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장자]를 읽습니다. 유교적 가르침인 [논어]와는 달리 노자나 장자는 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더불어 ‘유노북스’에서 시리즈物로 내놓고 있는 ‘50에 읽는’ 시리즈는 현재 저의 연령에도 맞아, 즐겨 읽는 책입니다. 論語(2021. 최종엽), 史記(2023. 김영수), 周易(2023. 강기진), 孫子兵法(2024. 최송목)에 이어 莊子입니다.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책은 장자가 직접 썼다는 內篇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갑니다.
지은이 김범준 님은 1968년 생으로, 직장인이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강의와 저술가로 활동中입니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15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1장 욕심 대신 自由, 2장 후회 대신 準備. 3장 외로움 대신 省察, 4장 공허함 대신 배움, 5장 포기 대신 活氣, 다섯 장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순서대로 읽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무방한 구조입니다.
쓸모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며, 是是非非를 따지는 삶에서 해방되기를 권유합니다. 특히 100세 시대에서 50이라는 나이는 이제 고작 생의 한가운데에 서 있을 뿐 이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평범한 저로서는 위로를 받게 됩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동조하는 것, 이것 하나만 잘해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인간관계 핵심을 알려줍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것,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에 있어줄 것, 그렇게 사랑을 실천”하라고 하네요.
[朱子]에서 빌려온 “베어 내자니 풀 아닌 것이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다”는 문장이 가슴을 쑥 찔러 옵니다. 잡초라는 게 쓸모가 정해져 있지 못한 풀들을 이야기하는데, 쓸모의 기준이란 게 인간이 정한 기준이잖아요. [풀꽃도 꽃이다]는 조정래 선생님의 책 이름도 연상 되네요.
“행복은 내 삶을 완벽하게 만들 때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 때 생긴다”는 문장도 옮겨 적고 수 차례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란 게 특별한 게 아니더군요.
“인생의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 자체에 있지 않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 데에서 비롯된다.” 알긴 아는데.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나만큼이라도 너무 늦게 깨닫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고, “그냥 가봐. 괜찮아. 가다가 못 가면 다시 돌아와도 좋아. 선택은 한 번뿐인 것은 아냐!”라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본문 맨 마지막 문장에서 “오십이 된 여러분이 즐거운 결심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자신을 괴롭히는 극기훈련과 같은 일을 그만하십시오. 대신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257쪽)” 이야기하시는데,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독자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자 책을 쓴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 보입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JTBC에서 목요일 저녁에 방송 중인 <끝사랑>이란 프로그램이 떠오릅니다. 50세 이상 분들이 출연하는 ‘中年 사랑 찾기 프로젝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제가 즐겨보고 있습니다. 12부작이라 이제 마지막 한 회차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여기 출연하신 분들의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면서, 결이 같은 사람끼리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50이라는 나이는, 50 시리즈 古典만 읽을게 아니라, 생애 마지막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끝사랑>도 시청해 보시길 추천합니다.(본방 못 보신 분들이라면 넷플릭스에서 몰아보기 강추)