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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Oct 04. 2024

먼길


날 좋은 날

마당 한가운데 호박 썰어

말리다가 덩그러니

가슴 구멍 숭숭 내가며

시간을 말리고 산 것을 알았다


살면서 돌덩이를

겁 없이 차며 걷다

걸을 때마다 묻는

언어의 절름거림을

탓하면서 남 탓으로 내몰았고


몰두해온 시간을

촘촘히 모으지 못해

뼈 구멍 숭숭 어설프게

말린 뒤틀어진 세월만큼

언어의 다리는 몸체를 끌고

수만 리 길을 걸어왔으니

관절만 쑤시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 먼길 ]- 은월

.

#은월2시집

#끝내_붉음에_젖다_90p

#해설_나호열

#도서출판_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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