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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Mar 25. 2024

날이면 날마다

여름날

                     

왜가리 한 쌍이 날개를 펼쳐

한 바퀴 주변을 경비 돌고 나면

참새들이 염탐하며 틈을 본다

.

여물지 않는 벼들이 오금을 조이며

떠는 외마디가 들리자

.

서녘 하늘에 해님이 해바라기에게 윙크하여

신호를 주고 땅거미들이 우르르 나와 한낮에

사람들이 벌린 추태에 증거를 남기자

저들만에 세상에서 부지런히 경매 중이다

.

어지간히 주야장천 애주가의 흥타령에

입담 쏟던 사내 하나가 전원 예찬 찬사를

비누 거품 빼듯 풀어내고 곁에 앉은 안식구에게

노후대책 거론하며 안달복달하다 안중에 없자

멋쩍어 텃밭에 내뱉어내곤 호탕이 웃는다

.

한 여름의 더위는 한없이 끈적여도 지하 땅끝에서

퍼올리는 물길에 속풀이 하다 바리바리 인심 가득

덤싸서 옆 꾸리에 늙은 호박 껴안고 덩실대며

.

좋다 좋다 연발 끝에 앞산이 귀갓길을 도우며

한 발짝 다가와 악수를 하며 각자의 길을 배웅하는

양평이 또 저물어 간다

.

또 오소 은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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