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2022)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찾는 영화의 종류를 바꾸어놓은 것 같다. 짧은 유희를 찾는 것에서 깊고도 미묘한 여운과 곱씹음을 찾는 것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중년의 주인공으로서 고혹적인 매력을 뿜기는 남녀가 의심과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관찰한다.
애틋함이 넘쳐나는 것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담배를 피는 탕웨이를 유일하게 곁에서 지켜주며 재떨이를 받쳐주고, 아이스크림으로 저녁을 때우는 그녀에게 자신이 아는 중국식 볶음밥으로 그녀를 보살펴준다. 박해일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데 탕웨이는 숨을 맞춰주며 그가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도와준다. 박해일은 주말마다 의무방어전을 아내와 치르지만 탕웨이와는 일절 그런 장면 하나 없는데 이는 탕웨이와 박해일의 사랑에는 순수성이 있다는 것을 대비되게 보여주고 있다.
박해일이 잠복수사하면서 혼자 집에 있는 탕웨이를 지켜보는 것은 나중에는 보디가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경찰로서 용의자를 수사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탕웨이 역시 용의자로서 불편해야할 잠복수사가 압박이 아닌 믿음직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깊이 알아가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을 것이다.
안개가 끼는 바다에서 남녀의 사랑이 시작하는 것은 사랑이 시작할 때 확신하지 못 하는 우리를 애타게 만드는 상대방의 마음을 형상화하는데 이는 시각적이면서 심리적인 상태를 잘 묘사해낸다.
미결이 이 영화에서 키워드인 이유는 박해일은 형사로서 미결(미해결) 사건을 마음 속에 두고 사는데 탕웨이가 해변에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사건뿐만아니라 사랑마저 미결로 만들어 영원한 사랑으로 봉인하는 것이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문맥은 이 영화에서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이 말은 결국 상대를 잊지 못 했다는 것이다.
탕웨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박해일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는 박해일이 탕웨이로 인해 자신이 붕괴되었다고 말한 것을 그렇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탕웨이는 문학적인 표현을 자주 썼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아도 행간을 통해 붕괴라는 단어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연출이 참 영화다웠다.
미묘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이 영화는 감히 내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