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구직 기간
나이가 그 자체로 벼슬은 아니지만, 장애 요소도 아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세 번의 계약직을 경험하였다. 지난주에 세 번째의 계약직 근무를 끝내고 퇴직하였다. 허전하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갈 곳과 할 일을 새롭게 생각해야 하고, 열심히 구인 정보도 탐색해야 한다.
그동안 경력전환 컨설턴트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언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찾기를 도왔다. 그런 경력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앞길은 정하지 못하고 퇴직하다니, 이것이 내 현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분 중에 미리 이직할 직장을 정하고 떠난 분도 있지만 대부분 비자발적 실업자가 되었다.
아무 노력도 없이 퇴직을 맞은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심사숙고하여 구인 정보를 확인하고, 동료들과 가능성을 따져본 후에 몇 군데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서류심사 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는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지원하더라도 가능성이 없는 곳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퇴직하였고, 이제 혼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이제는 ‘일자리’보다 ‘일거리’를 찾으라고 한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차피 직장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기간제 계약직일 뿐이다. 나의 장점을 찾아 활용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면서 길게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이 역시 쉽지 않겠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여기며 찾고, 준비해 보려고 한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배움을 위하여 몇 군데 교육 수강을 신청하였다. 갑자기 집에 머무르는 것보다, 서서히 실업자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의 좋음을 세 번의 체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강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해 보는 프로그램을 익히는 교육이었다. 수강을 위해 나서는 길은 평소보다 한 시간이 늦어서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15년 이상의 강의 경력을 가진 강사님은 친절했다. 특히 ‘스마일’을 닉네임 앞에 사용하는 것에 걸맞게 웃음으로 반겨주고, 강의 진행도 연령대를 고려하여 기다림과 반복으로 배려해 주었다. 나와 연령대가 비슷해 보이는 수강생들의 태도도 진지하고 열심이었다. 혼자서도 익힐 수 있겠지만, 역시 어울려서 같이 배우면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배우는 목적을 소개하는 시간에서 다양한 계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자들의 커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분도 있었고,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한 분, 직업에 사용하여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분도 있었다. 물론 단순한 취미와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분들도 있었고, 나도 그중에 속해 있다. 새로운 용어와 기능들을 익히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강의하던 경력에서 수강생이 되어 배우는 학생으로 전환! 이 역시 낯설면서 익숙한 환경이다. 이제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중장년에게도 배움에는 시기와 한계가 없다. 단지 처지가 바뀐 것에 낯설어하지 않고, 익숙하게 사용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시니어가 되고 싶다. 세 번 남은 교육 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