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2차 시래기 자원봉사를 갔어요
오늘로 강원도 세 달 살기 종로일이 딱 1주일 남았다 1주일 후면 짐을 싸들고 하산하게 된 것이다 나는 여기 두무산촌에서 12월을 혼자 더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다 방문을 열고나오면 두무산촌의 넓은 정경이 너무 좋았고 빙 둘러 산이 자아내던 아침마다의 운무 낀 산새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산에는 소나무가 많아 흰 눈이 소나무 위로 펄펄 내리는 광경을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우리 두무산촌 6팀은 종료일이 다가오자 숙소에 거의 안머무르고 다 여행 나들이로 숙소가 텅 비기 일쑤였다
오늘 대표님댁 시래기 작업을 또 간다는 회장님의 전갈이었다 지난 주에 한번 해봤기에 부담없이 숙소를 나섰다 푸른 무청을 단 무밭이 우릴 반겨 주었다 사람 좋은 인상인 대표님이 반갑게 우릴 맞아 주었다 10명이서 밭두룩에 앉아 잘 벼린 칼날로 무청을 잘라냈다 두룩에 시래기가 쌓여 갔다 더러 무 퍼런 부위를 잘라 먹기도 했다 달고 맛있었다 새참처럼 대표님 사모님이 빵과 블루베리 쥬스를 주셨다 쥬스가 시원했다 추운데도 꼬박 쭈그리고 앉아서 하니 더웠나 보다 밭두룩마다 무청 시래기가 쌓여가고 트럭처럼 생긴 경운기 같은 차가 밭으로 들어왔다 우린 우리가 자른 시래기를 차에 실었다 제법 차에 가득했다 대표님은 무는 필요한만큼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하셨다 나는 동치미를 담고 싶다고 했다 아주 작은 무를 좀 뽑아 가자고 했다 남자선생님들이 좋다고 동치미를 담그자며 무는 책임지고 작은걸로 뽑아 오겠다고 했다 60이 넘도록 생면부지로 살던 사람들이 자연속에서 공기 좋은 강원도 살이에서 만나이렇듯 의기투합해 의좋은 남매들처럼 살아간다는 사실이 나는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해가 다 떨어져 어둑해질때까지 우린 작업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젊은이 없는 산골에 무언가 손을 보태고 도와 드릴 수 있음이 뿌듯했다 대뾰님 사모님의 이 넓은 밭농사를 둘이서 하니 무릎이고 허리가 아파 병원다니느라 바쁘다는 근심 어린 목소리가 나를 쭉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