025년 1월 9일 유럽우주국(ESA) Copernicus Sentinel-3에서 촬영한 이미지로 왼쪽 아래에 펠리세이즈 산불이 있고 오른쪽 위에 이튼 산불의 연기가 보인다. 연기가 산불 남쪽에 있는 카탈리나 섬과 산타바바라 보호구역에까지 도달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기의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기록적인 강풍으로 남캘리포니아 사방으로 불씨가 번져 버렸고 이는 산불의 엄청난 확산을 야기한다. 강풍이 수마일 떨어진 곳으로 불씨를 날려 보내기 때문에 한두 집 끈다고 해결이 안 된다. 결국 이 강풍이 멈춰야 이번 상태는 해결될 것이다.


샌타애나(Santa Ana) 강풍


화재의 직접적 원인과는 별개로 불씨를 거대하게 키운 주역으로 샌타애나(Santa Ana) 강풍이 지목되고 있다. 동풍이자 대륙풍의 성격을 가진 이 바람은 연중 내내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대륙 내부의 분지에서 유래하는 특성상 매우 건조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LA 등에서는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하면서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건조하면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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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애나 강풍의 예보도(출처: NOAA)와 LA화재지역 위성사진(출처: European Space Agency)


산타애나 바람, 또는 악마 바람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람은 대분지와 모하비 사막 등 내륙에서 시작되어 남부 캘리포니아와 북부 바하 캘리포니아 해안에 영향을 미치는 강하고 매우 건조한 북동풍인 카타바틱 바람(Katabatic winds)**이다. 대분지의 차갑고 건조한 고압 기단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풴현상과 비슷한 기상 현상이다.


** 중력에 의해 높은 밀도의 공기 덩어리가 낮은 밀도의 공기 덩어리로 흘러들어 가는 바람. 고밀도 공기는 온도가 낮기 때문에 이 바람도 상대적으로 차갑다. 그리스어로 흐르는 내리막길을 의미.


산타애나 바람은 가을에 불어오는 덥고 건조한 날씨(종종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씨)로 유명하지만, 일 년 중 다른 시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바람은 종종 연중 가장 낮은 상대 습도로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과 아름답고 맑은 하늘을 만든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낮은 습도와 따뜻하고 압축적으로 가열된 기단, 그리고 높은 풍속이 중요한 화재 기상 조건과 파괴적인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


위 좌측 사진에서 보면 대분지에서 발생한 고기압이 시계방향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은 시속 40마일(64km/h)을 쉽게 초과할 수 있다. 산타애나 바람이 멈추면 해양층의 따뜻한 공기가 해안 쪽으로 확장되면서 안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년 약 10~25건의 산타아나 바람 이벤트가 발생한다. 산타애나 바람은 하루에서 7일까지 불 수 있으며, 평균적으로 바람이 3일 동안 지속된다. 1957년 11월에 기록된 가장 긴 산타애나 바람은 14일간의 바람이었다. 강풍 피해는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인 오렌지 카운티의 산타아나 강 유역, 벤츄라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산타클라라 강 유역, 뉴홀 고개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샌 페르난도 계곡으로, 카종 고개를 거쳐 샌버나디노, 폰타나, 치노 인근의 샌버나디노 카운티로 이어지는 지역에 강풍 피해가 가장 흔하다. 이런 곳에 집을 사면 안 된다.


800px-Satellite_image_of_Thomas_Fire.jpg 2017년 12월 남부 캘리포니아 벤츄라 인근에서 발생한 토마스 화재, 출처: NASA


산타애나 바람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산불 피해를 가져온 바 있다. 대표적인 화재로는 산티아고 캐년(1889), 벨에어(1961), 애너하임(1982), 라구나&키넬로아(1993), 샌디애고&산타바바라(2007), 콜비(2014), 남부캘리포니아(2017,2020) 그리고 말리부(2024) 화재가 그것이다. 즉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거라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LA지역에 위치한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유발되는 지진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산불과 지진,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은 생각하기에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실재 모습을 보려면 재난현장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된다. 숫한 재난에 길들여진 탓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의 대응은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무안공항사고 때 보여주듯이 고양된 시민의식으로 빠르게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번 LA 산불 피해 지역에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어차피 통행도 안되고 주인들은 대피했겠다, 다 타버리면 뭘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테니 그 혼란한 틈을 노리는 모양이다. 게다가 주요 화재 외에 엉뚱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화재도 있어 방화도 의심된다고 한다. 결국 계엄령도 아닌데 야간통행금지령(오후 6시~익일 오전 6시)이 내려졌다. 물론 한편에게는 피해자들에게 무료식사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한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재난시에 서로 돕고, 평상시에는 안전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이다. 그 과정은 재난을 겪어보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남의 재난을 안타깝게 보며 우리 자세를 만들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재난의 발생 원인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대비책도 체계적이며 과학적으로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재난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잃지만 않는 길이 될 것이다. LA화재의 조속한 진화와 복구를 기원한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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