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가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12년 동안 대학교라는 선택지만 고려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코로나 때문에 교수님 실물 보기도 어려웠고, 동기와 교류할 기회도 적었다. 비좁은 기숙사에서 수시로 격리되며 시간을 보냈다. 좁은 기숙사에 있다 보면 본인이 닭장 속의 닭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전공은 나에게 '잘'할 수 있는 일일수는 있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차라리 흥미도, 적성도- 둘 다 안 맞았다면 좋았을 텐데.) 타지 생활은 금전적으로 부담됐다.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견디다가 결국 휴학을 했다.
눈 깜박하니까 휴학 3년 차, 대학생도 뭣도 아닌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마땅히 할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대학생이세요?'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도 애매해졌다.
진로 탐색이라고 포장된 방황 속에서 나는, 그렇게, 백수들의 가상회사, '니트컴퍼니'에 지원하게 되었다.
니트컴퍼니는 백수들의 가상회사다.
근로계약서 안 쓴다.
4대 보험 안된다.
주어진 업무 없다.
회사 건물 없다.
월급도 없다.
면접을 보긴 하는데, 거꾸로 면접을 본다. 지원자가 면접관을 면접 보는 거다.
이렇게 '니트컴퍼니'에서는 '컴퍼니'와 다른 점이 많다.
먼저, 자신이 정한 업무를 한다.
청소하기부터 그림일기 쓰기, 당근 먹기 등- 다양하다.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출/퇴근을 한다.
9시 이전에 출근! 을 외치고,
18시 이전에 퇴근! 을 외쳐야 한다.
(출/퇴근을 안 하면 전화로 호출당한다.)
퇴근하기 전에 업무인증글을 올려야 한다.
청소한 걸 인증하거나, 그림일기 쓴 것을 인증하는 거다.
각종 휴가 제도도 있다.
연차, 월차부터 출산 휴가까지-
횟수 제한은 없다.
(이론상 일주일에 7번 월차를 쓸 수도 있는 거다.)
휴가를 쓴 날에는 보통 업무인증 대신 생존인증을 쓴다.
정말 재밌는 회사다!
니트컴퍼니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2022년이었다. 전주시사회혁신센터에 니트컴퍼니 대표님께서 강연 오셨고, 그날 이후로 니트컴퍼니를 간헐적으로 기웃거렸다. 하지만 휴학 후 지방에 사는 나에게 니트컴퍼니가 주로 활동하는 서울은 너무 멀었다. 또한 니트컴퍼니 사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신청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내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니트컴퍼니에 근무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