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날
마당 한가운데 호박 썰어
말리다가 덩그러니
가슴 구멍 숭숭 내가며
시간을 말리고 산 것을 알았다
살면서 돌덩이를
겁 없이 차며 걷다
걸을 때마다 묻는
언어의 절름거림을
탓하면서 남 탓으로 내몰았고
몰두해온 시간을
촘촘히 모으지 못해
뼈 구멍 숭숭 어설프게
말린 뒤틀어진 세월만큼
언어의 다리는 몸체를 끌고
수만 리 길을 걸어왔으니
관절만 쑤시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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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길 ]-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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