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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l 14. 2024

순차적으로 하나씩

좋아하는 음악도 동시에 들으면 소음이다.

얼마 전 강의에서, 사람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의 일밖에 할 수 없다고 들었다. 동시에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변화가 빨라서 그렇게 느낄 뿐이고, 사실은 한 가지를 처리하고 나서 다른 일을 처리한다고 한다. 책을 읽는 중에 잡생각이 든다면, 이미 책의 내용은 멀어진 것이다. 잡생각과 독서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우리의 뇌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제어 체계(Control System)에 순차형 제어(Sequence Control System)와 병렬형 제어(Parallel Control System) 체계가 있는데, 우리 뇌는 순차형 제어 체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몸은 컴퓨터가 아니다. 하나가 끝나고 다른 것을 통제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처리하다 보면 질서도 없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다.     

클래식 음악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동시에 두 곡을 틀어놓는다면 그 좋은 음악도 다른 곡을 듣고, 느끼는데 서로가 잡음이 될 뿐이다. 물론 두 곡을 비교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곳에서 틀어놓고 들을 수 있다. 그래도 한 곡씩만 집중할 수 있고, 다른 쪽에서 연주되고 있는 음악에는 동시에 집중할 수 없다. 평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인체의 신비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다른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더라도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여럿이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일상적인 대화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오롯이 자기 일에 집중하고, 주변에 무슨 말들이 오가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순간 집중력이 대단한 사람들이고, 흔히 정신력이 강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도 있다. 온갖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렇게 모든 일에 열심인데 자기 일은 언제 하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런 사람 중에 미움받지 않고 자기 일은 나름대로 잘해서 전체의 진도에 피해가 없거나 오히려 앞서는 사람도 많다.      

사회 속의 관계가 어렵고도 중요하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요구되는 일이 복합적일 때는 나름대로 처리 순서를 정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기 일을 우선하면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매도될 수 있고, 남의 일에만 열심히 하다 보면 실속이 없다고 무시될 수도 있다. 그래서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오케스트라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있다. 곡을 연주할 때 모든 악기가 자기의 최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제 역할을 해 할 부분에서 요구되는 음량과 음색으로 표현할 뿐이다. 이렇게 조화가 되었을 때 훌륭한 연주가 완성된다. 무슨 일에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고, 이것이 잘 이루어진 상태를 ‘Synchronization’이라고 부른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 할 이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잘하고 있는가. 그래서 삶에 조화와 균형이 있는가. 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해답은 잘 모른다. 단지 하나씩 처리해도 불협화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느낀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나누면 좋아하는 두 곡의 음악을 듣기에 충분한 시간은 늘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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