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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나폐인 Feb 03. 2023

요즘 NBA가 재미 없는 이유

: 장기자랑 농구판의 최대 수혜자 = The Goat ?! 르브론

 80년생인 필자는 중학교 운동장이 작았다. 교직원들이 주차장으로 일부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작은 운동장은 축구경기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한 켠에 자리잡은 두개의 농구골대는 그 덕분인지 매시간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농구 붐은 국내 농구에는 관심이 없던 나와 같은 아이도 바다건너 NBA를 갈망하게 만들었고. AFKN 등의 방송을 통해 가능한이라도 NBA 경기를 챙겨보곤 했다. 


 그 당시 국내 농구는 허동택 트리오가 유명했던 시절이고, 좀 더 지나면 연고전(나는 항상 현주엽이 있는 고대를 응원했다)이 치열했다. NBA는 당연히 MJ가 제일이었고, 좀 더 안다는 친구들은 마크프라이스를 외치며 외곽슛을 쏘기도 했다. 


 동농(동네농구)는 파울과 트레블링을 나름 자율적으로 지켜야하는 상당히 양심적인 리그이므로, 역설적으로 상당한 비정상적 플레이가 넘쳐났다. 예를들어 매 드리블이 모두 캐링더 볼(농구공이 손바닥을 위로하는 상태로 올라오면 그 순간 볼의 소유가 됨)을 하면서 드라이브인을 밥먹듯이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리그(?)가 재미있게 유지되는 이유는 일종의 불문율과 같은 트레블링(일명 "워킹") 규칙이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한번 튀기고 오른발에서 잡고, 다음 왼발로 딛고 점프, 레이업슛" /  탕 + 원 + 투 = 슛


 듣기에도 깔끔하 저 리듬과 소리가 한박자라도 어그러지면 우리는 모두 "워킹"을 외치며 손을 돌리거나, 그런 박자를 저지른 친구도 자진납세하기 마련이었다. (안하면? 리그 패쇄다. 싸움난다..ㅎ) 쉽게 생각하면 핸드볼 경기를 처음볼때 느끼는 위화감같은 것이다. 농구의 트레블링은 원칙적으로 3발이상 걷지 못하는 것이고, 핸드볼은 4발 이상 걷지 못하는 것이 규칙이다. 단 한발차이지만, 실제 핸드볼을 보면 5발은 걷는 것 같은 엄청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이 지점이 농구에서 볼의 컨트롤과 풋웍 그리고 드리블 실력이 핸드볼보다 좀더 리드미컬하고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왔다.


 서설이 길었다. 서설을 길게 늘어놓고 하고 싶은 말의 첫마디는 "요즘 NBA 농구 정말 재미없다"는 이야기다. 난, MJ의 농구를 보았고, 숭상하던 매직의 농구를 하이라이트로 찾아봤으며, 가장 좋아하는 MR.Fundamental 팀던컨의 플레이를 챙겨보고 살아왔다. 그리고 넥스트 MJ 시대의 코비를 보아왔으며, 지금의 curry와 르브론까지 보며 농구시청을 즐기고 있지만, 요즘 처럼 NBA 경기가 기대안되고, 심심하고 재미없기는 처음인것 같다. 


 "득점과 기록과 어시스트가 쏟아지는 공격농구의 시대인데, 왜 재미가 없지?"


 요즘 농구 재미없다고 이야기하면, 일견 동의하는 사람들은 바로 "커친놈"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커리가 나타나서 3점 일변도의 농구판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서 재미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인데. 난 좀 생각이 다르다. 그나마 커리가 있어서 이 농구판이 재밌어 보인다고 말이다.  


요즘 내게 NBA 가 재미없는 이유는 다음의 사실들이 모두 영향을 미쳐서 그렇다.


1) 3점슛의 공격빈도가 매우 높아졌고, 그로 인해 3점 & 림어택, 2지선다의 공격루트가 과점 중이다.

    - 미드레인지 공격의 빈도와 다양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2) 위 1)의 영향으로 전 포지션의 멀티태스킹이 권장(강요)되고, 선수간, 포지션간 스타일이 획일화 된다

    - 슬램덩크 매니아 분들은 1번 PG(송태섭) - 2번 SG(정대만) - 3번 SF(서태웅) 4번 PF(강백호) - 5번 C(채치수)로 이어지는 역할의 분담에 익숙하고, 각 포지션별 특징과 기술에 대한 스페셜리스트의 플레이를 기억할 것이다. 


3) '94시즌 이후로 강화된 백코트 핸드체킹의 금지와 97시즌경부터 추가 강화된 팔을 사용한 진로차단행위의 파울 적용으로 인한 "러프한" 백코트 수비

    - 요즘 NBA 보면 거의 가드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백코트에서 가드들이 공을 잡으면 수비수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한번 살펴보시길. 대부분 한발 정도 뒤에서 수비 어드레스를 하고 움직임을 기다린다. 공격수와 수비수간의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공격수가 먼저 움직이는 상황이 유발되는데 이는 곧 공격수에게 수싸움적으로 매우 유리함을 이야기한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이 핸드체킹 금지와 팔사용 금지의 강화이다.

   - 간혹 요즘 농구 세대의 분들이 핸드채킹 금지 이야기를 듣기라고 하면, 핸드체킹이 뭐 대수냐, 그거 없다고 요즘 농구가 더 쉬운게 아니다...라고 하며,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농구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엄청난 차이를 느낄 것. 핸드체킹은 손을 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손을 통해 공격수를 한방향으로 이끌수도 있고, 미묘한 힘의 방향을 차단할수도 있는 상당한 수비수의 권한이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는 선수를 때리는 것까지 핸드 체킹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 다했지만)


4) 게더스텝(FIBA기준 제로스텝)의 적극적인 적용으로 인한, 트레블링의 완화

   - 게더스텝으로 불리는 제로스텝(공을 소유한 시점에 플로어에 붙어있는 발은 0 스텝으로 처리)은 NBA에서는 오래된 룰중에 하나이다. 다만, 그 게더스텝은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탕+원+투의 일반적 스텝에서, "탕"과 "원" 사이의 볼의 소유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과도적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레이업을 해보면 내가 공을 튀기고 오른발에 잡은것(소유한것) 같이 생각되지만 실상은 오른발이 닿기전 잡고 왼발(0스텝, 잡고(소유하면서)-오른발(1스텝)-왼발(2스텝-점프) 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 시점의 이슈이고 심판 재량의 이슈일수 있는 이부분이 일반화를 넘어 적극적으로 용인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은 요즘 NBA에서 심심찮게 3발 걷기(간혹 4발 걷기도 나온다 ㅠㅠ)로 나타난다. 공을 소유함과 동시에 딛는 발을 적극적으로 0스텝 처리를 하기 때문에, 공을 잡기 직전을 잘 이용한다면 이론적으로 3.5 스텝의 플레이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2.5스텝과 3.5스텝은 무려 1스텝의 차이고 농구에서 1스텝의 차이는 매우 크다. (농구 + 1스텝이 핸드볼이라고 이야기한점은 시사점이 크다)


 난, 위의 1)~4)의 영향으로 요즘 NBA 판이 이팀이나 저팀이나 팀 공격 스타일이 비슷하고, 그래서 누가누가 잘넣나 슛대결 잔치를 보는 것 마냥 시시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순히 재미없어진것이 문제가 아니다. 르브론제임스와 같은 선수가 엄청난 기록을 올리며 나이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많은 스탯을 올리고 있는 것이 위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요즘 농구의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은 커리부터가 아니라 The Answer 앨런 아이버슨 부터다.


 Answer가 등장하기 전 세대는 백코트의 움직임이 직선적이고 백코트에서 현란한 기술을 쓰기에는 수비자의 권한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일련의 백코트 핸드체킹완화, 팔사용의 제한 등 강화된 파울콜은 백코트 움직임을 상당히 자유롭게 놔두었고, 그로 인해 가드와 스윙맨 선수들의 움직임이 극대화되는 결과를 나았다.


 오로지 발로만 따라가야하는 횡수비의 극대화는 스크린 플레이와 맞물려 백코트의 슛은 물론, 움직임을 완전히 제어하는 수비는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KBL이나 WKBL등 비교적 파울콜이 라이트한 우리 현실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개인의 역량은 차지하고서라도 우리나라 프로농구를 보면 요즘은 덜하지만 조금 전만해도 공격수가 본인 수비수를 횡으로 벗겨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타이트한 느낌이다)


 아이버슨은 97년 드래프티로 기억한다. 핸드체킹룰의 완화와 추가적인 백코트 실린더 침범에 대한 파울콜 강화 등으로 인해서 충분한 개인기를 가진 아이버슨은 후세대 비교적 단신 가드들의 크로스 오버 드리블 등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빙의 초기 버전이랄까.  건드리지 못하는 공격수가 현란한 드리블을 해서 수비의 스텝리듬을 빼았는 것, 그리고 이미 공격수와 수비수간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하는 것. 이것부터가 최근 농구 패러다임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단신 선수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 상당한 신체 볼륨과 운동능력을 가진 - 전통적 파워포워드나 센터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세트 오펜스에서 드라이브인을 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보면 90년대 이전에는 모두 빅맨의 화려한 드라이브인 무브는 속공 상황이나 얼리오펜스에서 나온다. (바클리, 숀캠프 등등)


 하지만, 일련의 룰개정과 용인 하에서 이제는 빅맨급 포지션의 선수도 충분히 드라이브인을 할 수 있다. 


 1) 3점 농구 일변도의 스페이싱은 큰 몸집의 선수도 충분히 드라이브인 공간을 만들어 준다

 2) 수비자의 백코트 수비가 발을 활용한 가로수비만 존재하므로 다소 둔탁한 퍼스트 스텝으로도 드라이브 인이 가능하다.

 3) 게더스텝의 적극적 인정은 볼의 소유시점과 동시의 첫발을 용인하므로 (물론 완전한 소유이후의 첫발은 당연히 1스텝이나, 실제 경기에서 큰 보폭과 드리블 타임을 심판이 어찌 전후로 확인할까. 그결과 보시는 바와 같이 상당부분 소유와 동시의 발 - 때로는 소유 이후의 발도 - 0스텝으로 처리된다) 3스텝으로 림어택이 가능하다.  * 자유투라인에서 림까지는 약 4~5m 사이, 평균 보폭을 고려하면 2~3걸음이면 드리블 없이 바로 림어택이다. 

 

 요즘 농구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바로 이런 까닭이다. 현란한 기술이 난무하지만, 왠지모르게 공허하다. 마치 누가 공을 잘다루는지 장기자랑을 보다, 누가 슛을 성공시키는지 관람하는 느낌이다. (일종의... 미국 프로레슬링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시대는 변하고 농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포지션이 사라진 농구는 마치 핸드볼 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3점 쏘고, 튕기면 잡고 다시 킥아웃하고 또 3점 쏘고, 속공하다 얼리 3점 쏘고..하는 NBA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와서 뒤도 안보고 한숨에 써내려 갔다. 뭐..어디까지나 농구를 정말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팬의 한사람으로써.


* 추가로.. 르브론이 통산득점 1위에 오를것이고, 어시스트 역시 3위권에는 무난히 안착할 것이다. 그럼에도 Goat 논란에서 내게 르브론은 위와 같은 이유로 3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 


 난 MJ가 요즘시대에 오면 평득 40점을 할 것이냐는 논쟁에 대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물론, 선수관리 출전시간 등의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인해서 그렇게 두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다만, 르브론이 과거로 가면 지금의 성적을 낼것이냐는 논쟁에 대해서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확신한다. 스페이싱이 없는, 핸드체킹이 일반화된, 움직일 공간이 지금보다 부족한 농구에서 르브론은 절대 역대급으로 성공할수 없는 선수 스타일이다(라고 감히 이야기 해본다)


 르브론의 플레이는 정말 엄청나다. 말그대로 엄청나다. 다만, 난 그 친구가 농구를 정말 멋지게 잘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확실한건 정말 신체능력이 역대급이라는 점과, 정말 머리가 좋은 선수 - 여러 의미로 - 라는 점일 뿐이다. 그점은 명백히 NO.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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