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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린 Apr 14. 2024

음식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팟타이

자취한끼 - (3)

지난 5월, 나는 태국행 비행기를 타고 방랑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달이 넘게 지났다.


그러나 태국 곳곳을 누비던 그때가 여전히 생생하다.

특히 음식. 너무나 내 입에 찰떡이던 태국 음식.


내가 지금 이토록 태국이 그리운 이유 70% 이상의 지분은

그곳에서 나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던 다양한 맛이다.


팟타이, 쌀국수, 꼬치, 볶음밥, 카레, 덮밥 등등등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다른 음식들을 도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2023 동남아시아 방랑기'에 싣도록 하고 - 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어서 빨리 써 내려가야지.


아무튼 그 많고 많은 음식 속 추억 중

가장 깊고 진하게 박힌 기억은 방콕 작은 식당에서 먹은 팟타이다.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숙소 근처에 있어 큰 기대 없이 들렀던 그곳에서

나는 인생 팟타이를 맛보았다.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지금도 가끔 팟타이가 당긴다.

그리고 문뜩 든 생각.


"내가 해 먹으면 되지!! 만들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장바구니에는 팟타이 재료들이 담기게 되고...

좁은 주방에서 열심히 칼질하고 팬질하며 만든

내 인생 첫 팟타이 요리를 소개한다!


[팟타이]

재료: 마늘, 페퍼론치노, 양파, 새우, 팀싸마이 소스와 면(세트), 숙주, 부추, 물, 간장, 스리라차소스, 레몬즙, 땅콩분태, 라이스누들


- 기름을 두르고 잘게 다진 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넣어 중불에 볶는다.

*드디어 페퍼론치노를 구매했다. 매콤한 맛이 필요할 때 여기저기 사용할 예정!!

- 마늘에 갈색빛이 돌기 시작하며 노릇하게 익으면 양파를 넣고 볶는다.

- 양파 한 30초 볶다가 계란 투하. 쉐킷쉐킷

- 계란도 어느 정도 익었다면 새우를 넣어준다.

- 새우의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면 시판 소스와 면을 넣어준다.

*참고로 면은 미리 물에 불려두어야 하는데 필자는 설명서를 안 읽고 그냥 生라이스 누들을 넣어버렸다.

-> 그냥 넣었다면? 볶던 프라이팬에 물을 더 넣어서 그냥 냅다 같이 끓여주면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팟타이 요리는 '레시피 그런 거 모르겠고 되는 대로 해보자~'가 되어버렸다.


- 팀싸아미 소스가 너무 달다는 후기가 많아서 간장과 스리라차 소스, 레몬즙을 내맘대로 추가해 주었다. 계량 그런 거 없이 FEEL 가는대로. 물도 더 넣어주길 잘한 것 같다. 흠... 팀싸마이 소스를 사용할 땐 면을 미리 안 불리고 이렇게 원팬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 레몬즙은 라임 대용이다.

- 굴소스도 넣으려고 어제 쿠팡으로 시켜놨는데 점심때가 되어도 오지 않아 그냥 패스.

- 어느 정도 요리가 완성되었다면 마무리로 숙주와 부추를 넣고 짧게 볶는다. 숙주가 숨이 좀 죽을 정도까지만!

*숙주와 부추는 다다익선~

- 이제 그릇에 담고 땅콩분태를 뿌려주면 되는데...... 까먹었다. 바보..


완성!!!


굳이 설거지를 더 늘리고 싶지 않아 프라이팬 채로 식탁에 두고 먹을 준비.

플레이팅 따위 없는 완벽한 자취생의 한상이지만 꽤나 그럴싸한 팟타이 비주얼을 보니 "살짝 설렜어 나♬"

- 오마이걸 '살짝 설렜어'

아니 솔직히 많이 설렌다.


내가 팟타이를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과연 태국의 팟타이 맛이 재연될지에 대한 기대감

이 팬 안에 있는 팟타이가 다 내 것이라는 행복함까지.


그렇게 한 입 먹어보고 육성으로 감탄했다.


"음~~ 이거지"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역시 요리는 재료빨.

최대한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비해 만들었더니 그럴싸한 팟타이의 맛이 나온다.


부추의 맛과 숨이 살짝 죽어 부드러운 듯 아삭한 숙주의 식감이 큰 몫을 해내고

달달한 팀싸마이 소스에 밑에서 수줍게 손 흔들듯 조용한 존재감을 뽐내는 레몬즙의 시큼함,

새우와 스리라차 소스까지 모든 재료가 너무나 조화롭게 뒤섞여있다.


태국 현지의 후끈한 열기와 여유로운 공기가 빠져있어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하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은 이렇게 평범하던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그래서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다.

- 두 입 남기고 기억난 땅콩분태.. 이제라도 뿌려보자...


오직 팟타이만을 위해 장바구니에 담았던 땅콩분태. 이 중요한 걸 까먹은 나를 원망하게 되는군..

늦게라도 뿌려 한 입 먹었더니 "이거지!!"

고소한 땅콩의 맛이 확 풍기더니 진정한 '팟타이'가 완성됐다.


다음번 팟타이에서는 절대! 땅콩 분태를 잊지 않을 것이리.................


*나에게 라임과 땅콩 분태는 동남아 요리의 정체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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