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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Estelle Oct 22. 2023

괌에선 웃어줬거든요

[숨 쉬는 도전 중입니다_미소라는 여유]

미소를 잘 짓는가?

음식점에서 카페에서 마트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는가?


지금까지 내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사람을 본 적은 손에 꼽는다. 우리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미소를 남발해야 하냐는 이유로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 여름 괌에 다녀왔다. 한두 번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관광객이 많은 곳보다 현지인이 많은 곳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현지인이 다니는 마트, 현지인이 자주 가는 음식점 등을 방문했다. 한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 맞은편에 괌 현지 경찰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행객이지만 경찰을 보니 괜히 두려웠다. 그래서인지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다른 곳을 보고,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렸다. 한참 식사를 하다 고개를 들고 앞을 봤는데, 경찰과 눈이 마주쳤다. 심지어 그 경찰은 나를 뚜렷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으려던 찰나, 경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한쪽으로 까딱했다. 'Hello'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여행객인 걸 알고 그랬겠지'하고 기분 좋게 넘겼다. 


식사를 마친 후 마트로 넘어갔다. 상호명은 기억이 안 나지만 현지인이 자주 간다고 알려진 마트였다. 간식을 고르고 여러 식재료를 구경하다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아이를 마주쳤다. 생각 없이 한 번 보고 고 카트를 미는데, 그 순간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와 달리 여성은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눈으로 내게 인사했다. '괌이 여행지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에게 다 잘해주나' 싶었다. 


이후 미소 잔치는 계속됐다. 가만히 카페에 앉아 있는데 미국 영화에서나 볼 듯한 트럭을 발견해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트럭 운전사가 창문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며 '브이'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이 따뜻했다. 이들의 미소와 미소에서 오는 여유가 여행을 왔다는 여유보다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뒤, 며칠간 미소 짓는 걸 연습했다. 카페에서 주문할 때, 음식점에서 음식이 나온 뒤 감사 인사를 전할 때,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미소를 지어보려고 했다. 일단 카페와 음식점에선 대성공이었다. 미소를 지으니 '나'도 행복해지고 '상대방'도 행복하게 응대했다. 하지만 지하철과 마트에선 실패했다. 미소 짓는 성공이었지만, 상대방의 눈에선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일까'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괌에 다녀온 지 2개월이 지난 지금 난 다시 미소의 여유를 잊었다. 미소를 잘 짓는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느끼는 행복함을 느껴서 누군가를 만날 때 미소는 잃지 않는다. 다만 미소에서 나오는 여유는 가물가물하다. 행복함을 느꼈지만 여유는 느껴지지 않는 건 매 순간 미소를 지을 환경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10초만 미소 짓고 할 일을 해보라고. 

그럼 분명 느낄 것이다. 세로토닌 분비가 이렇게 잘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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