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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멘토 배군 Nov 03. 2022

03. 직업의 '진입장벽' 개념 이해하기

전편에서 짧게 언급했던 직업의 ‘진입 장벽’이란 개념을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합니다. 오랜 시간 각광받으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직업들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성되거나 필요가 없어진 것 들도 많습니다. 몇 예로 30년 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버스 안내원, 불과 얼마 전까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공중전화를 수리/관리하는 직업은 수요가 없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반대로 몇 년 전부터 생겨난 신생 직업으로는 크리에이터, 여행작가, 블로거 등 의 프리랜서 직군, 그리고 기업 내에는 옴부즈맨, 안전/환경 EHS 관리자 등의 새로운 포지션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떤 경쟁을 하게 될지, 그리고 이미 다가온 100세 시대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디지털 시대에 수요가 없어 보이는 전공과목을 선택한다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방향성과 희소성 있는 전문성을 더하고, 그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이라면 성공할 확률은 높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로 돌아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를 함께 떠올려 보겠습니다. 그때 10년 후 어떤 직업이 유망하고, 그러기 위해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하고, 이후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지 알았다면 정말 현명하셨습니다. 만약 지금 내 아이가 그렇다면 벌써 '부모로서 할 일의 반절 이상은 했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도에 그 방향성이 변할 수는 있어도, 첫걸음을 떼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다수의 우리들은 막연하게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급여 많이 받고, 때가 되면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삶을 떠올렸을 뿐, 어떻게 하면 남에게 견제받지 않는 ‘평생직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거나 배울 기회가 적었을 것입니다. 필자 역시 영어가 한국어처럼 편하지는 않았고, 수학과 과학을 잘했기에 자연스럽게 공대를 선택했고, 대세를 따라 남들처럼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운 좋게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비슷한 학벌, 주어진 일은 어느 정도 해내는 변별력 없는 능력 (물론 소수의 S급 인재들 제외),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매년 임원진급에 실패한 부장들에게 내려오는 조기퇴직 명령을 주기적으로 바라보며 ‘이게 곧 내 모습이려니’ 하는 삶이었습니다. 비슷비슷한 배경을 가진 인재가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전국에서 몇 만 명의 대학 졸업자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수많은 학생들이 매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 그때와 지금의 변함없는 현실입니다.


필자가 과차장급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입니다. 같은 직급에서는 나이도 어렸고, 작은 그룹도 맡고 있었지만, 약 300명 수준의 본부급 조직 안에 30명 정도의 책임급이 있고, 그 밑에는 더 많은 진급 예정자들인 선임 4년 차 들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즉, 제 자리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그런 자리였습니다. 이때 마지막으로 제 커리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인사이트와 동기부여를 해준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나이는 한참 어렸지만 우연한 기회에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진입장벽’에 대한 얘기를 듣습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주류’의 흐름에 편승하여 커리어를 쌓아온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결과적으로 늦은 나이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직종 변경을 하는데 결정적인 촉진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진입장벽’이란 개념은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필자는 이것을 직업에 연관시켜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최소 12년의 정규교육과 4년의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첫 발을 들이고, 본인의 월급 이상의 성과를 내려면 최소 5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직군마다 차이는 있지만 입사 후 첫 1~2년은 위에서 떨어지는 제한적 일을 처리하며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대리급 정도가 돼야 주도적으로 일을 끌고 나가기 시작하며, 과장급이 되어야 성과에 대한 책임이 따라오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즉 빨라야 20대 후반 또는 서른이 넘어서야 어디 가서 ‘주도적을 일을 한다’라고 할 수 있는 본인의 ‘직업’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비슷하게 주어진 대학 입학 후 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평생 유지될 만한 전문성과 본인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확률이 그만큼 낮아집니다. 여기서 ‘자기 주도적인 삶’이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만큼 하면서 만족할 만큼 개인적인 삶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정의해 보겠습니다.


결론은 고민 없이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을 선택하여 쉽게 대체 가능한 커리어를 쌓기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을 목표로 이 10년을 빡. 세. 게 투자해야 한다는 게 중점입니다. 그리고 이 진입장벽이 높으면 높을수록 올라타기 어렵겠지만, 한번 그 울타리 안에 들어서게 되면 평생 동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전문성이 나름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런 직업군을 목표로 10년을 투자해야 합니다. 여기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기술 또는 자격증이 아닌, 취득하거나 익히는 데 적어도 수년의 노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전문직’ 또는 ‘기술직’에 속하는 직업들입니다.



대학 학위가 점점 변별력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자격증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강의 몇 시간만 들으면 발급되는 사설 자격증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자격증이 난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취득하기 쉬운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그 직업의 가치도 높지 않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직업을 고민하는 분들은 어떤 ‘장벽’을 목표로 이 10년의 투자할 것 인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의사, 변호사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모두가 전문직이 돼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어차피 대학 진학 후 10년이라는 시간을 평등하게 보낼 것이라면, 최소한 3년 이상 집중해서 준비가 필요하며, 합격률이 높지 않고, 공인되어 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입장벽을 넘을 준비를 하라는 얘기입니다. 


이 잣대로 생각하면 일 년에 한 나라에서 수만 명씩 배출되는 학사학위, 석사학위를 필요로 하는 직업들도 사실 진입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교체될 수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면허’를 따거나 ‘진입’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직업은 주위에 많습니다. 물론 가장 쉽게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 있겠지만, 조금 덜 알려진 변리사, 도선사, 파일럿, 크레인 기사, 고압 전기기사 등이 소수에게만 입회가 허락되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그리고 면허증이 발급되지 않더라고 한번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도 포기해 버리는 직군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직을 선택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한국인 분은 해양 유전에서 바닥에 드릴을 할 때 투입되는 전문가로, 세계에서 몇 명 되지 않는 엄청난 진입장벽을 넘어선 분이었습니다. 업의 특성상 일 년에 한 두 달씩 2, 3개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집에서 대기하면서 삶을 즐기고, 이 기간까지 포함한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약 쪽에서 일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약이 처음 개발되면 제약회사에서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간호사 출신에,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고,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있어 임상시험을 맡아 총괄하는 PM 분들을 이 업체 소속으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지만, 한번 이 조직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고연봉과 본인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었습니다. 원하는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그 바닥에서 몇 안 되는 소수의 집단에 포함될 수 있는지, 본인의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회사에서 쉽게 대체될 수 없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 보면 분명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래전 기업에 있는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엔지니어링 학위를 가지고, 구매팀에서 일하고 있는 3명에게 똑같은 조언을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경력은 변별력이 없으니,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국제 공인된 자격증 (PMP, Prince2라는 프로젝트 관련 자격증이 있습니다) 취득과, 회사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전략시장의 현지어를 배우는 것을 조언했었습니다. 이후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이 중 실행에 옮긴 한 명은 두바이로 이직해 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세명을 놓고 전문성을 판단할 때 기본적인 아랍어가 가능하고, 중동시장을 섭렵한 전문가가 업계에서 롱런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여러분들이 살면서 넘어본 ‘진입장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중 후배들을 위해서 조언해 주실 만한 것들이 있으면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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