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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Nov 14. 2022

6.1.6 체험학습을 가기까지 교사가 넘어야하는 허들들

‘내돈내산’으로  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말하자면 수십 가지를 댈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교육적 효과에 앞서 내가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이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교실 밖에 나갔을 때 생동감이 넘치는 아이들의 표정 때문이다. 체험학습의 기회가 생기면 신청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돈내산’으로 아이들을 야구장에 데려가기도 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험학습을 인솔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체험학습을 실행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허들은 동학년에게서 받는 눈치이다. 어느 반은 가고, 어느 반은 안 가면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들어온다는 요지이다. 보통은 이 경우 가는 쪽으로 맞추어지기보다는 다 같이 안 하는 쪽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이라도 가기 위해서는 동학년 선생님들을 설득하거나, 교장, 교감선생님을 설득해야 한다.


  두 번째 허들은 그 해 학급의 상황이다. 3월부터 추진한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이 무산된 적이 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직접 장소를 선정하고 동선을 짜야했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였기에 3월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매년 학급 분위기는 가지각색이고, 때때로 교사인 내 통제를 넘어서기도 한다. 교사가 통솔력을 잃고 교실 밖에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아무리 뜻을 가지고 학기 초부터 추진해왔더라도 허들을 넘기가 어렵다.


  세 번째 허들은 수많은 업무다. 체험학습을 실행하기까지 계획서, 가정통신문, 예산, 안전 교육, 장소 답사, 식사 장소 점검, 버스 대절 등 수많은 일을 거쳐야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다. 번거롭고 귀찮긴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에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선생님들까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만큼 정말, 정말 일이 많기 때문이다.


  네 번째 허들은 안전에 대한 부담이다. 갔다가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교사 혼자 오롯이 지게 된다. 학교 밖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다. 그 변수는 모두 안전과 직결된다. 차에서 휴대폰을 하다가 멀미를 해서 토하는 아이들도 있고, 식당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있으며, 휴게소에서 앞만 보고 화장실에 달려가다가 차와 부딪힐 수도 있다. 이밖에도 예측 불가능한 수십만 가지의 변수가 있다. 이 모든 상황에서 교사는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 모두를 책임져야 하고, 이 모든 상황에서 ‘교사는 뭐 하고 있었어.’라는 책임을 감수하게 된다. 예측된 상황에서는 매뉴얼대로 실행할 수 있지만, 예측 불가능했던 상황에서는? 급한 마음에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라도 한다면? 아이들 좋자고 한 일이었는데, 아동학대로 고소되는 교사들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이 모든 걸 부담하면서까지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적 이유가 이 모든 허들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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