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엄마의 병식이 돌아오고 엄마를 향한 나의 잔소리가 늘었네. 엄마가 병식이 돌아온 것조차 기적이고 감사한 일인데 나는 자꾸 더 엄마에게 바라는 것 같아. 예전 엄마로 돌아와 달라고. 난 엄마가 병식이 돌아오면 예전 엄마의 모습이 돌아오는 줄 알았어. 요리를 배우고 싶어 했던 엄마가 요리학원을 등록하고, 화분갈이를 참 좋아하기에 여러 화원을 다니고. 그런데 병식 전보다 활동량이 늘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런데 엄마, 내가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어. 왜 난 엄마를 예전 엄마의 모습으로 돌리려는 걸까. 지금 병식이 있는 상황에서 의욕은 없지만 이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면 되는데 말이야.
사실 나의 미래가 걱정됐어. 엄마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나를 좋게 볼까,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 시댁 분들은 축 쳐진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어. 엄마, 정말 미안해. 엄마는 나를 키우면서 어떤 창피함도 어떤 고난도 무릅쓰고 나를 위해 애써왔는데 나는 엄마의 모습으로 내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어.
엄마, 이제는 이렇게 걱정하지 않을 거야. 당당하게 조현병 사실을 밝히고, 엄마와 우리 가족들이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힘이 되어 줄 거야. 나 이젠 숨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오로지 엄마의 평온함을 위해 딸로서의 역할, 최선을 다할거야. 나의 인생만을 생각해서 미안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