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얼마 전에 우리가 된통 싸웠지. 사실 내가 아빠 편을 들다가 엄마와 나의 싸움으로 번졌지만, 또 한 번 마음의 오해가 쌓였어.
엄마가 병식이 돌아온 건 정말 감사해. 반 이상은 왔고, 아니 어쩌면 90%는 나아졌다고 생각해. 다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병식이 돌아왔지만 약을 먹으면서 의욕이 없는 엄마의 모습이 간혹 힘들어.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사회생활에 이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느낌이어서 그런가 봐. 어찌 보면 이건 정말 오로지 나만 생각했을 때 느낌이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욕 없는 엄마의 모습이 화가 나나 봐.
내가 엄마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지. '요리 배우고 싶다며. 요리학원 등록해.' '뛰는 게 잘 안 된다며. 필라테스 끊어줄 테니까 다녀. 근육 키워야 해.' 한 달 전에 횡단보도에서 나랑 뛰다가 엄마가 넘어졌을 때 걱정스러우면서 화가 났던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 엄마가 엄마의 삶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게 싫어서였던 것 같아.
하지만 엄마는 조현병 약을 지금도 먹고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되지 않겠지. 이걸 아는데도 그렇게 화가 난다. 내 욕심이 끝이 없는 건지, 가끔은 내가 지금 이렇게 답답한 게 정말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인지 헷갈려. 미안해 엄마. 내가 천천히 가는 법을 모르나 봐.
엄마가 한 말이 머리에 맴돌아.
"내가 이 약을 안 먹으면 또 정신이 돌까 봐 안 먹을 수가 없어. 나도 약 안 먹고 의욕적으로 살고 싶어"
엄마는 엄마 스스로 얼마나 답답할까. 아빠한테 이야기 들어보면 결혼하기 전에 지금 나보다 한 잔 하는 것을 즐기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던 엄마인데 한 순간에 온몸과 정신에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 말이야. 엄마의 말을 되네이면서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게 됐어.
"엄마도 불안했구나"
엄마, 내가 급하게 가지 않을게. 그리고 천천히 가야 하는 엄마의 삶에서 또 다른 짝꿍이 될게. 그러니까 엄마도 불안해하지 말자. 조현병 약이 뭐길래 이렇게 당사자와 가족들을 신경 쓰이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기에 우리가 천천히 가는 걸로 하자.
어느 순간에는 조현병 약을 안 먹어도 활기찬 삶을 만끽하는 엄마의 날들이 펼쳐졌으면 좋겠어.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