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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n 23. 2024

아이의 몸짓 모든 것이 예쁘다.

시작을 보면서 사라짐을 생각한다.

어제 아내와 점심 무렵에 장보기에 나섰다. 가까운 마트에서 쇼핑하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한사코 쇼핑센터까지 갈 때가 있다. 나는 기사 역할도 하고, 짐꾼 역할도 한다. 이 역할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여전히 내게 여전히 사고 싶은 것을 묻지만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점심은 간단하게 음식 코너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다. 음식을 고르는 중에 유모차에서 웃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엄마가 두 아들과 함께 온 듯하였다. 큰아들은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데 작은아들은 갓난아이였다. 그 아이가 지나가는 우리 부부를 보고 웃어주었다. 그 웃음과 몸짓이 하도 예뻐서 잠시 머무르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도 손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는 건강해 보였다. 볼살이 통통하고, 팔과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엄마는 두 아들과 함께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유모차의 아이를 포대기로 감싸 안기도 하고, 큰아들의 밥 먹는 것도 돕고 있었다. 그래도 형이라고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는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 크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이제 세상을 시작하는 아이를 보았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웰다잉(Well Dying)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배냇저고리와 수의의 공통점을 비교한 것이었다. 첫째 남이 입혀주는 것이요, 둘째는 한 벌만 있어도 된다는 것이고, 마지막은 주머니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머니가 없는 것은 빈손으로 왔다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사실은 문서에서 시작하여 문서로 끝난다는 것이다.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위한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사망하면 사망신고서를 써야 한다. 여기서 공통점은 자기가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시작과 끝은 닮은 점이 많다.

     

웰다잉 강의는 유튜브에 다양하게 있어서 자주 접하고 있다. 참 역설적인 강의라고 생각하게 된다. 잘 죽으려면 우선 잘 살아야만 한다. 죽음에 대한 강의는 결국 언젠가, 누구나 반드시 맞게 되는 죽음에 대하여 두렵게 여기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강의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주위를 돌아보며 정리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셀리 케이건(Shelly Kagan) 예일대 교수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낸 강의'라는 평부터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한 학기'라는 평을 동시에 받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강의를 하신 분이다. 세계 3대 명강의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였다.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읽을 것인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재미있는 서평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과생은 10페이지를 1페이지로 요약하는 것을 배우고, 문과생은 1페이지를 10페이지로 늘리는 것을 배운다고 하는데, 이 책은 5 페이지면 될 내용을 300페이지 넘게 썼다고 하였다. 그래도 철학 입문서이고 책으로 나올 당시 17년간의 강의 결과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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