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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Blue Ocean 또는 Black Desert

아무리 조사해도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

by Aiden

주제 자체가 데이터를 발견하기 어려운 대상일 경우

이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임했으며, 단 한 치의 양보와 타협도 없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논리적 개연성을 뒷받침해 줄 데이터를 찾을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다. 아마 스스로도 검게 그을린 고뇌를 끌어안고 골머리 썩고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다. 지금까지 포트폴리오를 컨설팅하고 가르치면서 많은 합격생을 배출했지만 유독 이 상황에 처한 프로젝트는 심폐소생술에 실패했더랬다.


먼저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위 상황은 다음 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첫째, 선택한 주제가 새롭게 떠오르는 소재로 그간 시장에 축적된 데이터를 찾아보기 힘든 블루오션 Blue Ocean 또는, 둘째 애당초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거나 소리소문 없이 스러져 가는 블랙 데저트 Black Desert.


어찌 보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상황은 나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둘 다 어렵다고 봐야 한다. 가장 쉬운 탈출구는 주제의 리부트 Reboot, 다른 주제로 새롭게 하는 게 낫다.

먼저 설명이 쉬운 후자 쪽을 이야기하자면, 이건 마치 수요 없는 공급을 만드는 것과 같다. 분명 스스로 매력적인 주제라고 선택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정말 ‘스스로에게만‘ 매력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서 억울해하며 분명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해보았을 때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항변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분의 착각이다. 이걸 전문적으로는 편향(Bias) 중 ‘입수가능성 편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편향을 겪는 이가 아는 정보가 지배적인 주류의 정보나 사실이 아님에도 스스로 많이, 자주 접하는걸 진실로 오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 지인들이 공감한다고 해서 그게 시장의 니즈로 착각하지 마라. 게다가 주변인들은 여러분과 관심사나 생활양상이 유사한 집단이기도 하기에 이 편향을 더욱 가속시키는 원인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 데저트를 돌파하고 싶다면? 주제 선정은 자유이기에 말릴 권한은 없지만 이유는 충분하다. UX포트폴리오에서는 문제 분석과 효과적인 대안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 시장의 수요가 적다는 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도 체감할 수 있는 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시장의 수요가 적어(아마도 평가자도 확률상 이 시장의 수요 밖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에 공감하기도 어렵고,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를 백번 해결한다 한들 ‘이게 무슨 소용일까 ‘라는 자조 섞인 혼잣말을 남길 거란 이야기다.


다음은 시장에 새롭게 대두되는 블루오션에 속하는 주제. 가능성으로 놓고 보면 훨씬 유리하지만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쓸만한 데이터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간 시장에 축적된 사용자의 경험이나 데이터가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고 가야 할 것은, 우리가 실무 UX를 하면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벌어지며 이때마다 데이터가 없다며 회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실무환경에서는 이를 돌파하는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이 케이스는 진행 가능하다. 그리고 때로는 해내야만 한다. 그러므로 UX는 표면적인 리서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는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여러분이 하고 있는 건 실무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프로젝트이며, 아직은 여러 조사 방법론을 복합적으로 동원하여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입장이 아니기에 권장하기가 어렵다. 당장 이 데이터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론은 ‘고객 인터뷰’가 있으나 주니어의 레벨에서는 고객 인터뷰만을 근거로 하는 프로젝트는 열이면 열 망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상과 요구사항을 객관화하여 정리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런 이들의 집단을 대상으로 쓸만한 데이터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이때 질문은 응답자로 하여금 자신의 욕구와 불만을 직시하고 이를 구체적인 척도로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폴더블 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한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있으면 쓸 거 같다’, ‘굳이 접을 정도로는 필요하지 않다’, ‘관심 없다 ‘ 등의 질문이 도출될 것이다. 그럼 이 응답의 모수를 무턱대고 확대한 집단으로부터 답변들을 긁어모은 뒤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쓸만한 데이터가 될 것이냐? 만약 ’ 굳이 접을 정도까지 폴더블 폰이 필요 없다’가 1위라고 한다면 이것이 시장을 대변하는 중요한 데이터로 간주될 수 있을까?


반면 시니어의 경우에는 본인이 가진 인사이트와 시장 경험 등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검증해 나가는 형태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폴더블 폰을 필요로 할 것이라 예상되는 특정한 집단과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러한지를 확인하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분과 시니어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이 질문을 설계하기 위한 인사이트와 시장 경험의 존재 여부에 있다.


그렇기에 리서치 방법론이나 가설에는 문제가 없음에도 아무리 리서치를 해도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빠르게 주제를 바꾸는 편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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