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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바른 Oct 01. 2022

삶은 세대를 넘어 계속 비행한다

내가 탑건에 열광했던 이유에 대하여

*탑건1,2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정직하게 반영된 영웅의 여정

메버릭의 일대기는 정말 정직한 '영웅의 여정'이기도 하다.

주인공 메버릭의 일대기는 정말 영웅의 여정 (The Hero's Journey)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웅의 여정은 미국의 종교학자이자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이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제시한 이론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화들에 위 도표와 같은 여정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영화 미디어의 많은 스토리텔링은 위의 서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웅의 여정에 따른 주인공의 일대기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저는 우리 개인들도 우리도 모르게 영웅의 일대기와 같은 과정들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영웅이 아닌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하루에도 여러 번 실패하고 여러 번 부활하고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도 영웅의 일대기와 닮았기에 익숙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탑건1 메버릭의 여정 모든 여정의 단계를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성은 영웅의 여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따라갔던 클리셰 

주인공은 탑건 학교에 입교하며 여정의 첫 관문을 맞이한다 (탑건 1986)

탑건1에서 영웅의 여정은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메버릭은 탑건 과정에 도전하면서 여정의 첫 관문을 맞이하고


절친 구스의 죽음. 이 사건은 메버릭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자신의 절친했던 동료가 사망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일종의 '죽음'을 경험합니다. 아픔으로 인해 메버릭은 좀 더 성숙해지게 되고


아이스맨과 메버릭. 둘의 인연은 탑건2에서도 이어진다.

결국 자신과 대립했던 인물과도 호흡을 맞추면서 위기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이때의 메버릭은 영화 초반부의 메버릭과 전혀 다른 인물(변화되어 돌아옴)입니다. 물론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주인공은 더 성숙해졌고 무엇보다 소중했던 동료가 곁에 없습니다.


탑건1에 이어서 2 역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순서로 한 인물의 영웅 일대기를 보여줍니다. 전혀 과하지 않고 전혀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A : 클리셰가 먹히는 이유를 다시금 보여준 영화,,, 역시 클리셰를 따라가려거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가야 하는 거 같다.

B: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친숙했던 할리우드 영화의 표본. 불필요한 장면은 모두 덜어내고 억지전개, pc, 신파없이 깔끔하게 즐길수있는 명작인듯

C : 청춘,낭만,성공,희망... 아무리 뻔한 클리셰인 영화라고 해도 이렇게 건전한 영화일 수가.

-탑건 OST, Hold My Hand 유튜브 영상의 댓글 중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탑건의 스토리텔링에 깔끔함과 반가움을 느끼셨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탑건의 이야기는 



삶은 세대를 관통하며 비행하니까

메버릭의 비행기는 부모와 자녀 세대의 삶을 넘어 비행했다.
A : 우리 아버지는 고딩때 탑건1을 보셨는데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난 뒤에 탑건2를 보시니까 너무 좋다하시더라.. 어릴때 본 영화를 나중에 내 나이때 쯤의 자녀와 함께 영화를 본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B :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는 영화. 왜 몇십년동안 아버지의 1등영화가 탑건이였는지 깨닫게 해준 영화.

C : 대학생때 남친과 두근거리며 봤던 탑건1. 50대가 된 그때 그남자와 대학생 아들과 탑건2를 봤다.

-탑건 OST, I Ain't Worried 유튜브 영상의 댓글 중

탑건의 스토리텔링은 탑건1과 탑건2, 36년 간의 시간을 넘어 관객들을 이어주기 충분했습니다. 관객들 특히, 부모와 자녀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관람하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삶과 일대기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I watched this with my mom and not even one second after the movie started and this theme started, I was already smiling with joy knowing that they know what we're here for.

-탑건, OPENING SCENE 유튜브 영상의 영문 댓글

이런 모습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 같네요.


누군가는 부모님의 감회를 상상하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누군가는 36년 전 개봉일을 생각합니다. 이처럼 '탑건 : 메버릭'의 스크린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앉은 '영웅'의 일대기를 이해하고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습니다. 


이처럼 메버릭의 삶은 관객들의 세대를 관통하며 비행했습니다. 비로소 관객들은 옆 사람이 그려온 비행운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탑건 흥행은 저에게 일종의 '현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탑건에 열광했던 이유 역시 분명합니다. 단순히 영상미와 열광하는 것을 넘어서, 관람 후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과거 혹은 현재를 추억하는 모습을 본 적이 많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약 40년의 간극으로 개봉된 두 영화가 만든 현상에 반가움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서사였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했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던 거 같네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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