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저릿하게 아프다.
최근 들려오는 수많은 전쟁의 상황이 떠오른다.
벌써 1년이 넘어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처음 보았을 때도 생각이 난다.
지하 피난소에서 어린 아기가 가죽천으로 기저귀를 대신하고 숨어 있었더랬다.
아직 기저귀를 하고 있었던 막내와 겹쳐 보이며 마음이 어찌나 심란했던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다 보니 특히 아이들의 힘든 소식을 접하면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요즘은 사회의 뉴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겁이 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중요한 뉴스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려 한다. 다만 내가 거르고 걸러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 아이들용 시사 잡지를 구독해서 전체적인 사회 상황은 파악하게 도와도 주지만, 그 잔혹성에 잔상이 남는 뉴스는 되도록 직접 접하지 않게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도 학교에서 보고 듣는 게 많은 나이인 지라 아이들은 종종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대해 엄마의 의견을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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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회 시간에 아이들이 윤대통령이랑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들었는데, 뭐가 맞는 거야?"
"학폭 사건 일어나서 선생님들이 시위하러 간 건 왜 그런 거야?"
시사프로그램을 매일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듣는 나로서는 설명해 주기 어렵진 않지만 가장 어려웠던 최근의 질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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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랑 하마스는 왜 이렇게 전쟁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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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독교 신앙을 믿는 우리 가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이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까지 꽤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뭐야, 결국에는 영국이 나빴네. 보기에는 이미지 좋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보기와 다르게 진실은 다르구나"
"좋은 나라라는 건 없어. 나라 간의 관계는 오늘 친구여도 내일 적이 되고 또 반대로도 될 수 있는 거야. 다 자기 나라에게 이득이 되기 위해 일하는 거지. 영국도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다 마찬가지이고. 특히 여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리더십이 정말 바로 서야 일반 사람들이 또 후세의 사람들이 평화 속에 살 수 있는 것이지. 하나님의 일도 마찬가지란다."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오늘은,
엄마가 아이를 꼭 껴안고 전쟁의 공포 한복판을 버텨내는 그들의 오늘과 같은 날임을.
보이는 대로 느끼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진실을 마주해야 세상이 변화한다는 걸
새삼 가슴에 새기게 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