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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송 Apr 16. 2024

#9. 행복은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다

아홉 번째  수기

2024. 04. 09 20:22 일기

  일기를 쓸 때 기록하는 시간을 적으니 재미있구나. 오늘은 기록하는 장소도 적어보았다. 물론 거의 대부분 같은 시간대에 책상에 앉아 쓰긴 하겠지만: 오늘은 아니기에.


  내가 좋아하는 상수동 카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비어있는 자리가 이곳뿐이었다. 구석자리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곳은 모든 자리가 마음에 든다. 날이 좋아서 그런가 사람이 참 많았다.



  벌써 n번째 방문인 이곳은 나에게 공간이 주는 힘을 알게 해 주었다. 이 카페가 위치한 골목에 다다를 때쯤부터 나는 굉장한 설렘을 느낀다. 마치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직전인 것처럼. 이미 유명한 곳이겠지만, 인스타 스토리에 사진을 올릴 때에 장소를 언급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나만이 간직하고 싶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나 데려오고 싶은 곳이다. 벌써 꽤 많은 친구들이 나와 함께 이곳에 방문했다.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당일, 가장 친한 친구 생일, 펑펑 눈 내리는 날 등등.



  오늘도 역시 낭만이 가득하다. 1월 초,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이후로 오랜만에 왔는데, 오늘은 카페 문과 창문들이 활짝 열려있고, 테라스에서 작업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매번 올 때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 진중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마저도 서로에게 굉장히 집중한 채 말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말소리가 들리지만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소음이 있는 곳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지금 막 러닝하는 무리들이 줄지어 뛰어가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 보았는데, 카페 안에서 바라보니 영화의 한 장면 같네.




  어쩌다 보니 카페의 홍보대사인 마냥 글을 적고 있는 나는 뭐든 한 번 빠지면 아주 지독하게 빠지는 편이다. 나처럼 이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궁금해진다. 왠지 마니아층이 꽤 있을 것 같은 느낌이긴 하다.



좋아하게 된 나름의 이유들에 대한 정리


1. 우드톤 감성의 엔틱한 매력

2. 내 취향의 선곡들(인디/인디팝)

3. 적절한 소음

4. 낮에는 커피, 밤에는 술도 한잔 할 수 있다는 점

5. 짙은 취향을 가지신 주인장님(카페 곳곳에 취향이 묻어난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들도 굉장히 많다)

6. 밤 12시로 긴 영업시간

7. 방문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자기만의 색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8. 기분 좋게 공부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곳

9. 맛있는 커피와 하이볼, 그리고 디저트


  이러다 끝이 없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무튼 이 정도면 내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충분히 느껴질 것 같다. 아끼는 곳인 만큼 참았다가 한 번씩 갈 거다.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n번째 방문을 하며, 올 때마다 혼자 오리라 마음만 먹었었는데  드디어 실행에 옮겨 굉장히 신난 마음에 적게 된 글이다.



그게 무엇이든,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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