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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May 26. 2024

환절기 정기 손님

보기 싫지만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얼마 전 강의에서 참가자들이 자기소개하는데, ‘현재의 나는 계절로 바꾸었을 때 어느 계절인가?’를 포함하여 진행한 적이 있다. 중장년 대상의 교육이었는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 직전이라거나 봄의 초입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상은 가을 혹은 초겨울이었는데, 긍정적으로 자기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다행스러웠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4계절이 뚜렷하고, 추가한다면 한 달 전후의 장마철을 포함하는 것이 실제적인 계절변화라고 한다. 여기에 무시하지 못할 것이 ‘환절기’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다른 길을 찾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맞는 인생 계절에 맞는 시기를 고른다면 단연 환절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환절기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기지만, 어느 계절에서 어느 계절로 변화하는 물리적인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인식하는 계절이 어디에 속하고 다음 계절에 나에게 맞는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계절에 맞는 파종을 하여야 새로운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환절기의 손님, 봄 감기가 찾아왔다. 정신력을 운운할 필요가 없는 시기에는 왔는지, 왔다 갔는지 알 수 없었는데 요즈음은 꽤 친절하게 손님이 왔음을 알리고 대접할 것을 강요한다. 감기는 투약의 여부에 상관없이 일주일이면 지나간다고 하지만, 대면하여 처리할 일이 많은 직업에서는 되도록 가볍고 짧게 머물다 가기를 원하게 된다.

     

증세라도 줄일 목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손님(환자)들이 많지 않아서 바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받아올 수 있었다. 작년과 증세가 비슷하다는 것과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라는 것이 의사 선생님의 설명 전체였다. 작년에도 겪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되고,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잘 대접하여 빨리 보내야지. 

    

감기가 흔한 만큼 이에 대처하는 민간 비방도 다양하다. 그저 뜨겁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는 것부터 소주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마시는 등 출처와 효과가 의심스러운 것도 있다. 아직은 이런 처방에 맡기는 것보다는 일상의 활동을 계속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고, 실제 활동의 변화도 없다. 아직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희망 사항인지는 불분명하다.

     

나의 계절은 희망 사항만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거기에 맞는 준비와 실천이 함께 해야 한다. 계획이 노력으로 행동화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자신을 분석하고, 현재의 나를 보면서 미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고 경기장에 들어서면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같이 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어울려 갈 수 있다.

     

계절은 나의 의지 여부와 상관없이 바뀐다. 즉, 외부적인 환경 변화는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자세와 다음 계절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할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인생 곡선이 급격한 내리막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힘은 이미 내 안에 있다. 환절기를 잘 보내고 새로운 계절에도 내가 주인공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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