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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n 16. 2024

퇴직이 가까이 다가왔다.

또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며

며칠 전 재단에서 주관한 전반기 컨설턴트 간담회가 있었다. 그곳의 안내서에 ‘퇴직자 준비 사항’이 적혀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사무실에서 이제 퇴직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자로 인쇄된 ‘퇴직자’라는 글은 말과 다르게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퇴직이라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지만 막상 밖으로 꺼내어 말할 기회는 흔하지 않다. 더구나 60세를 넘기면서 지금처럼 고용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앞선 분들의 진로가 그랬고, 상담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의 사례가 그랬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시각이다.

     

‘퇴직’을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은 비록 퇴직을 앞두고 있더라도 지금 하는 일의 수준은 처음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팎으로 내보이고 싶어서이다. 실제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나는 여러 명의 상담자 중의 한 명을 보고 있지만, 방문하는 분은 어렵게 결심하고 더 어려운 걸음을 하여 상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절실함에 조그만 힘이라도 더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지금까지 헤쳐온 길을 반복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으니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가올 길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그런데도 낙관적으로 생각만 하고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미루는 것은, 일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꾸준히 준비한다면 새로운 일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방향에 대한 탐색을 계속하고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력설계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나의 방향 설계는 더 어렵다.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조언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는데,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방향 설계를 어렵게 한다.

     

이제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줄일 것인가? 과거의 일들이 모두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거기에서 배운 것까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버릴 것과 유지할 것, 새롭게 더할 것을 정리하는 일은 어렵다. 새로운 길을 향해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버릴 것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 박사님은 인생의 가장 황금기가 65세부터 70세까지였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 분이 그 이후를 부정적으로 말한 사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그 나이에 이르지 못한 나로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하여 희망을 본다.

     

지금 푸른 나무들을 심고 가꾼 분들이 모두 결과를 본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심고 가꾸었다. 지금의 적은 노력이 분명한 결실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소로 돌아볼 날을 위하여 조금 더 정성 들여 가꾸어 가야겠다. 고목에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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