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어렵다고 좌절할 여유조차 없다

잠시 가만히 생각을 해봅시다

by Aiden

아마도 여기까지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취업을 해야 하나? 차라리 직군을 바꾸거나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긴 하지만 이럴 때는 대학교 시절 즐겨 읽던 만화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

최근 AI의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처음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무직군에 대한 이야기로 인식되다가 피지컬 AI가 대두되고 나서부터는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직군을 바꾸더라도 취업이 힘든 건 매한가지란 이야기다. 현재 빠르게 증발하고 있는 일자리의 공통점은 단순 Operation의 직군이 가장 힘겨운 상황이란 점이다. 이건 딱히 어떤 한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AI가 침범하기 시작한 모든 영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웹툰 분야에서는 기본적인 서사와 KeyScene을 구성하는 작가의 위치보다는 배경을 완성하고 세세한 리터칭을 수행하는 어시스트가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전반적인 내러티브와 전략을 구성하는 디렉터보다는 구성된 시나리오에 맞게 소스들을 촬영하고 제작하는 분야가 재편되고 있다. 개발 분야에서는 개발 전략을 구성하고 감독하는 리드 개발자보다는 개개의 코딩 소스를 물리적으로 생산하는 주니어 개발자들의 타격이 크다. 또한 컨설팅 업계도 가설을 설정하고 논리를 구성하는 선임 연구원들 보다는 지휘 하에 자료를 수집하고 Fact Book 생산을 주로 하던 주니어 연구원들의 감원이 가파르다.


쉽게 정리해 보면 이제는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업 전선 자체에 머무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이건 단순히 취업이 어렵다는 것보다, 지금 직장인으로 있는 이들에게도 저런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점점 밀려나 도태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르게 말하면 지금 앞선 글에서 말하는 치밀한 전략과 논리구성을 거부하게 된다면 UX분야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를 가더라도 생존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이를 극복해야 하는 현실로 직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취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어찌 보면 기존에 우리가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가 단계적으로 성장을 경험하고 위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분야를 불문하고 사라지는 지금의 상황은 여태까지 기업이 바라보는 신입 직원의 자질/조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신입이 주로 역할을 했던, 지금은 빠르게 AI가 대체하고 있는 이런 주니어의 자리들은 분명 채용에 있어서도 비교적 허들이 낮았다. 검증된 실력이 아니더라도 성실함, 인간성, 학습열 등 일종의 가능성만 눈에 띄더라도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주니어의 자리들을 AI가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기업이 바라보는 신입 직원에 대한 기대치가 과연 과거와 같을까? 어떻게 보면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과학이 너무 발전한 탓에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대학시절 리포트나 논문을 쓰면서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이 가상의 가해자, AI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위 말하는 그 ‘딸깍 리포트’의 유혹을 온전히 견뎌낸 사람들이라면 이런 억울함을 갖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묻고 싶다. 친구들도 편하려고 쓰는 걸 기업은 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역설적인 현실이지만 이 딸깍의 유혹을 이겨낸, 다시 말해 이 현실의 피해자로 주장할 수 있는 친구들은 오히려 기업에서 여전히 매력적으로 생각할 인재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딸각으로 많은 친구들이 손쉽게 넘겨버린 그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온전히 스스로의 몫으로 감당하고 체득해 왔으니 말이다.

그러니 작금의 현실에는 피해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 현실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제는 내가 일단 채용을 해준다면 성장하리라는 가능성을 넘어, 최소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지 않으면 취업 전선에 설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최소한의 가치는 이제는 AI가 대체해 버린 그런 Operation의 영역을 벗어나 이런 Operator들을 이끌 수 있는 일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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