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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린 Mar 27. 2024

냉장고 속 칼레스를 처리하자, 칼레스 덮밥

자취한끼 - (1)

밀린 여행 기록이 한가득이지만 나의 손가락은 움직이질 않고..

글은 매일 써야 는다고 하니..

조금 더 가볍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음식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세상에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나다.

여행지를 고르는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좁은 주방에서도 요리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음식 사랑 ♥


얼마 전,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던 업계 취직에 성공하여 서울로 상경했다. 누누이 들어왔던 업계의 악명에 근거한 '일하는 동안 내 개인 시간은 없겠지..' 했던 지난 걱정과는 다르게 현재 나는 대부분의 근무를 재택으로 진행하고 있고, 심지어 막내라 그런지 업무도 많지 않다 - 원래 막내가 제일 바쁘다던데 첫 직장 운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덕분에 나의 시간은 백수 생활을 할 때보다 조금 더 타이트하게 돌아갈 뿐 여전히 널널했고, 숨겨뒀던 요리 열정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음식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의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나쁜 습관은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먹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외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외식을 하면 경제적으로 부담도 커질 뿐 아니라 나의 위장 부담도 함께 커진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식사를 가능하면 집에서 해결한다. 다행히 칼질하고, 굽고, 찌고, 삶으며 재료를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집에서도 부족하지 않게 끼니를 해결하는 편이다.


때는 2년 전, 한창 운동에 빠져 식단을 조절하던 시기가 있었다. 많은 다이어트 인플루언서들의 레시피를 구경하며 조금씩 따라 해 먹던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디미니' 님의 칼레스 공구 소식이 떴다. 그녀의 레시피 속 칼레스를 볼 때마다 저게 도대체 뭘까 호기심이 커져가던 그때 올라온 소식은 고민 없이 결제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받아본 '칼레스'는 스웨덴에서 물 건너온 훈제 대구알 스프레드다. 우리나라 음식에 비교하자면 짭짤한 명란 마요의 느낌이랄까? 커다란 치약처럼 생긴 이 스프레드를 사긴 샀는데 도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디디미니님 레시피를 따라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재료였던 칼레스는 결국 냉장고 속에 들어가 꽤나 오랜 시간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울의 자취집까지 따라오게 된 칼레스. 유통기한이 몇 달 지나긴 했지만 아직은 먹을만한 것 같기도 하고, 190g짜리 2개의 스프레드를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빨리 먹어서 해치우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 초반이라 많이 채워지지 못한 냉장고 덕분에 주 식재료가 된 칼레스. 얘를 도대체 어떻게 활용해서 먹을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요리 선생님 유튜브를 켜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아주 맘에 쏙 드는 걸 발견했다.


낫또와 아보카도를 활용한 덮밥!!


마침 어제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외출했다 오는 길에 싸게 산 아보카도 1알이 싱크대 옆에서 후숙이 되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자기 전 쿠팡 로켓프레시로 낫또와 올리브유를 구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1. 아보카도와 낫또를 활용한 칼레스 덮밥

*유튜브 [스프언니네] 레시피 참고

재료: 후숙이 잘 되어 부드러운 아보카도 1/2개와 낫또, 계란, 칼레스, 참기름, 밥


- 아보카도를 손질해 반은 냉장고에 보관, 반은 예쁘게 썰어 대기시킨다.

- 계란 한 알을 올리브유 살짝 두른 팬에 반숙으로 익히며 전자레인지에 밥을 돌린다. *사진상 완숙처럼 보여도 반숙이다. 외모에 속지 말자.

- 냉장고에 해동시켜 둔 낫또를 꺼내 젓가락으로 열심히 휘젓는다.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기다랗게 늘어나는 하얀 실이 생기는데 이게 나토키나아제다. 혈관 노폐물을 청소해 주는 좋은 성분이라고 하니 팔운동도 할 겸 열심히 저어준다. 이 나토키나아제는 열에 취약한데 이왕 먹는 거 생생한 나토키나아제를 먹기 위해 낫또를 휘저을 동안 김이 펄펄 나는 밥을 잠시 식혀둔다.


이렇게 모든 재료 준비 완료! 밥 위에 아보카도 올려주고, 계란 올려주고, 낫또 올려주고, 나의 사랑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준 후 마지막으로 칼레스 쭈우우우우욱 짜주면 완성!

*낫또와 참기름 궁합이 좋다는 정보는 전날 유튜브를 뒤적이다 발견했다.


완성된 한 끼를 보니 뿌듯함이 몰려온다. 그래, 이 맛에 요리해 먹지!

사진 한 장 남겨주고 모든 재료를 잘 섞어 크게 한 입 먹는다.


재료로 낫또가 들어가 의심 반, 설렘 반이었는데 예상외로 더 맛있다. n년 전, 다이어트에 한창일 때(모델을 준비하던 때 이후로 다이어트가 습관이 되었다) 낫또에 도전했다 크게 데인 적이 있었는데 드디어 그 상처를 극복한 듯 하다.


낫또, 너 몸에 좋은데 맛도 괜찮은(아무리 그래도 아주 맛있다는 평을 줄 정도는 아니다) 아이였구나? 내가 그동안 너에 대해 오해가 좀 있었어. 앞으로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보자?


짭짤한 칼레스와 생소한 구수함의 낫또, 낫또의 비린맛을 잡아주는 참기름, 담백한 계란, 부드러운 아보카도.

어울리는 듯 어색하던 조합이 입 속에 들어와 뒤섞이자 서로가 서로의 훌륭한 파트너가 된다. 자극적인 거 없이 담백하게 맛있다. 좁은 주방에서 이것저것 썰 필요 없고, 준비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다 보니 앞으로 종종 해 먹을 것 같다.




소화가 느린 나는 점심을 배부르게 먹으면 저녁까지 배가 별로 안 고프다. 그렇다고 저녁을 굶어버리면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엄청난 인내심으로 배고픔을 참아야 할 게 분명하니 가볍게 뭐라도 먹어야겠다.


엄마가 본가에 두고 온 짐을 가져다주며 함께 챙겨준 고구마... 너로 정했다. 너 내 저녁이 돼랏!

그냥 고구마만 먹기엔 뭔가 아쉬운데 싶던 찰나 지난번 친구가 저녁을 먹는다며 함께 보내준 고구마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사진이 떠올랐다. 돈가스로밖에 먹어본 적 없던 조합이라 뇌리에 세게 박혀 그날 모짜렐라 치즈를 사버리기까지 했었는데..  


오케이! '고구마 + 치즈' 조합 도전!!

계속 두면 썩을 것 같은 양파도 같이 써봐야지. 오늘도 나는 유튜브 선생님들의 레시피를 참고할 예정이다.


2. 치즈고구마 말이

*유튜브 [요리하는 다이어터] 레시피 참고

재료는 고구마, 모짜렐라 치즈, 양파, 계피가루

- 양파 1/4개를 잘게 썰어 대기시킨다.

- 고구마를 먹을 만큼 찐다. *흐르는 물에 씻은 고구마를 냄비에 넣은 후, 고구마가 잠길 만큼 물을 넣어준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부드럽게 쑤-욱 들어갈 때까지 끓이면 끝!

- 맛있게 쪄진 고구마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무자비하게 으깬 후 전처럼 둥그렇고 넓게 모양을 잡아준다.

- 팬에 기름을 두른 후 양파를 15-30초 정도 볶다가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준다.

*치즈가 노릇해질 때까지 구워야 되는데 양파를 혼자 오래 볶으면 나중에 탈까 봐 조금만 익히고 바로 치즈 넣어줬다.

- 양파와 치즈를 동그랗게 모양 잡아주고 그 위에 고구마 전을 올려준다.

- 치즈 밑이 갈색으로 잘 구워질 때까지 내버려 둔다.

- 치즈 밑 부분이 갈색으로 잘 구워지면 계란말이 하듯이 접어준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난 여기서 망했다.)

- 모양 잡았으면 접시에 옮기고 먹기 좋게 썬다.

- 그 위에 계피가루 솔솔 뿌리면 완성!


달달한 고구마에 짭짤한 모짜렐라 치즈 조합인데 당연히 맛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바삭하게 익은 치즈의 겉면과 부드러운 고구마. 모양만 잘 만들었으면 겉바속촉 제대로였겠다. 별다른 양념이 추가되지 않은 달달한 고구마와 짭짤한 치즈의 조합은 담백하게 맛있다. 그런데 거기에 계피 가루를 섞으면? 그 담백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맛을 추가해 준다.


이거이거 간식으로 먹기에도 좋겠구만?

기분 좋게 저녁을 마무리하며 더 예쁜 고구마치즈말이 모양을 다짐하는 다음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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