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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pr 21. 2024

현역가왕 전국 투어 콘서트

올림픽 공원에서 봄비 속의 공연 관람

한 달여 전, 큰아들이 엄마를 위해 콘서트 표를 예매해 주었다. 그 공연이 어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었고,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공연 실황을 직접 보는 호사를 누렸다. 경연대회에서 ‘탑 Seven’으로 선정된 7명을 비롯하여, 함께 참가하였던 4명이 추가로 출연하여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눈과 귀가 호강한 날이었다.

     

아내는 임영웅의 노래를 좋아한다. 경연 프로그램을 전체 보았을 그뿐만 아니라, 모든 노래를 음원을 내려받아서 듣고, 또 듣는다. 아내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듣는 것에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보석이 발견되어 빛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아주 크다.

     

그런데 막상 임영웅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방송으로 보거나, 직접 콘서트를 찾아서 보는 것은 몹시 어렵다. 방송 출연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매우 적고, 콘서트는 표를 예매하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표를 구한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현실을 아는 아들이 다른 콘서트도 못지않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으라며 구해준 표였고, 그 효과는 충분히 달성하였다. 한 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전혀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하여 점심도 먹지 못하고 참가하였는데 배고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 시작 전부터 열기가 대단하였다.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공연을 즐기기에는 날씨의 영향따위는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좋았다. 전국 투어 콘서트의 처음 무대이기에 조금씩 실수도 있었지만, 전체 관람에는 영향이 없었고, 출연한 가수들은 준비한 무대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경연대회에서의 순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순위 결정의 스트레스를 벗어난 가수들의 노래는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좋았다. 평가 결과에 같이 긴장할 필요도 없이 그저 즐기고, 다음 무대는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를 능가하는 가수들의 열창에 두 시간하고 40분이 금방 지나갔다.

      

공연 자체도 좋았지만,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나이 들면서 즐거움을 찾을 대상이 줄어들고,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같이 참가하여 공연에 감동하고 같이 빠져들어서 즐기는 시간 자체가 더 좋았다

.     

아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젊음의 시간을 누리기도 바쁜 와중에 부모들을 위해서 어렵게 마련해 준 표와 그것을 생각해 준 마음이 고맙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아들 덕분에 축구와 야구 경기를 직접 찾아서 볼 수 있었고, 뮤지컬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이번에는 트로트 콘서트까지 볼 수 있었다.

     

60세를 넘어서 인생을 즐기라고 한다. 이번 콘서트 공연은 여러 가지로 즐거움을 주었다. 표를 구해준 아들, 열연해 준 가수들과 뒤에서 보이지 않는 노고를 해 준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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