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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산 Nov 10. 2022

나는 어떤 고마움을 주고 살았을까?

제자의 취업 일기 4

“오 대표가 웬일이야?”

“교수님, 이번에 큰아이가 대학에 들어갔어요.”

아들 자랑을 하고 싶었나 보다. 나이 50을 앞둔 제자의 들뜬 목소리가 정겹고 눈물겹게 반갑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면 걸려오는 전화가 많아진다. 매년 안부를 물어오던 제자들이 갑자기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는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 같이 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 그렇다. 한참을 주저하다가 가끔 안부를 물어오던 몇 명의 제자에게 각각 5만 원씩 송금을 했다. 요즘에는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 톡으로 송금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교수님, 잘 못 보내셨어요.”

한결같은 답변이다. 오랜만에 제자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덩달아 힘이 난다.


작년 7월 한 학생이 상담을 하러 왔다. 몇 마디 이야기를 해 보면 학생의 심리 상태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적성이 맞지 않아 전에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삼수를 해서 우리 학과에 입학했고, 군 복무를 마친 4학년 남학생이다. 

“너는 어떤 회사 가고 싶니?”

“아무 데나 오라고 하는데 가고 싶어요.”

“인턴 하지 않았니?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이번 방학에도 경력을 더 쌓고 싶어서요.”

성적도 좋고 자신의 주장도 확실한 학생인데, 나이가 많다고 취업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는 학생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 한 달 정도의 단기 인턴을 쉽게 받아 주는 회사는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졸업한 제자에게 부탁해 보는 게 제일 빠르다. 얼마 전 통화를 했던 오 대표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것 같았다.

“성실한 제자가 있는데, 현장교육 좀 시켜주면 안 될까?”

“바로 보내주세요.”

졸업한 선배들은 후배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오 대표는 1개월 동안 교육을 시키고, 월급도 주겠다고 했다. 


올해 2월 졸업식이 있던 날 그 학생이 달려왔다.

“교수님, 삼성OO에 합격했어요.” 

“부모님도 좋아하시지?”

“교수님 덕분이에요.”

내가 해준 건 별로 없다. 그런데도 그 학생은 내 덕분이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졸업한 제자들이 가끔 찾아와 고맙고 인사를 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고마움을 주고 살았을까? 그들은 나의 거울이다. 거울 속에 있는 나처럼,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도 나를 보고 있다. 거울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뒷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보고 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서 내 뒷모습이 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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