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 인생 공부는 지금부터다.
고용센터에서 구직수당을 신청하고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다음 날 8일분의 수당이 입금되었는데, 좋다기보다는 착잡한 기분이 앞선다. 길게는 18개월, 짧게는 9개월을 계약직으로 일하고 다시 구직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최근 5년간 3회를 수급하였기에 ‘반복 수급자’라는 분류가 붙었다. 나는 장기계약을 원하는데, 사회가 받아들여 주지 않는 걸 어떡하라고.
제도를 탓하는 게 아니다. 모두가 공정하다고 느낄 때까지 제도는 계속 개선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불리한 경우가 하필 나일 때도 있을 것이니까. 교육장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은 모두 자의가 아닌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고, 앞으로 일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원하는 취업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퇴직하니, 일상이 거의 온전히 내 것이 되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재취업은 처음 구직활동을 할 때보다 나이 제한 등으로 불리한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하고 다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긍정적인 희망은 더 크다.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사유의 시간과 반복되는 재취업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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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나이의 제한 없이 일하기에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하였고, 재취업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으며, 그 속에 적응하기 위한 나를 보는 눈도 새로워졌다. 혼자서 준비하고 공부한 결과다. 성적의 중압감이 없는 공부, 인생을 알아가는 공부의 참맛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고 느낀다. 그중에 책 읽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개가식으로 운영하는 50플러스 센터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대출하였다. 읽으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나도 우리나라 상위 5%에 드는 부분이 있구나!” 나 스스로 위안은 삼지만, 결코 바람직한 사회현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60세 이후 더 중요해지는 사회관계 속에서 ‘나만’ 보다는 ‘같이, 함께’가 훨씬 의미 있다.
우리나라 독서인구는 나이에 반비례하여 줄어드는데, 60대의 경우 연간 3권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내 한 달 독서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량이다. ‘책 쓰기’ 강의를 수강하면서 독서인구가 적다고 들었지만,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나는 자의든 타의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시간을 독서에 상당 부분 할애하였는데, 적어도 양적인 면에서는 상위권에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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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한다. 우선 시력의 문제가 있고,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지 못한 이유도 있으며, 학창 시절 성적의 스트레스로 인한 반작용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죽어서도 ‘학생부군신위’라고 쓰는데, 왜 학생의 본분인 배움을 스스로 포기하는가. 그리고 배움이 주는 즐거움을 잊고, 메마른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가.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성장을 위해서 지속적인 ‘배움’을 강조하였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두 번째 단계를 지난 중장년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위하여 다시 배워야 한다. 더 성장할 수 있고, 만족감이 큰 세 번째 단계를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다. 진정한 인생 공부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