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며 습관성유산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열 달을 고이 지켜낸 튼튼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초등학교 최고학년인 6학년이 되었다. 13살의 나이보다 초등 최고학년이라는 점이 더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신학기 면담을 하고 돌아왔다. 선생님과의 대면상담이 3년 만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초등생활을 마무리하는 학년이라 남은 1년을 더욱 잘 보냈으면 하는바람에 선생님과의 대면 상담을 신청했다.3학년, 4학년, 5학년 담임선생님은 정말 얼굴 한 번 뵙지 못하고 학년을 마무리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올해는 공식적인 면담신청이 가능하기에 주저함 없이 대면으로 상담을 신청하였다.
상담을 해본학부모님들이라면 당연스레 알겠지만 1학기 상담은 담임선생님께 아이에 대한 정보를 부모님이 알려드리는 시간이다. 물론 3월이 되고 3주 동안 아이들을 지켜보았겠지만 미리 선생님께 알려드려야 할 특이사항들을 전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너무 특별하지 않은 아들이라 특별히 면담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1년을 이끌어 주실 선생님과의 상담은 생략할 수 없는 좋은 시간임이분명했다.
우선 담임선생님께서는 작년 영어 전담선생임이셔서 1년 동안 함께 수업을 해주셨고, 작년 10월에 수영대회 때 학교대표로 참석한 아들을 인솔해 주셨던 선생님이시다. 나역시이미 몇 번을 뵌 선생님이라 특별한 부담감 없이 만나 뵐 수 있었다.
드디어 면담 약속시간, 소개팅에 나가는 여대생 같은 설렘도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커피 한잔, 작은 화분조차 마다하실 것 같아 손 부끄럽지만 부담 없이 두 손 가볍게 교실문을 두드렸다.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위아래 스캔 같은 건 없이 안내해 주신 자리에 착석했다.
서로 구면임에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나서 본격적인 1학기 상담이 시작되었다.
우선 2~3주 동안 지켜봐 온 모습을 솔직히 말씀해 주셨다. 수업활동시간에 개인과제가 주어지면, 흔한 6학년 남학생의 경우 어쨌든 대충,빨리, 조금만 하고 놀려고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아들의 경우는 몇 번의 활동을 선생님께서 지켜봤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정확히 할지 고민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편이라 6학년 남학생에게서 보기 드문 모습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순간 다행이구나 싶은 마음과 늘 부족해 보이는 모습인듯했지만 부족한 게 아니라 엄마의 눈이 높았구나 하며 반성도 함께 하였다.
두아이를 낳고 내가 하던일을 그만두고 내 개인적인 삶을 접어두고 오롯이 엄마의 삶을 살아온 내가 아이들에게 원하는 바가 몇 가지 있었다. 인성, 배려, 습관이다.
지금까지의 습관이 발현되나 싶었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이라면 먼저 하고 쉬고, 이왕 시작한 일이라면 정확히 끝내고 쉬자라고 늘 말해왔기에 학교에서도 그래왔던 모양이다.
뭐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존감이 높은 아이일 거라는 말씀과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습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나누었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아는 아이일 거라는 말씀과 더불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로서 사랑을 표현해 주었다고 아이가 온전한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며칠간이었지만 선생님께 비친 아들의 모습이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라는 말씀에 신학기이지만 이미 학기말 성적표를 받은듯하다.
아들에게 표현하는 사랑이 부족하다고만 느꼈는데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더 잘 느끼고 있는 아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