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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산 Dec 03. 2022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아버지의 고단한 삶 4

부모님은 한 달에 한 번씩 고향에 있는 시골집에 들르신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오래전에 그 집에는 동생 부부가 살았었다. 동생은 산촌으로 시집와 고생하던 제수씨를 위해, 부엌을 입식으로 바꾸고 방도 넓히고, 마루 전체를 감싸는 창문도 설치했다. 지금 보이는 시골집내가 기억하는 어렸을 때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도깨비방망이를 숨겨둔 할머니의 벽장도 보이지 않고, 엄마의 부엌에 살던 착한 두꺼비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사랑채에서 들려오던 할아버지의 신비한 전설 이야기는 이제는 안타까운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시골집이 내려다보이는 할머니의 산소에는 잊히지 않는 아픔이 배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이 지났을 때,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할머니 산소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병을 얻고 흉사가 많이 생긴다고 했다.

"묘를 잘 못써서 그럴지도 모르는 겨."

누군가 내뱉은 한마디가 괴소문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온 마을에 퍼져 나갔다. 마을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서에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했지만, 동네 사람들은 경찰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이웃집 할아버지가 작대기를 휘두르며 묘를 훼손하고 제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산소를 이장해 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서울 집으로 찾아왔다.

아버지는 크게 실망하시고 한참을 한탄하셨다.


시간과 함께 소문도 사라지는 걸까?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40년도 더 지났다.

옆동네넘어언덕에서 산길을 따라 20여 미터 들어가면 산 끝자락에 할머니 산소가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산길 입구에 빨간색 경고판이 들어섰다.

길에서는 상여 행렬이나 운구를 금한다.’

몇 년 전에 마을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다.

할머니 산소를 찾을 때마다 그 심란한 경고판이 눈에 들어온. 애써 무시해보려 하지만 빨간색 경고 문구가 지금도 나를 우울하게 한다.


멀리 동네 어귀가 내려다보이는 우리 산 꼭대기에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다. 오래전에 아버지는 할아버지 묘 주변에 여러 과일나무를 심으셨다. 90이 넘으셨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그 산에 오르고 계신다.

“이제는 아버지 보러 가는 것도 힘들구나.”

지난해 힘들게 산을 오르시던 아버지가 할머니 곁에 묻히고 싶다 하셨다.

...

거기에는 빨간 경고판이 우울하게 서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친절한 집안사람들이어서 더 그렇다.

아버지가 

할머니 옆에 묻히길 소원하시면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마음이

무겁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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