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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Estelle Oct 22. 2023

강제입원, 그 고민의 끝에서

[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엄마의 병식이 돌아오기 전 제일 많이 알아봤던 게 있어. 바로 입원이야. 

물론 엄마를 데리고 직접 대학병원에 가서 엄마와 담당 주치의와 가족들 의견에 따라 입원 생활을 하긴 했지? 하지만 엄마는 입원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3일 만에 퇴원했어.


그리고 다시 망상과 환청 증세가 시작되면서 우리 집엔 먹구름이 드리워졌어. 


강제입원, 힘들어. 그 순간 엄마도 정말 힘들었겠지만 나와 동생, 아빠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강제입원 시켜야 할 것 같다는 그 판단이 생기기까지 눈물로 밤을 지새웠어.


그런데 망상과 환청 증세로 이웃들에 대한 엄마의 감정이 격화되자 누군가가 엄마로 인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어. 안 그래도 일부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로 세상은 조현병 환자를 '국가에서 치료할 수 있게 관리시켜야 하는 환자'로 보는 게 아니라 '살인마' '범죄자'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이 프레임을 우리 가족을 통해서 또 씌우게 할 순 없었어. 


'남을 보호하기 위해 내 가족을 강제입원 시켜야 한다' 


굉장히 가슴 아픈 말인데 한 편으론 치료가 된다면 다행이지. 다만 일부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가족이 자신을 강제입원시켰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입원 이후 가족을 해친 경우들이 있었어. 즉, 치료해서 병식이라도 되찾는 환자들이 있겠지만, 오히려 가족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가족을 해치는 경우도 있는 거지.


그런데 사실 난 이게 걱정되진 않았어. 만약 엄마를 진짜 입원시키고 이후 퇴원할 때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는 데 두려움보다 가슴 아픔이 컸어. 


내가 아는 엄마는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30년을 자신의 인생보다 남편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사람인데 '가족들이 나를 강제입원시켰다'라는 생각이 들면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어. 병식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네' '강제입원까지 시켰네'라는 생각이 가득할 것이고, 배신감을 넘어서 수십 년간 희생하며 살아왔던 세월이 처참히 무너질 수 있겠다 싶었어.


다행히 엄마의 병원을 따라가서 증상을 전하고 약이 좀 바뀌면서 전에 비해 환청과 망상은 나아졌고, 강제입원은 하지 않기로 했어. 차츰 망상과 환청을 느끼지 않아서, 이웃에 대한 분노가 사라져서, 내가 엄마의 마음을 찢어놓지 않게 돼서 다행이었어. 


엄마, 난 정말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족들이 엄마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극단의 상황까지 다녀온 우리, 앞으로 행복하게만 살자.




[ 에필로그 ]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치료를 위해 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도 고통에 시달린다.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국가의 도움 없이 오로지 가족들이 입원 절차를 직접 밟아야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도움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이 심해져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비자의적 입원'이 고려된다.


비자의적 입원은 (1) 응급입원 (2) 행정입원 (3)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 가족들이 진행하는 강제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입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호의무자는 직계혈통(부모·아들·딸), 배우자(며느리·사위 포함), 후견인으로 대부분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다. 


하지만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조현병 환자와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을 방치시키는 제도라는 의견이 많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가 있기 때문에 조현병이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가족들에게 책임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해치는 위험한 질환이면 절대 가족과 그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이 입원 과정에서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해외에선 어떨까. 일부 해외 국가들은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입원 결정을 절대 개인이 진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준사법기관에서 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대표적으로 호주는 정신건강심판원에서 정신의학전문의 의견에 따라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미국은 정신건강법정에서 판사가 정신질환 분야 전문의들과 함께 중증정신질환 환자의 입원 여부를 심사,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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